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인 인정에도 진상조사 안해
- “자정기능 상실했다” 비판 쇄도

부산 서구의회가 소속 의원의 비위 행위를 알고서도 징계는커녕 진상조사조차 포기해 논란을 빚는다. 도 넘은 ‘제 식구 감싸기’에 자정 기능을 잃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구의회는 최근 서구가 시행한 위탁사업의 심사위원 명단을 A 의원이 유출(국제신문 지난 20일 자 6면 등 보도)한 데 대한 진상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A 의원은 지난 3월 서구 진로교육지원센터 위탁사업에 참여한 B업체 관계자에게 비공개 사항인 심사위원 명단을 유포해 파문을 일으켰다.

서구의회 의원 조례에 따르면 소속 의원은 윤리강령을 위반했을 때 윤리심사위원회 회부 대상이 된다. 서구의 경우 동료의원 2명 이상이 요구하거나 의장이 직접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심사위원장은 윤리심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및 자격심사 의결을 거쳐 당사자에게 통보한다.

문제는 A 의원이 윤리강령을 명백히 위반했음에도 이 같은 절차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례 제4장 18조를 보면 ‘의원은 직위를 직접 이용해 부당이익을 얻거나 타인이 부당이익을 얻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19조에도 의원이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다른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해치는 알선·청탁을 못 하며,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본인의 직무권한을 행사하거나 입찰·경매 등에 관한 업무상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게 돼 있다. A 의원은 이 같은 조항에 모두 해당하는 데다 특히 본인이 심사위원 명단 유출을 스스로 인정해 윤리심사 대상에 속한다. 서구의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라 자연히 윤리심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서구의회는 윤리심사를 외면한 것은 물론 되레 A 의원을 두둔하는 발언까지 하고 나섰다. 서구의회 C 의장은 “A 의원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B업체 관계자의 평이 좋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당시 심사가 유찰돼 영향력이 행사된 것도 없어 진상조사를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동료 의원이라 윤리위원회를 열기 곤란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초의회의 자정 기능이 마비된 전형적 정치 구태라는 지적이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이번 문제를 징계 없이 넘어간다면 견제와 감시 역할을 맡은 구의회를 누가 신뢰하겠느냐”며 “심사 결과가 유찰됐다 해서 A 의원이 비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진상을 파악해 응당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내사 중인 부산 서부경찰서는 사실관계가 정리되는 대로 관계자 소환 등 본격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