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상규명 없을 땐 전국 총파업”
- 시민단체 대표 133인도 모여
-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 제안

로젠택배 소속 40대 노동자가 대리점 내 갑질 의혹을 제기하면서 극단적 선택(국제신문 21일 자 9면 보도)을 하자 택배연대노조가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집단행동을 본격화했다. 정부와 정치권도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실태 개선을 이야기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냉담했다.

로젠택배 노조 강서지회 조합원들이 21일 오전 경남 창원시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면서 출근 농성을 하고 있다. 이승륜 기자

로젠택배 노조 부산 강서지회 조합원 10명은 21일 오전 경남 창원시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택배노동자 사망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출근 농성을 시작했다. 노조는 매일 오전 출근 집회를 진행하며, 사측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전국 노조원 100여 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새벽 3시께 택배노동자인 A 씨가 진해구의 로젠택배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A 씨가 대리점의 갑질과 택배업계의 잘못된 관행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정황이 담긴 유서를 공개하며 정부와 사측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정상민 로젠택배 노조 부산 강서지회장은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용서나 사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관계자는 “A 씨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한 적 없고, 다음 달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었다. 퇴사 때 후임자를 데려와야 하는 조건은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진해경찰서는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14명의 전담팀을 구성해 이번 사망사고 원인 및 유서 내용 등을 확인해 사측의 부당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한다.

시민사회·종교·보건·문화예술 등 각계 단체 대표 133명이 “택배노동자 사망은 ‘구조적 타살’”이라며 사회적 논의 기구를 즉각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택배노동자들이 주 평균 71시간이 넘는 살인적 노동시간을 감내하며 일하고 있는 핵심적 요인은 재벌 택배사들이 강요하는 분류작업에 있다. 택배사들은 추가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거짓·꼼수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또 “심야배송이 없도록 국토교통부는 매일 점검하고 노동부는 현장지도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현실은 너무 달랐다”며 “심야배송이 중단됐더라면 택배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이날 “택배노동자의 산업재해 및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특별대책을 현장점검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감사 중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이날 CJ대한통운 물류센터를 시찰하면서 현장 실태를 점검했다. 이에 대해 6년 차 택배노동자인 40대 남성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 국회의원들이 나선다고 하지만 말만 요란할 뿐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 같다. 정부가 택배회사와 협의해 분류작업에 인력을 충원해주는 것부터 성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호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