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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38> 발해의 땅으로 날아간 미국의 '가미가제' 폭격대

발해 사신 생사 걸었던 뱃길, 미 조종사 하늘길로 가로질러

'진주만 복수' 위해 귀환연료 없이 日 공습

폭격후 발해 유적 많은 연해주에 불시착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12-25 20:15:16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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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연해주에 불시착한 둘리틀 폭격대의 B-25기와 이를 지키는 옛 소련 병사들.
서기 727년에 시작된 발해와 일본의 공식적인 사절단은 발해 사신이 34회, 일본 사절이 13회나 파견되었다. 당시 일본에 왔었던 발해 사절단들은 최고의 학식을 갖춘 사람들로서 구성되었고, 평성경(平城京)에 거주하던 일왕과 일본 내 지식인들으로부터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발해는 일본에 귀한 모피를 주었고, 일본 지식인들과 수준 높은 한시를 주고받았다고 되어 있다. 일본의 답례품도 만만치 않았으니 누구나 발해의 사절단에 들어가길 바랐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리 녹녹치 않았다.

동해를 가로질러 연해주 남부에서 일본으로 간다는 일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727년에 파견된 발해사신 고인의(高仁義) 일행은 당시 일본의 적국이었던 도호쿠지방으로 표류된 바람에 에죠(蝦夷)에게 몰살당하고 8명 만 간신히 살아 돌아갔다. 두 번째 사절인 긍요덕(肯要德) 일행은 대사가 탄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40여 명이 수장되고 말았다. 계속 사신이 파견되면서 해로가 개발된 후에도 표류나 조난이 심심치 않았으니, 776년 한 해에만도 120명이 희생되었다. 이쯤 되면 남편이 사신으로 간다면 '저승사절단'이냐며 집에서 말렸을 법도 하다. 1998년에 1월에 통영출신 장철수 씨 이하 4명의 탐사단원이 발해 1300주년을 기념하여 이 길을 항해하다가 표류 끝에 오키제도에서 안타깝게 전원 모두 희생되었다. 아마 계절별로 변화무쌍한 동해의 해류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발해 사신은 동해를 가로질러 생사를 넘나드는 뱃길여행을 했다면 세계 제2차대전 때는 미국의 조종사가 이 길을 비행기로 가로질렀다. 바로 둘리틀 폭격대의 이야기다. 1941년 12월 7일은 일본의 기습적인 진주만 공격으로 자존심이 상한 미국인들은 전세와는 관계없이 일본에 다소 무모한 복수를 결정했다. 진주만 폭격 5개월 후인 1942년 4월 18일 둘리틀 중령이 이끄는 B-52 폭격대가 일본 폭격을 감행한 것이다. 폭격기 몇 대가 일본 본토를 폭격한다고 전세가 달라질 것은 없었으니 상징적인 복수였다. 하지만 문제는 연료로 당시 가장 대형 폭격기인 B-52라고 해도 다시 돌아올 연료를 탑재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본 폭격 후에 계속 서쪽으로 날아가서 당시 미국의 우방이었던 중국에 불시착하는 계획으로 결정되었다. 어찌 보면 가미가제 폭격대라고도 할 수 있는 다소 무모한 계획은 결국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 모두 16대의 B-25에 80명의 승무원이 참여한 이 공격에서 11명의 승무원이 전사 또는 포로로 잡혔고 폭격을 통해 50여 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부상했으니 실패한 셈은 아니었다.

그런데 둘리틀 폭격대 중 캡틴 요크가 몰던 폭격기는 연료가 빨리 고갈되는 바람에 중국으로의 항로를 포기하고 당시 중립국이었던 소련에서 급유를 하고 중국으로 날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서 가까운 연해주로 기수를 돌렸다. 다행히 동해를 가로질러 연해주에서 조그만 활주로를 발견해 무사히 착륙했다. 바로 블라디보스톡에서 동북쪽으로 60㎞ 정도 떨어진 파르티잔스크군의 졸로타야 돌리나에 있는 비행장이었다. 당시 중립국이었던 소련은 골치 아픈 일에 끼기 싫었는지 비행기를 압류하고 조종사들을 감금했다. 약 1년 반 뒤에 조종사들은 소련의 국경을 넘어 페르시아로 탈출했다. 공식기록은 탈출인데, 연해주에서 수 천 ㎞ 떨어진 곳까지 무사히 탈출했다는 게 조금 이상하다. 혹시 공식적으로는 탈출이라고 하고 조용히 제3국으로 풀어준 게 아닌지 모르겠다.

캡틴 요크의 비행기가 착륙한 곳은 바로 나홋트카 근처로 옥저와 발해 유적이 많이 발견되는 곳이다. 2003~2005년에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러시아과학원이 발굴한 불로치카 유적이 바로 둘리틀 비행단이 착륙한 곳의 코 앞에 있다. 필자도 몇 번 답사한 불로치카 유적으로 가는 길 근처였다. 한 번 차를 세우고 들러보고 싶었지만 '국가기밀'인지라 그냥 먼발치로 지나치고 말았다. 바로 발해의 사절단도 나홋트카에서 약간 남쪽인 염주성(크라스키노)에서 배를 타고 동해를 건너갔다.

둘리틀 폭격대에게 한국은 일본의 땅이었다. 그리고 발해와 옥저의 땅은 소련의 땅이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또 발해의 사신이 연안을 따라가지 않고 동해를 가로질러 갔던 이유는 당시 발해와 신라가 적대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북한 때문에 동해의 교류는 자유롭지 못하다. 언젠가 나라 간 반목이 없는 시대가 와서 동해가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장으로 태어나길 바란다.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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