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女 1000ｍ 결승 최민정·심석희
- 마지막 바퀴 돌다 외곽서 충돌
- 두 선수 작전 겹쳐 최악의 결과
- 男 5000ｍ 계주선 임효준 ‘꽈당’
- 한 바퀴 이상 차이나 추격 실패

“넘어지지만 않으면 금메달.” 세계 최강 대한민국 쇼트트랙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민정(왼쪽)과 심석희가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ｍ 결승에서 서로 부딪혀 넘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가장 걱정했던 일이 벌어졌다. 여자 쇼트트랙의 ‘쌍두마차’ 최민정(20)과 심석희(21)가 1000ｍ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충돌한 것이다. 역시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남자 5000ｍ 계주팀도 레이스 도중 넘어지는 악재를 당했다.

최민정과 심석희는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ｍ 결승전에서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남자 5000ｍ 계주 결승에서 넘어지는 임효준의 모습.

두 선수가 ‘전매특허’인 외곽으로 추월하기를 동시에 시도하다 서로 걸려 넘어졌다. 최민정은 다시 일어나 끝까지 레이스를 펼쳤으나 4위에 그쳤다. 심석희는 페널티를 받아 최종 실격 처리됐다.

이날 ‘대참사’는 9바퀴를 도는 레이스의 마지막 바퀴에서 일어났다. 심석희와 최민정은 나란히 3·4위권에 자리를 잡고 선두권으로 치고 나설 기회를 엿봤다. 2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3~5위는 심석희-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최민정 순이었다.

마지막 바퀴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맨 뒤에 있던 최민정이 주특기인 ‘외곽치기’로 속도를 끌어올렸다. 이때 심석희 역시 외곽으로 가속도를 붙여 치고 나가다가 최민정과 충돌했다. 둘은 힘겹게 일어나 레이스를 재개했으나 상황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이날 결승전의 패인은 ‘작전 실패’로 볼 수 있다. 최민정과 심석희 모두 초반에는 뒤쪽에서 경기를 하다 마지막 3바퀴를 남겨두고 외곽으로 빠지면서 스퍼트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두 선수의 작전이 겹치면서 한국 선수끼리 충돌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심석희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마지막 스퍼트 구간이 겹쳤다”고 아쉬워했다.

여자 쇼트트랙 1000ｍ 메달 행진도 이날 멈췄다. 한국은 그동안 1994 릴레함메르·1998 나가노올림픽 2연패(전이경)에 이어 2006 토리노(진선유)와 2014년 소치올림픽(박승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1000ｍ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남자 5000ｍ 계주 결승에서도 안타까운 상황이 재연됐다. 김도겸-곽윤기-임효준-서이라가 호흡을 맞춘 남자 대표팀은 초반 중국에 이어 2위를 달렸다. 선두에 바짝 붙어 추월 기회를 노리던 임효준이 23바퀴를 남겨두고 갑자기 넘어지고 말았다. 터치도 늦었다. 다음 주자 서이라가 임효준과 멀찌감치 있었던 탓이다.

서이라는 뒤늦게 터치를 하고 선두 그룹을 추격했으나 이미 한 바퀴 가까이 벌어진 간격을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

레이스 막판 한국은 오히려 앞선 3팀에 한 바퀴를 따라 잡히기도 했다. 결국 금메달은 막판 대역전극을 펼친 헝가리(6분31초971)에게 돌아갔다. 임효준은 1500ｍ에 이어 2관왕을 노렸으나 무산됐다.

계주에만 출전한 곽윤기와 김도겸은 빈손으로 대회를 마쳤다.

평창=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