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제자 이승훈 속한 男 대표팀
- 金 놓치자 자기 일처럼 슬퍼하고
- ‘왕따 주행’ 노선영엔 홀로 위로
- 갈등 빚는 선수들 오가며 다독여

- 현역 땐 세계선수권서 金만 7개
- 작년 합류해 모든 노하우 전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는 두 명의 ‘형’이 있다. 남자 장거리의 간판 이승훈(30·대한항공)과 보프 더용(42·네덜란드) 코치다.

지난 15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 ｍ 경기에서 이승훈이 레이스를 마치고 보프 더용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이 형’ 또는 ‘밥데용’으로 불리는 더용 코치의 리더십은 포용과 따뜻함이다. 그는 지난 21일 ‘애제자’ 이승훈이 팀추월 금메달을 놓치자 모자를 벗어 던지며 자기 일처럼 아쉬워했다. ‘따돌림 스캔들’로 위기에 빠진 여자 팀추월을 일으켜 세운 것도 더용 코치였다.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여자 팀추월 경기 직후 눈물을 글썽이는 노선영(32)에게 더용 코치만 다가가 어깨를 다독였다. 그는 또 멀찍이 떨어져 앉은 김보름과 박지우에게도 다가가 얘기하면서 갈등을 풀려고 노력했다.

지난 21일 여자 팀추월 7·8위 결정전에서도 선수들보다 더 빛난 것은 더용 코치였다. 그는 후보 선수인 박승희와 함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덕에 논란의 중심에 선 세 선수는 조금씩 대화를 나누며 이전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더용 코치는 레이스를 마친 노선영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 위로하는 ‘큰 오빠’의 모습을 보였다.

더용 코치는 남자 팀추월 대표팀이 준결승에서 뉴질랜드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을 때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결승에서 노르웨이에 패했을 때는 허공에 발길질을 하고 쓰고 있던 모자를 바닥에 던지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더용 코치가 지난 19일 여자 팀추월 8강전 직후 고개를 숙인 노선영을 위로하는 모습. 연합뉴스

더용 코치는 따뜻한 인성뿐 아니라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줬다. 그는 선수 시절 동계올림픽 1만 ｍ에서 금메달 1개(2006 토리노) 은메달 1개(1998 나가노) 동메달 2개(2010 밴쿠버·2014 소치)를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무려 7개의 금메달을 거머쥔 빙속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난해 5월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노하우를 전수했다. 1500ｍ에서 ‘깜짝 동메달’을 따낸 김민석도 더용 코치의 ‘작품’이다. 김민석은 “더용 코치님은 동료라고 생각될 정도로 친밀하게 가르쳐주셨다. 그가 가진 경험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면서 “1500ｍ 경기 전에도 ‘긴장하지 않고 연습한 만큼만 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용이 형‘의 동생인 이승훈·정재원과 김보름은 24일 매스스타트를 앞두고 있다. 2010 밴쿠버올림픽 남자 1만 ｍ 시상식에서 금메달리스트 이승훈에게 목말 태워준 ‘용이 형’이 평창에서 또다시 동생을 목말 태우는 장면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