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전광판 앞에서 딜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 발표 이후 코스닥 가격이 연신 상승세다. 이런 현상은 최근 규제 리스크로 패닉에 빠진 가상화폐 시장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이에 일각에서는 코스닥이 가상화폐 규제의 덕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부 투자자들은 정부가 가상화폐를 죽이고 코스닥을 살려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다는 주장도 한다.

#코스닥 상승하자 가상화폐 곤두박질

1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지난 16일 두드러졌다. 이날 코스닥지수가 16년 만에 900선을 돌파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로 지수가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62포인트(1.08%) 오른 901.23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02년 3월 29일(종가 927.30) 이후 15년 9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장중 900을 넘은 것도 2002년 4월 1일(장중 고가 924.40, 종가 877.00) 이후 처음이다.

전날 890선을 돌파한 지수는 이날 2.38포인트(0.27%) 내린 889.23으로 개장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세를 업고 상승 반전했다. 이후 장 막판으로 갈수록 오름폭을 더 키워 장중 최고가로 마감했다.

기관이 723억원, 외국인은 451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상승에 앞장섰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코스닥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만 982억원어치를 팔았다.

반면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2시59분 1731만원까지 떨어지며 연저점 기록을 세웠다. 이는 올해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 6일 2661만6000원 대비 34.9% 하락한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7시30분에는 1900만원 중반대에 거래됐지만 내리 하락세를 보이며 오후에는 1700만원 초반대로 주저앉았다.

#큰손 중첩…어차피 개미는 휘둘리는 시장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은 “정부가 가상화폐를 옥죄니 코스닥이 힘을 받는다” “코스닥 가상화폐 투자금이 한 곳서 나온다는 말이 사실인갑다” “투레기들아(투자 쓰레기들아), 코스닥으로 고고”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투자자들의 이런 주장처럼 실제 투자업계에서는 코스닥 시장과 가상화폐 시장 내 투자자가 중첩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예로 연말에 잠시 장이 주춤했을 때 코스닥 시장 자금이 빠져나가 가상화폐 시장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금과 완전히 반대의 해석이다.

가상화폐 투자자는 3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거래대금도 각 거래소별로 6조~7조원을 호가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에 유입된 자금 규모는 20조~3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런 막대한 자본이 다 어디서 나왔겠냐”는 반응이다. 결국 코스닥 투자자들의 자금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라는 이야기다. 마침 가상화폐 규제가 강화하면서 신규 거래가 중단된 사이 코스닥이 활기를 띠어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가 결국 가상화폐와 코스닥 시장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코스닥 기업의 상당수가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이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가상화폐주들이 정부의 입장 발표에 따라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논리가 득세하자 일부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힘이 빠진다”는 반응이다. 뭐가 됐든 결국 정부의 정책에 호응하는 투자업계의 큰손들이 시장을 좌우하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한 가상화폐 투자자는 “개미 투자자의 대부분 돈 없는 청년이다. 가상화폐 큰손이 결국 코스닥을 주무르는 큰손이라면 개미들은 그들의 사고 팔고 결정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이만큼 불합리한 시장이 어디 있냐”고 푸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뭐가 됐건 돈만 벌면 그만이다”며 “정부가 아니라 큰손 눈치만 보면 된다는 거다. 더 동향 파악에 신경 써야 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