- 삼성중 법인·조선소장엔 벌금형
- 노동계 “원청 책임 더 커” 반발

6명이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은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와 관련해 법원이 삼성중공업과 당시 조선소장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반면 현장 근로자는 금고형의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아 노동계에서는 일선 노동자에게만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 유아람 부장판사는 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삼성중공업과 전 조선소장 김모(63) 씨에게 각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크레인 충돌로 직원들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안전보건 협의체 운영 의무를 위반한 혐의(산업안전보건법 위반)는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유 부장판사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만 안전규정 등이 미비한 점이 확인되지 않는 등 사고가 업무상 과실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힘들다”고 판시했다.

이날 800ｔ급 골리앗 크레인의 주 신호수인 이모(50) 씨와 이 씨의 신호 지시를 직접 받는 위치에 있던 정모(34) 씨에게는 금고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또, 현장 작업반장 등 5명에게는 금고 6월에 집행유예 1년∼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고, 골리앗 크레인과 부딪힌 다른 크레인의 운영 직원 등에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유 부장 판사는 “사고가 난 곳은 하루에도 몇 번씩 크레인이 통과하는 지역이다”며 “신호수 등 크레인 신호·조작을 하는 직원들이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노동절인 2017년 5월 1일 골리앗 크레인이 이동하면서 근처에 있던 고정식 크레인과 충돌해 붐 지지대가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나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회사 측 안전관리 소홀보다는 현장 직원들의 잘못이 사고 원인이 됐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런 판결에 대해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조선업 중대재해 국민참여 사고조사위원회에서 사고가 발생한 주된 원인은 원청 사업주가 고정식 크레인 설치 시 위험성 평가를 온전히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조사 결과를 내놨다. 그럼에도 안전관리에 책임을 지고 있는 원청과 원청 관리자에게 면죄부를 준 판결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