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32)는 살아있는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이다. 이미 평창에서 동계올림픽 남자 5000ｍ 3연패에 성공했다. 2006 토리노올림픽을 기점으로 거머쥔 메달은 금메달 4개와 은·동메달 2개씩 모두 8개에 달한다.

	이승훈과 스벤 크라머가 24일 열리는 매스스타트에서 ‘장거리 황제’ 타이틀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친다. 왼쪽 사진은 크라머가 지난 15일 열린 남자 1만 ｍ 경기에서 역주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이승훈이 지난 21일 열린 남자 팀추월 준결승전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 AP 연합뉴스

이승훈(29·대한항공)도 아시아 빙속의 역사를 쓴 간판스타이다. 지난 21일 팀추월에서 2위를 한 이승훈은 2010 밴쿠버올림픽부터 4개의 메달(금 1·은 3개)을 수확했다.

두 거장이 24일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정면 대결한다. 크라머는 22일 강릉 라카이샌드파인 리조트에 있는 휠라 글로벌 라운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승훈은 막판 스퍼트가 좋은 선수다. 대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는 이승훈이다.

크라머는 “매스스타트로 국제대회에는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 국내대회 두어 번 나갔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흥미로운 대결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전날 한국의 팀추월 은메달을 이끈 이승훈의 리더십도 높게 평가했다.

밴쿠버올림픽부터 8년 동안 장거리 종목에서 이승훈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크라머는 ‘빙속여제’ 이상화(29)와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그는 “(이상화가) 500ｍ 2연패에 대한 부담과 부상을 이겨내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축하했다.

크라머는 5000ｍ 동계올림픽 3연패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면서 부진했던 1만 ｍ에 대해서는 “실망감이 컸다. 가장 힘든 종목이어서 부담도 컸다. 메달을 못 딴 것은 실력이기 때문에 인정한다”고 말했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아직 최고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크라머는 “얼마나 더 선수생활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더 하고 싶다”며 “스케이팅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팀워크 논란에 대한 질문에는 “경기를 봤다”면서도 “뭐라 말하긴 어렵다. 팀 경기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창=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