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회 말 네번째 타석 3루타 폭발
- 24년 만에 구단 세 번째 기록
- 롯데, 한화 상대로 14-5 대승

그야말로 오윤석의 날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오윤석이 KBO리그 최초로 만루홈런을 동반한 사이클링히트(1루타, 2루타, 3루타, 홈런)를 달성하며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웠다. 외국인 투수 애드리안 샘슨은 시즌 처음으로 두 경기 연속 승리 투수가 되며 거인의 가을야구를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 3회 말 무사 1, 2루에서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가 1타점 2루타를 치고 2루에서 세이프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롯데는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14-5로 크게 이기며 4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지난 3일 한화전 1회 말 첫 타석에서 초구에 홈런을 터트린 오윤석은 이틀 연속 불을 뿜었다. 앞선 두 타석에서 2루타와 안타를 친 오윤석은 세 번째 타석에서 데뷔 첫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5회 말 네 번째 타석에서 3루타를 터트리며 리그 역대 일곱 번째로 네 타석 만에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했다. 5이닝 만에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것은 최소이닝 타이 기록이다.

2015년 육성선수로 롯데에 입단한 오윤석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2군)에서 시작했다. 지난 6월 3일 처음으로 1군에 콜업된 오윤석은 당시 2군에서 17경기 타율 0.316 4홈런 19타점으로 물오른 타격감을 보였다. 정훈의 부상 이탈과 한동희의 부진으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최근엔 안치홍의 부상과 부진을 틈타 주전 2루수로 자리를 잡고 있다.

오윤석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사이클링히트 기록은 꿈도 꾸지 않았다. 네 번째 타석에서 친 타구는 2루타 정도로 생각했는데 더그아웃에서 계속 뛰라는 소리가 들려 젖먹던 힘까지 짜내 달렸다. 3루에 안착하고 보니 올 시즌 2군에 내려간 순간이 떠오르며 순간 울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거인 타선은 4회 말과 8회 말을 제외하고 매 이닝 점수를 뽑았다. 1회 말 오윤석의 2루타로 포문을 연 롯데는 2사 2, 3루 상황에서 이병규가 적시타를 터트리며 선취점을 뽑았다. 롯데 방망이는 2회에도 식지 않았다. 선두 타자 딕슨 마차도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폭투로 무사 2루 득점 기회를 만든 롯데는 2사 후 오윤석이 적시타를 터트리며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3회 말엔 타자 일순하며 빅이닝을 만들었다. 선두 타자 이대호가 바뀐 투수 김종수의 초구를 치며 나갔고 이병규의 안타로 무사 1, 2루 득점 찬스가 오자 한동희가 2루타를 터트리며 이대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마차도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든 롯데는 김준태의 적시타로 한 점을 추가했다. 다시 만루에서 오윤석이 화룡점정을 찍었다. 오윤석은 초구 슬라이더를 잡아 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개인 1호 만루 홈런이자 두 경기 연속 홈런.

5회 말에도 거침없었다. 선두 타자 민병헌이 안타를 치며 출루하자 오윤석은 우중간을 꿰뚫는 타구를 날린 뒤 1루와 2루를 돌아 3루에 슬라이딩으로 안착했다. 이 장면은 오윤석 활약의 백미였다. 6회 말에도 안타를 추가한 오윤석은 8회 초 수비 때 김동한과 교체됐다. 이날 5안타 7타점을 쓸어 담으며 데뷔 최고의 경기를 펼친 오윤석은 1987년 정구선과 1996년 김응국 이후 구단 역대 세 번째 사이클링히트도 달성했다.

선발 투수 샘슨은 5이닝 동안 총 85개의 공을 던져 9피안타 7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7승째를 기록했다. 특히 올 시즌 7승 가운데 한화에게서만 4승을 챙기면서 ‘한화 킬러’로 자리 잡았다. 5회 초 2사까지 1실점으로 잘 던진 샘슨은 노시환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한 게 옥의 티였다.

최근 6경기에서 5승 1패를 거둔 롯데는 이날 두산 베어스에 진 6위 KIA 타이거즈를 한 경기 차로 추격했으며 5위 두산과는 세 경기 차를 유지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

▶부산(4일) 한화 010 021 001 5 롯데  216 021 20X 14 ▷승 = 샘슨(7승 10패) ▷패 = 박주홍(3패) ▷홈런 = 노시환 10호(5회 2점, 한화) 오윤석 3호(3회 4점, 롯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