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천주교 부산교구서 수여식
- 국내외적으로 보기 드문 사례

올해 설립 60주년을 맞은 신용협동조합(신협)이 금융기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가톨릭교회의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축복장을 받는다.

1960년 부산 중구 메리놀 수녀회병원(현 메리놀병원)에서 국내 신협의 모태인 성가신협을 설립한 가브리엘라 수녀가 조합원들에게 신협 운동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신협 제공

신협중앙회는 서민과 소외계층 지원 및 금융혜택 사각지대 해소에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교황의 축복장을 받는다고 21일 밝혔다.

수여식은 한국신협의 발상지인 부산에서 ‘국제신협의 날’을 기념해 22일 오후 4시 천주교 부산교구청에서 진행된다. 부산교구청 손삼석 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신해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에게 축복장을 수여한다.

금융기관이 교황의 축복장을 받은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례다. 이번 수여식은 대전교구청 백현 신부의 추천을 교황청이 받아들인 결과다. 백 신부는 ‘한국신협은 지난 60년간 함께하는 가치를 중시하며 서민과 중산층의 자립을 위해 소명을 충실히 이행했다. 금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시행한 ‘7대 포용금융정책’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축복장을 추천했고 교황청이 이를 수용했다.

신협의 7대 금융정책은 ▷신협 815해방대출(금융약자 고금리 사채시장 해방) ▷위치 알리미기기 무료 보급 ▷무이자담보대출 250억 지원 ▷어부바 효예탁금 ▷소상공인 금융컨설팅 지원 등이다.

축복장 수여식이 신협의 발원지인 부산에서 이뤄진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신협은 1960년 5월 1일 부산 중구 메리놀 수녀회병원(현 메리놀병원)에서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의 주도에 의해 ‘성가신협’이라는 명칭으로 설립됐다. 신협 창립에는 메리놀병원·성분도병원·가톨릭 구제회 직원 등 27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당시 출자금은 3400환(현재 시세로 약 10만 원)이었다.

성가신협은 사채 금리가 월 10%가 넘던 당시, 미국신협과 동일한 월 1%의 대부 이자로 서민 자활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가브리엘라 수녀는 “푼돈 저축으로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빈곤에 허덕이던 서민들의 신협 조합원 가입으로 이어졌다. 1964년 신협연합회 설립으로 전국 조직으로 성장한 신협은 60년이 지난 현재 전국 882개 조합, 자산 106조 원, 이용자 1300만 명 규모의 대형 금융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에 이어 세계 4위 규모의 신협으로 자리매김했다.

신협은 축복장 수여식에 앞서 부산가톨릭센터에 있는 ‘신협운동발상지 기념비’를 방문해 헌화식을 진행한다.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60년 전 한국신협운동이 시작된 이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와 어두운 곳에 빛을 밝히는 따뜻한 금융 ‘평생 어부바’ 신협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협은 지난달 태풍으로 피해를 본 부산가톨릭센터에 수해 복구 성금 500만 원도 전달한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