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수 의향자 설득할 시간 달라”
- 제1 채권자 요청 법원서 수용
- 내달 2일→7월 18일 변경 유력

경영 악화로 파산한 후 경매에 넘겨진 부산 침례병원이 거듭된 유찰로 경매가가 반 토막 나자 채권단 요청으로 법원이 다음 경매기일을 연기했다.

28일 부산지법에 따르면 법원은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침례병원 4차 경매기일을 미루기로 했다. 법원은 “제1 채권자(유암코) 측에서 매수 의향자 설득을 위해 시간을 달라는 취지로 연기 신청이 들어왔다”며 이유를 밝혔다. 정확한 다음 기일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오는 7월 18일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침례병원의 4차 경매 최저 매각가격은 440억1400만 원이다. 최초가 859억6500만 원의 절반 수준이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매각가격은 20%씩 떨어지기 때문에, 이날 또 유찰되면 5차 경매가는 350억 원대로 뚝 떨어진다.

의료업계는 이를 우려한 채권단이 경매 속도를 늦추고, 매수자를 물색해 사전 협의에 나서려는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4차 경매가격보다 적은 금액으로 인수 의향을 보이는 민간업체가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부산시민대책위는 “유암코의 경매기일 연기 결정은 민간 인수를 위한 시간 벌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문제는 이 민간업체가 중간 매수업자에 불과하고, 배후에 실매수자가 있는 ‘꼼수 우회 투자’ 의혹이 인다는 점이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대책위는 “즉각 민간 매각 절차를 중단하고 부산시의 공공 인수를 위한 로드맵에 따라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시도 공공병원으로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침례병원을 부산의료원 금정분원으로 전환하려고 하는 시는 민간 매각에 대응하기 위해 “병원 부지인 침례병원 자리의 용도 변경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민간 의료법인이 들어오더라도 지역 거점병원과 같이 국·시비를 투입하고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승희 류민하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