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지방소멸 위험이 악화일로다. 소멸 위기에 처한 읍·면·동 수가 불과 5년 사이 40곳이나 늘었다. 줄어들기는커녕 대폭 증가했으니 말문이 막힌다. 그만큼 저출산·고령화가 심하다는 뜻이다. 소멸위험 지수는 20~39세 여성 수를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값인데, 그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 지역에 해당된다. 부산은 204개 읍·면·동에서 10곳 중 3곳 가까이가 그에 포함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한국의 지방소멸 2018’을 보면 부산은 영도·중·동구가 소멸위험 단계에 들었다. 5년 전에는 3곳 모두 위험지역 밖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게다가 시내 읍·면·동 가운데 위험지역이 2013년 17개(8.3%)에서 올해 57개(28.4%)로 급증했다. ‘소리 없는 재앙’이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이다. 경남도 마찬가지다. 산청·의령·하동·함양·고성·창녕·거창·밀양·함안 등 11곳이 위험지역이고, 합천과 남해는 지수 0.2 미만의 고위험 지역으로 꼽혔다.

전국적으로도 소멸 위험에 진입한 시·군·구(기초자치단체) 수가 해마다 증가세다. 2013년 75곳에서 지난해 85곳, 올해 89곳(전체 228곳의 39.0%)으로 늘어났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위험지역이 100곳을 웃돌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역대 정부는 지방문제를 해결하려고 여러 조치를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백약이 무효’인 꼴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개선은 고사하고 더 나빠지는 형국이니 실망스럽다.

관건은 역시 지방의 활력과 자립도를 크게 높이는 것이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환경, 일자리 많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어야 출산율과 인구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려면 산업·경제적 기반과 생활·문화 등의 거주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마땅하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시혜 베풀듯이 예산만 안겨준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지역 실정과 특성에 맞는 종합적인 대책이어야 효과가 있다. 지방분권과 아울러 지역균형발전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