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종의 전쟁’ 포스터

지난 8월 15일 개봉한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웰메이드 블록버스터 ‘혹성탈출’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인간과의 공존을 믿었지만 가족과 동료들을 잔혹하게 잃은 유인원의 리더 시저와 인류의 존속을 위해 인간성마저 버리는 인간 대령의 대립을 그린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인간적인 비인간(유인원)과 비인간적인 인간의 대결이다.

어느 한 쪽의 전멸이 없다면 끝이 나지 않을 전쟁이, 이번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 막을 열고 또 내린다.

영화 속에서 대립하는 시저와 대령, 두 인물의 대비도 흥미롭다. 인간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이름을 가진 ‘시저’와 그 이름 조차 잃고 ‘대령’으로 불리는 인물이 보여주는 대립구도는 의미심장하다. 때문에 ‘인간적인 유인원’과 ‘야만적인 인간’이라 칭할만하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 ‘시저’에게는 단적인 변화가 보인다. 다름 아닌 ‘단호한 감정’이다. 과거 공존을 믿고 바라왔던 유인원 시저는 이번 영화에서는 단호하게 “널 죽이러 왔다”고 외친다. 타자에게 가족을 잃은 한 생명체의 외침이라면, 이정도 단호함은 가져야 마땅하다.

진화한 유인원은 생각하고 감정을 표현하고 언어 능력도 습득하면서 인간 같은 존재로 점차 변해간다. 지성뿐 아니라 감성적인 면에서도 유인원들은 ‘인간적’이다. 자신들을 공격한 인간에게 평화를 제안하고, 말하는 능력을 잃은 인간 소녀 노바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한다.

이에 반해 인간들은 점차 퇴화해 야만적인 존재가 돼간다. 야만적인 존재로 점점 변해간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무자비한 살육을 서슴지 않는 대령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내재한 야만성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인간과의 공존을 믿었던 시저는 가족의 죽음을 겪으면서 분노에 불타올라 복수에 나서고 대령과 대립하는 과정에서도 자비심과 동물적인 분노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한다.

이 영화는 근대서구사회를 관통했던 ‘이성’에 낙관론을 꿰뚫고 또 뒤집어 보여준다. 만일 역사가 이성에 의해 진일보할 것이라는 믿음이 아직까지 유효하다면 그 이성이 단연 ‘인간’만의 것일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 이 영화는 그렇게 말하는 듯 싶다.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줄거리

퇴화하는 인간 VS 진화하는 유인원

전 세계에 퍼진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로 인해 유인원들은 나날이 진화하는 반면, 살아남은 인간들은 점차 지능을 잃고 퇴화해 간다.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던 진화한 유인원의 리더 시저(앤디 서키스)는 유인원들을 몰살하려는 인간군 대령(우디 해럴슨)에 의해 가족과 동료들을 무참히 잃고 분노한다.

진화한 유인원이 언젠가 인간을 지배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인간성마저도 버려야 한다는 대령과 더 이상의 자비와 공존은 없다며 가족과, 자유와, 터전을 위해 전쟁에 나서게 된 시저.

종의 운명과 지구의 미래를 결정할 피할 수 없는 전쟁.

과연, 최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