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시험 공화국'이다. 유치원부터 초·중·고·대학교 입학은 물론 입사(入社)·승진까지 끊임없이 시험을 치른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수능 70만, 토익 200만, 공무원 시험 45만여 명이 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있단다. 지난 연말 방송된 EBS '교육 대기획 시험 6부작'을 엮은 이 책은 시험의 본질을 묻는다. '시험에 인생을 저당 잡힌 우리에게 시험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심해본 적 있을까? 시험은 과연 우리의 실력을 공정하고 정당하게 평가하고 있는가?' 등이다. 우리 사회를 장악한 시험의 문제를 짚고 새로운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 책의 흥미로운 내용 중 하나는 서울대 학생의 공부 방법을 연구한 '베스트 러너 프로젝트' 결과다. 높은 학점을 받는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교수의 말을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필기하고, 이러한 필기를 바탕으로 강의 내용을 완벽하게 암기했다. 수업에 대해 생각·분석해 비판적 태도를 갖기보다는 수동적으로 교수의 생각을 흡수한다고 지적한다. 

이 책의 결론은 명확하다. 정답만 찾는 시험형 인간으로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긴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없다는 것. 창의성은 없고 획일화된 지식만 가진 인재는 결코 미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프랑스, 독일, 중국, 인도 등 전세계 교육 현장을 탐사하고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 시카고대 제임스 헤크먼(경제학)을 비롯해 하버드대 에릭 마주르(물리학), 예일대 로버트 스턴버그(심리학) 교수 등 유수 학자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를 직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