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의 주범인 도조 히데키(사진) 전 일본 총리 겸 육군대신이 야스쿠니 신사 합사 기준을 어기고 안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조 총리가 지시한 전장 근무로 인해 사망한 군인·군속에 한해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토록 한 기준을 어긴 것이다.

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조 전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전장 근무로 인해 숨진 군인 군속에게만 야스쿠니신사 합사의 영예를 주도록 엄명을 내린 사실이 육군기밀문서 통달에서 밝혀졌다. 이 통달에 따르면 도조 전 총리는 자신이 내린 야스쿠니 신사 합사 자격에 부합되지 않는 셈이다.

문서는 전쟁터에서의 전사자, 부상자 외에 특별합사 대상자로 전지에서 말라리아, 콜레라 등 유행병으로 사망한 사람, 전지에서 중대 과실에 의하지 않은 부상 또는 질병으로 숨진 사람, 전지 이외 지역에서 전쟁 근무에 종사하다 부상 또는 숨진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다. 사망의 원인이 전쟁 근무에 직접 기인하고 있는지 여부를 철저히 심사하도록 한 내용으로, 도조 전 총리를 포함한 14명의 A급 전범들은 합사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초기인 1869년 도쿄쇼콘샤로 설립된 이후 국가를 위해 전쟁터에 나가 종사한 군인 군속을 '전신(戰神)'으로서 기리는 신사다. 따라서 전후 사형 또는 구치소 수감 중 사망한 A급 전범의 합사는 전시 중 기준 은 물론 오랫동안 지켜져온 '야스쿠니의 원칙'에서도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도쿄신문은 지적했다.

도조 전 총리의 차남인 데루오(91) 씨는 "육군대신으로서 그런 문서를 낸 것 뿐으로, 당시 전쟁터에 나가지 않은 사람은 야스쿠니에 못간다는 것은 상식으로, 아버지도 자신이 합사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6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언제라도 참배해도 괜찮지만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9월까지의 임기내 참배를 거듭 시사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61주년을 맞아 현지를 방문 중인 고이즈미 총리는 기자단 질문에 이 같이 답하면서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다짐에서 전몰자에 애도의 마음을 표시하는 것으로 아무런 문제도 아니다"는 평소 주장을 되풀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