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만 전문기자가 쓰는 조선대국 오늘과 내일 <4>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신공법으로 최대 '컨'선·해양구조물 '척척'

플로팅 독 2개…메가블록 공법적용 생산 증대

5년내 1위로…유럽 독점 여객선 시장도 '노크'

   
경남 거제시 고현만에 들어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이 회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바탕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및 해양구조물을 제작하며 조선 명가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조선대국으로 성장한 데에는 조선의 명가인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름다운 신 거제대교를 건너 14번 국도를 타고 고현방향으로 자동차로 10여분 달리면 왼쪽에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과 건조중인 선박들이 나타난다.

가로지산을 배경으로 고현만에 들어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대표이사 김징완)다. 이 업체의 입구는 말끔하게 단장돼 있다. 본관 앞에는 잘 가꿔진 많은 조경수와 남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해풍이 방문자를 맞이한다. 방파제가 없어도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유지하는 천혜의 입지도 이 조선소의 장점 중 하나다.

▲24척 대형선박을 동시 건조=100만 평의 드넓은 부지 위에 건설된 조선소는 연간 50척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4개의 독과 총길이 5.16㎞의 안벽에는 집채 만한 블록과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배들이 즐비하다.

왕복 2~3차선의 넓은 사내 도로를 따라 가면 선박 건조에 가장 효과적인 시설인 독과 강재 적치장, 블록장치장, 가공공장, 안벽이 질서정연하게 들어서 있다. 회사 곳곳에는 큼지막한 블록들이 탑재를 기다리고 있고 도로에는 각종 부품을 운반하는 차량들의 엔진소리가 바다를 가른다.

도로 오른쪽에 건설된 1독은 LNG(액화천연가스)선 전용이다. 이 곳에선 LNG선 건조가 한창이고 옆쪽에는 선박의 화물창을 만들기 위한 구조물 설치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드릴 쉽(해양시추선) 등 특수선을 주로 제작하는 인근의 2독에선 21만6000㎥ 규모의 LNG선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선박은 액화천연가스를 저장하는 화물창이 5개다. 현재 만들고 있는 LNG선 가운데 세계 최대규모다.

삼성중공업이 만드는 LNG선은 멤브레인 마크-Ⅲ 타입.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영하 163도로 냉각시켜 액체 상태의 천연가스로 저장하는 화물창 내부가 바둑판 문양을 띠고 있다. 이어 3독에선 대형 컨테이너선과 초대형 유조선(VLCC)이 지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조선 경쟁력은 6안벽 옆 3독에서 발견된다. 이 곳에서 근로자들이 92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건조에 여념이 없다. 지난 20일에는 세계 최대 크기인 9600TEU급 컨테이너선도 제작돼 명명식을 가졌다.

이처럼 조선소 내에서 건조중인 선박은 모두 24척. 5년내 세계 제1의 조선회사를 만들기 위해 2만여 임직원들의 땀이 조선소 곳곳에서 방울 방울 흐르고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해상크레인이 거대한 메가블록을 탑재하고 있다.
▲신공법으로 승부한다=삼성중공업은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부가가치가 높은 LNG선, 드릴 쉽 및 해양플랜트 설비가 주력이다. 이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며 선박의 역사를 새로 써나가는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육상의 독과 달리 해상에는 2개의 플로팅 독이 선박 건조에 사용되고 있다. 바다에 우뚝선 3600t급 해상 크레인을 이용해 선박을 제작한다. 육상의 골리앗 크레인은 870t의 블록만을 옮길 수 있지만 해상 크레인은 최대 2800t까지 가능하다. 배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200t급 블록 150여개를 붙여야 한다.

하지만 플로팅 독에서는 2500t급 메가블록 10여개만으로 선박을 만들 수 있다. 블록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메가블록 공법이 적용된 것이다. 거대한 블록 10여개를 제작한 뒤 해상 크레인을 통해 탑재하면 그만큼 독 회전율을 높여 생산량 증대를 가져 온다.

지난해에는 1안벽 끝쪽 해상에 들어선 제1 플로팅 독에 이어 7안벽 쪽에 해양구조물 전용의 제2 플로팅 독이 설치됐다. 이 곳에서는 러시아의 해상 가스설비가 제작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드릴 쉽 제작에서도 세계 시장의 65%를 장악하는 등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 배는 해수면에서 에베레스트산(29500피트)보다 깊은 3만5000피트의 유정까지 드릴 장비를 내려 원유와 천연가스를 시추한다. 또 12노트 이상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어 심해에서도 원유 존재여부를 빠른 시일내에 파악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드릴 쉽 13척을 건조했으며 6척을 수주한 상태다.

▲여객선 시장을 잡아라=올해로 창립 32주년을 맞는 삼성중공업은 지난 1977년 우진조선 인수를 시작으로 조선사업을 시작했다. 오일쇼크로 조선사업을 잠시 연기했던 삼성중공업은 건설 공정 50% 상태에 있던 작은 규모의 우진조선을 인수해 거제조선소 시대를 열었다.

이 회사는 1998년 그리스 최대의 여객선사인 미노안사로부터 2만8000t급 여객선 6척을 건조해 유럽 조선소가 독점해온 대형 여객선 시장에 진출했다.

삼성중공업은 2500명이 탈 수 있는 8만7000t급 대형 여객선 건조를 위해 기본설계를 마쳤다.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여객선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나서 유럽업체들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 박중흥 전무의 '중국 따돌리기 전략'

- "기술개발·선종 다각화로 거센 도전 이겨내야죠"

   
"몇 년 전 중국이 눈부신 경제발전을 통해 한국의 조선업을 10년 이내에 따라 잡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앞으로 중국이 우리나라를 넘어서려면 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기간동안 우리는 중국의 추격권에서 더 멀리 벗어나야 합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기본설계 담당 박중흥(52·사진) 전무는 29년간 조선업계에 몸담은 최고의 베테랑이다. 그는 "우리나라 조선업 발전의 핵심요인으로 유능한 인력을 가장 먼저 꼽은 뒤 잇따라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신공법과 고난도 기술로 인해 우리나라가 향후 상당기간 세계 조선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무는 우리의 독주 체제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로 유능한 인력과 함께 선종 다각화를 들었다.

"과거의 주력 선박이었던 컨테이너선과 탱커 및 벌크(화물)선만 계속 지었다면 중국의 추격기간이 크게 단축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 조선소들이 초대형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 LNG선, 드릴 쉽 등 최고의 기술을 요하는 선박으로 주력 선종을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같은 요인 때문에 중국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다 해도 일본의 시장 수요를 우선적으로 잠식한 뒤 한국의 최대 경쟁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해외 업체들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고 조선강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 없는 기술 개발과 부가가치가 높은 선종 다양화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삼성중공업은 국내 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부가가치가 낮은 벌크선 건조를 포기했다. 대신 LNG선과 드릴 쉽 및 해양구조물 제작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또 민간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예인수조를 대덕연구소내에 설치해 선박의 건조 능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 수조는 길이가 400m로 현재 짓고 있는 가장 큰 배(길이 350m)보다 길고 너비 14m 깊이 7m에 이른다. 삼성중공업은 이 수조에서 각종 모형 실험을 통해 선박의 성능 향상을 꾀하고 있다.

박 전무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 성장세가 지속됨에 따라 원유 곡물 철광석 등의 물동량이 많아 해운업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운업은 조선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호황을 맞고 있는 조선 시황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과거에는 보통 2년치 일감을 확보했으나 현재에는 4년치 작업물량을 수주한 것도 조선업의 호경기 지속에 큰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생산 인력이 국내 조선소 가운데 가장 젊고 박사급 이상 고급인력만도 100명 이상을 보유해 전망이 밝다"며 "기술과 품질로 승부해 척당 가격이 10억 달러가 넘는 FPSO(부유식 원유생산 저장설비)선을 비롯해 20만 ㎥ 이상의 대형 LNG선 등에 치중하는 데 이어 얼음을 깨고 운항하는 쇄빙선류(탱커, 컨테이너선, LNG선)에도 진출, 기술적 수요 선점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 나눔 경영으로 주민 사랑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지역을 대표하는 업체답게 '나눔 경영'을 통해 주민들과 상생을 실천하는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사회봉사단을 창단한 뒤 1년간 2100회 자원 봉사를 실시하며 지역사회 발전과 복지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봉사단은 환경, 청소년, 장학, 시설봉사부 등으로 나눠져 있다.

삼성중 거제조선소 직원들은 매년 농촌마을과 결연을 통해 난방용 유류 지원에서부터 농번기 일손 돕기와 수지침 놔주기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봉사단은 아름다운 경로당 꾸미기 행사도 기획해 거제시내 250여개 가운데 78개의 시설을 보수했다.

또 이 회사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은 방과후 교실을 개강해 밤이면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이들은 거제지역 4개 중학교와 연계해 학생들의 학력 향상에 힘쓰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장애우들에게 재활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한 장애우 문화탐방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지난 95년 봉사단 창립 이후 지난 7월까지 삼성중공업 직원 57만 명이 참가했으며 기금만도 60억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