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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장인’의 권유…자서전에 도전하세요

안정효의 자서전을 씁시다 - 안정효 지음/민음사/1만9800원

  • 국제신문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9-06-13 19:07:3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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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주제 자료 끊임없이 수집
- 소설 24권·번역서 128권 출간
- 세계 문학과 영화 지식 곁들여
- 집필 이론·노하우 자세한 소개

‘안정효의 자서전을 씁시다’가 나왔다. 제목을 보고 한참 고민했다. 작가가 방점을 두고 싶었던 곳은 어디일까. ‘자서전’일까, 아니면 ‘씁시다’일까. 고민 끝에 ‘씁시다’에 방점을 두고 이 서평을 ‘쓰기로’ 결심했다. 우리나라에서 안정효만큼 ‘씁시다’를 직접 실천하고 끊임없이 외친 작가가 드물기 때문이다.

   
강연회에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안정효 작가. 민음사 제공
작가가 그동안 펴낸 책의 목록을 보면 “놀랍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남미의 문학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포함해 128권의 번역서를 냈다. 대학 3학년 때 영어로 소설 ‘은마는 오지 않는다’를 썼을 만큼 작가의 영어 실력은 유명하다. 1985년 ‘실천문학’에 ‘전쟁과 도시’(‘하얀 전쟁’을 영문판으로 내기 전 국내에서 한국어로 먼저 출간한 소설)를 발표하면서 등단해 그동안 24권의 소설을 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어 공부나 영화에 관한 비소설 17권, 산문집 4권까지 작가가 썼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이해된다. 젊은 시절 언론사와 출판사에 근무하다 전업 작가가 된 후 직장인처럼 시간을 정해 규칙적이고 성실하게 글쓰기에만 매달렸다. 한마디로 ‘글쓰기 광’이다. 더욱이 작가는 ‘마르지 않는 이야기 보물 창고’를 가지고 있다. 그건 엄청나게 축적한 자료다. 작가는 글을 쓰면서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자료를 수집한다. 다양한 자료를 주제별로 분류해 부지런히 모으다 특정 주제의 창고가 가득 차면 글을 쓴다. 아마도 이번에 나온 ‘자서전을 씁시다’는 ‘자서전’이란 주제로 모은 창고가 흘러넘쳐 책으로 엮었을 것이다.

이번 책의 주제는 ‘자서전 쓰기’지만 작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은 ‘쓰기’다. ‘자서전’을 쓰는 방법과 자세, 실무적인 기술을 아주 자세하고 치밀하게 소개하는데, ‘자서전’ 대신 ‘소설’이나 ‘수필’을 쓰는 방식으로 이해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글쓰기 길라잡이’인 셈이다. ‘글쓰기’가 주제여서 학술적이고 딱딱하지 않을까 짐작할 필요는 없다. 작가의 책을 읽은 경험이 있는 독자는 대충 눈치챘겠지만, 책에는 세계 문학, 영화와 관련한 사례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오히려 글쓰기보다 작가의 방대한 세계 문학과 영화 지식에 더 빠져들 때도 있다.

작가는 수십 년간 글을 썼고, 글쓰기를 외쳤으며, 자신만의 글쓰기 이론과 노하우를 책으로 소개했다. 글쓰기, 특히 자서전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반드시 자서전을 쓸 필요는 없다. 책 속에 담긴 문학과 영화 여행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혹, 자서전에 도전했다가 중단하더라도 상심하지 말기를 바란다.

   
“글쓰기를 중단하더라도 그만큼 즐겼으면 되었노라고 편히 생각한다면 지금까지 헛수고를 했다며 억울해할 필요가 없어진다. 여태까지 연습한 글쓰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땅값이 올라가는 부동산과 같아서 살아가다가 언젠가는 어디선가 써먹을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마무리를 짓지 않았다고 해서 무슨 큰 상관이겠는가. 어차피 인생살이는 허다한 일들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떠나가야만 하는 불완전한 여정이다.”(415쪽)

여든을 바라보는 글쓰기 장인이 세상에 전하는 말이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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