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혼성 단체전도 꼭 출전”

시속 100㎞ 이상으로 질주하는 알파인 스키 선수들은 잦은 부상에 시달린다. 슬로프에서 넘어져 뼈가 부러지기도 한다.

	22일 평창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회전 경기에서 한국의 정동현(왼쪽)과 김동우가 질주하는 장면. 연합뉴스

태극전사들이 무릎 인대 손상과 오른쪽 어깨 연골 손상의 악재에도 진통제를 맞고 출전하는 투혼을 보였다. 정동현은 왼쪽 무릎 내측 인대 파열 부상을 딛고 22일 용평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회전에 출전했다. 그는 지난 18일 남자 대회전 경기 중 심하게 넘어져 크게 다쳤다. 당시 경기장 구석까지 밀려나 촬영·경기 운영요원들과 부딪치기까지 했다.

정동현은 “(다친) 첫날엔 국소마취제라는 걸 맞았다. 마취가 풀리니 너무 아파서 기어 다녀야 했다. 지금은 치료를 받고 진통제를 먹어 괜찮다”고 말했다. 이날 정동현은 1·2차 시기 합계 1분45초07로 27위에 올랐다. 정동현은 “다리가 아프다기보다는 심리적 문제로 힘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며 “설면 상태가 울퉁불퉁하면 원래 힘을 제대로 줘야 하는데 (부상 탓에) 힘을 더 못 줘서 리듬을 잡기가 힘들었다”고 경기 내용을 돌아봤다.

김동우 역시 이날 경기를 마치고 “어제 훈련하다가 넘어져 오른쪽 어깨가 탈구됐다. 연골도 찢어졌다”며 “오늘 회전 경기는 진통제 주사를 맞고 마취한 채로 시작했다”고 부상 소식을 전했다. 이날도 무려 62명이 기문을 지나치거나 넘어져 경기를 마치지 못했다. 김동우 역시 1차 주행 도중 넘어져 실격됐다.

이날 회전 우승은 동계올림픽에 네 번째 출전한 안드레 뮈레르(36·스웨덴)에게 돌아갔다. 이날 뮈레르의 금메달엔 현재 월드컵 회전 랭킹 1위인 ‘스키 황제’ 마르셀 히르셔(오스트리아)와 2위 헨리크 크리스토페르센(노르웨이)의 실격이라는 행운도 따랐다. 히르셔는 1차 시기에서 미끄러져 실격했다. 1차 시기 1위 크리스토페르센은 뮈레르가 2차 시기 중간 선두로 나선 가운데 출전한 2차 시기를 완주하지 못했다.

한편 정동현과 김동우는 24일 열리는 ‘혼성 단체전’을 마지막 경기로 남겨두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부상과 상관없이 반드시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동현은 “지금 부상은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쉬면 좋아진다고 하고 많이 좋아져서 (스키를) 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우는 “더는 잃을 게 없으니 주사를 맞고 단체전에 출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