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 ‘배달의 민족(배민)’ 수수료 인상 사건은 이 말이 난처한 상황을 적당히 무마하려는, 입에 발린 말이 아님을 보여준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이 이달부터 수수료 체계를 한 달에 8만8000원 내는 정액제에서 배달 상품 매출액의 5.8%를 받는 정률제로 변경하면서 수수료를 인상하자, 지자체들이 앞다퉈 배달 공공앱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도’가 아닐 수 없다.

부산 남구는 공공 배달서비스앱인 가칭 ‘착배남(착한 배달 남구)’을 개발해 올해 하반기부터 관내 음식점을 대상으로 시행한다. 착배남 가맹점으로 가입하면 이용 수수료와 광고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부산시는 지난 1일부터 충무동 새벽시장 등 전통시장 12곳을 상대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화로 콜센터에 상품을 주문하면 배달된다. 시는 이 서비스를 내달부터 전통시장 상품과 음식을 배달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한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이란 난관을 온라인 상거래 활성화의 지혜로 극복해가니 공생 본보기로 삼기에 충분하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은 상도의를 저버린 행위다. 국내 배달시장 2, 3위 업체인 ‘요기요’와 ‘배달통’ 운영자인 독일 회사 ‘딜리버리히어로’가 선두주자 배민을 인수하면서 독과점 체제를 구축한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단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행위여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는 ‘사이버 스쿨’ 출현, 재택근무 확대 등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단순한 바람이 아닌 태풍이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시대가 구분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다. 지자체들의 배달 공공앱 개발을 코로나 시련을 헤쳐가는 돌파구의 전범으로 삼자. 위기와 급변에 움츠러들지 말고 슬기롭게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가는 집단지성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