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거 규칙이 엄격하기로 이름난

-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참선수행

- 젊은 스님들과 하루 10시간 정진

-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고 걸으며

- 나는 이순간 얼마나 행복한가

- 행복은 어디 있는가 깊은 생각

범어사 주지를 지낸 여여선원(부산 연제구) 주지 정여 스님(70)이 일흔 나이에 동안거를 마치고 돌아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1일까지(음력 1월 15일) 석달 간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동안거를 지낸 정여 스님을 여여선원에서 만났다. 안거 기간 동안 스님의 화두가 된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칠순이 되면서 나를 돌아보고 정진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어 19년 만에 동안거에 들어갔습니다. 쌍계사 금당에서 3년 결사하고, 시중 포교를 나온 뒤로는 처음이었죠. 도심에서도 정진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힘듭니다. 젊은 스님들 사이에서 나머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안거는 승려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금하고 참선을 중심으로 수행에만 전념하고 정진하는 것을 말한다. 여름의 안거는 '하안거'(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 겨울은 '동안거'(음력 10월 15일부터 다음해 1월 15일까지)라 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종립 선원으로, 이름 높은 수행 도량인 봉암사. 산문을 폐쇄해 관광객의 출입을 막고 불자와 스님만 출입할 수 있는 고요한 수행 사찰이다. 어느 사찰보다 안거의 규칙이 엄격하다. 정여 스님이 봉암사를 동안거 사찰로 선택한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힘은 들어도 종립 선원에서 수행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사회에서 말하는 '좋은 대학에 입학한' 기분과 비슷합니다. 이 때문에 봉암사에서 수행한 스님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남다릅니다." 정여 스님은 봉암사 서당에서 40명 정도의 30, 40대 젊은 스님들과 하루 10시간씩 정진했다.

정여 스님은 오랜만에 산속으로 들어가 온전히 자연의 품에서만 지내는 체험을 했다. "서당 왼쪽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때 묻지 않은 자연이 계곡과 연결돼 있었습니다. 늦가을 아무도 밟지 않은 낙엽 솔잎을 밟으며 맑은 계곡을 따라 걷는데 자연이 얼마나 행복함을 안겨주는지, 다시 한번 고맙고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정진하다가 짬을 내 하늘을 보면 별이 총총 떠 있었습니다.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십자성…. 그동안 포교한다고 자연을 잊고 살았구나 싶었습니다."

엄격하기로 유명하다는 봉암사 안거의 하루는 어떨까.

봉암사 동안거는 새벽 3시에 시작된다. 스님은 2시20분에 일어나 세수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새벽 3시부터 5시까지 정진한 뒤 5시40분 아침 공양을 한다. 오전에 잠깐 포행(산책)을 하는 등 여유를 가진 뒤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다시 정진한다. 11시10분에 예불을 하면 곧이어 11시20분 점심 공양을 한다. 점심을 먹고는 포행하거나 차를 마신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정진하고, 4시40분 저녁 공양을 한다. 마지막으로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정진하고 9시30분에서 10시 사이에 잠자리에 든다.

동안거 동안 정여 스님은 '행복'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글을 쓸 수도, 책을 읽을 수도, 휴대전화를 쓸 수도 없는 기간 중 딱 하루의 휴일이었던 음력 정월 초하루, '행복'을 위한 발원문을 썼다.

'내 안에 내 마음 안에 행복이 흘러넘쳐서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소서. 내 마음 안에 행복이 흘러넘쳐서 가정을 행복하게 하소서.…이웃을 행복하게 하소서.…이 나라를 행복하게 하소서.…온 세상을 행복하게 하소서.…동물들도 새들도 행복하게 하소서.…나무들 풀들 꽃들도 행복하게 하소서.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스님은 "행복 바이러스 전파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은 이미 우리에게 와 있습니다. 욕심 등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 때문에 이미 와있는 행복을 못 느끼고 사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탓하지 말고 내 안의 행복 사랑 기쁨을 느끼도록 돕고 싶습니다."

정여 스님은 6대 종교(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의 지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부산종교지도자협의회 회장이다. 종교지도자협의회는 해마다 삼일절과 광복절을 특별히 기리고 있다. 올해도 오는 28일 오후 3시 여여선원에서 '3·1절 기념 평화기도회'가 열린다.

"대통합, 비폭력, 세계평화사상이 내재된 3·1운동의 정신"은 최근 우리 사회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정여 스님은 "나라가 어지러운 상황에서 3·1운동 정신을 계승하고,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상기해 자주 독립 국가로 살아가자는 의지를 다지겠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