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뽀짜툰'의 채유리 작가(39)가 국제신문 페이스북을 통해 받은 독자들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시즌 4와 시즌 5 사이 휴재기간 8개월 동안 작가님은 봉구를 입양한 것 외에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꽤 오래 쉬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박**)
▶시즌4를 지난해 2월 끝내고 국내 여행을 다니는 '여행툰'을 생각했어요. (여행을)두 번 갔다왔는데 그 다음에 이사하고, 얼마 안 있어 봉구를 만난 거죠. 애들 뒤치다꺼리하다보니 여행은 무슨….단행본 작업하다보니 가을에 시즌5 연재를 시작하게 됐네요. 그래서 여행툰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웃음)
-집에서 키우는 냥이들과의 에피소드라 소재가 제한적일 것 같습니다. 소재 고갈에 시달려 그만 연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으신지요. 또 언제까지 연재하고 싶으신지요. (박**)
▶그만 연재하고 싶다는 생각은 정식연재 전에 이미 했어요. 2003년 뽀짜툰을 처음 그리기 시작한 뒤 (네이버)베스트 도전만화에 10년 가까이 있어서 정식연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없었어요. 책이나 하나 냈으면 하는 희망이 있었는데, 다음 웹툰리그에서 우승해 정식연재를 하게 됐어요. 소재를 모아 재구성해서 연재를 시작했죠. 지금은 소재가 떨어질 만한 상황에서 봉구가 들어왔고요. 이제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일년에 한 시즌씩이라도 가늘고 길게 가고 싶어요.
-뽀짜툰을 항상 즐겨 보는 독자입니다. 어느샌가 저에겐 일상의 활력소가 되어버렸습니다. 뽀짜툰 만화를 보다 보면 작가님은 고양이 외에도 다른 많은 동물들을 사랑하시는데요. 혹시 기회가 된다면 키우고 싶으신 동물이 있나요? 그리고 고양이 외에도 만화로 그려보고 싶으신 동물이 있는지요?ㅎ(권**)
▶정말 키우고 싶은 동물은 말인데(웃음) 여건상 여러 가지 힘이 들어서….나이도 말의 수명을 생각하면 내가 말보다 먼저 죽을 것 같고.(웃음) (말이 왜 좋으세요?) 저는 동물 중에 말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말을 좋아했어요. (실제로 본 적이 있나요?) 그런 적은 별로 없는데, 어렸을 때 외화 '말괄량이 삐삐'에서 삐삐가 말을 타고 다녔잖아요. 삐삐가 교실 칠판에 실제 크기로 말을 그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되게 인상적으로 봤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꿈이 많은 동물들을 키우면서 걔들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었어요. 말은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나 싶고. 큰 개도 키우고 싶은데 마당이 있어야 해서….(강아지를 같이 키우는 것은 어떤가요?) 그건 좋죠. 소재도 많고 재미있을 것 같은데, 다섯 마리에서 더 늘리기는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니까….
-만약에 고양이들이 5분 동안만 말을 하고 알아 듣는다면, 뽀짜쪼포봉들에게 각각 가장 하고싶은 말들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S*******)
▶포비한테는 '제발 좀 누나 괴롭히지 말고 평화롭게 살자'. 얘가 작년부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짜구를 괴롭혀요. 짜구가 약하고 덩치도 작은데…. '누나 나이가 13살이니 지금 노년을 살고 있는데, 제발 좀 누나 괴롭히지 말고 평화롭게 살자'고 하고 싶다. 봉구도 이하동문. '누나야들 나이가 많거든. 그러니까 괴롭히고 싶으면 형아야만 괴롭히고 뽀또 누나야 그만 덮치자.' 뽀또, 짜꾸는…아픈 것은 얘네가 말을 알아들어도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물 많이 먹고. 고양이가 수분 섭취가 부족해서 병에 많이 걸리거든요. 물 많이 먹으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냥이들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거나 속상하셨을 때가 언제에요? 아가 똥국자일이려나….ㅎㅎㅎ(조**)
▶제일 힘들 때가 아플 때죠. 딱히 애들이 어디가 아프다고 말을 못하니까 내가 잘 못해주는 건 아닌가싶죠. 속상할 때는 포비가 짜꾸 누나 괴롭힐 때. 어릴 때는 잘 지냈는데 작년부터 이상하게 애가….
-혹시 또 봉구 같은 버려진 아기냥을 발견하면 어떡하실지요?(루**)
▶안보기를 바라야죠. 눈감고 다녀야 되요. 꼬물꼬물거리는 그런 애가 있으면 외면하기가 정말…(기자 보며)외면하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나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런 애가 있으면 어떻게든 뭐라도…내가 외면해버리면 얘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봉구를 처음에 데려왔을 때 그 화에 엄청난 댓글이 달렸어요. '부모생각은 안하냐, 불효녀다, 고양이보다 부모를 먼저 생각해라.' 그런데 실은 저희 부모님께서 그것에 대해서 힘들어 하시지는 않아요. 엄마한테 물어봤어요. '내가 고양이랑 따로 나가살기를 바라나' 아니면 '같이 살면서 가끔 몇년에 한 번 사고를 치는 것을 바라나'.(웃음) 엄마가 둘 중에 선택을 해야 되냐 안하면 안되냐고 얘길 했었는데. 이런 일이 없는 게 좋지만 정말 내가 돕지 않으면 안되는 생명을 만난다면 데리고 올 것 같아요. 데리고 와서 더 이상 식구를 늘릴 수 없으니까 입양을 보내야죠. 그런데 입양을 보내는 게 보통일이 아니니까 웬만하면 안만나기를 바라야죠. 입양을 보내는 게 너무 힘들어요.
〈작가와의 일문일답〉
26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에 있는 채 작가의 집에서 약 2시간 가량 인터뷰가 이뤄졌습니다.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언제입니까.
▶만화 그림체를 그린 것은 어렸을 때였어요. 9살 많은 언니가 자기 짝이 캔디 그림 그리는 걸 보고 따라 그렸는데, 저는 언니 따라 그렸어요. 3살 때부터 그렸대요. 만화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요. 만화는 천재들만 한다고 생각해서 엄두도 못냈어요. 웹툰도 없던 시절이니. 워낙 외딴 시골에 살아서 만화방도 없었고 만화 볼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TV도 집에서 못보게 했었죠. 제가 초등학생 때 오빠가 고3이라고 TV를 장롱에 집어넣어버린 거예요. 만화 보고 싶어서 장롱을 열어 브라운관 TV 꺼내다 넘어뜨려 혼나고…(웃음).
-농장에 살던 시절을 좀더 이야기해주세요.
▶경북 경산의 농장에서 17살까지 살았는데, 집이 폭삭 망하면서 또다른 대구 변두리로 가 비닐하우스를 짓고 살았어요. 전 제 고향집을 사랑했어요. 여기서 떠난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어요. 그래서 떠날 때 되게 힘들었어요. 부모님은 더 힘드셨고요. 고향 농장에서는 농사도 짓고 가축도 키웠어요. 개, 토끼, 돼지, 닭, 거위, 오리, 쥐, 꿩도 키운 적 있고요. 아버지가 동물을 좋아해 여러 가지 동물을 많이 키웠어요. 말 빼고는 다 키웠네. 말만 키우면 원(願)이 없을텐데…(웃음).
-어렸을 때도 동물과 함께 생활하셨네요.
▶그렇죠. 늘 동물들이 있었으니까요. 돼지 출산하는 것도 엄청 많이 봤고요. 돼지가 새끼를 낳으면 탯줄 자르고 새끼 이빨도 잘라야 되거든요. 공장식 축산의 안타까운 면인데 새끼 돼지가 젖을 빨면서 어미 돼지 젖이 상할 수 있으니…. 아버지가 돼지 주사놓을 때 초등학생이었던 제가 앞다리, 뒷다리 딱 잡고 있었죠. 각각 9살, 7살 터울이었던 언니, 오빠는 학교 다니고 공부해야 되니까 일을 안시키고 막내가 제가 주로 불러 다녔죠. 제가 농사일 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어요.
-처음 만화를 그린 것은 언제였나요.
▶고등학생 때 교회 회지에 그렸어요. 반항심에 가출한 소녀가 아빠가 아픈 걸 알고 돌아오는 '돌아온 탕자' 이야기였죠.
-스토리라인이 있네요. 책을 많이 읽으셨나요?
▶어렸을 때 언니 보라고 산 계몽사 동화전집이 집에 있었는데 오빠랑 제가 많이 봤어요. TV도 장롱에 집어넣어서 할 게 없으니까 집 주변 공동묘지에 강아지 풀어서 놀러다니고, 할 게 없으니까 책 읽고.
-미대(경북대 시각디자인과 졸업)는 어떻게 가게 된 겁니까.
▶그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고등학교때 집이 망하면서 포기했었죠. 고등학교 가을 축제에 미술부 애들이 작품 전시한 걸 보며 '나도 미술하면 여기 내 그림을 걸 수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뒤 스케치북에 혼자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엄마가 다시 미술을 하라고 했어요. 빚을 내서라도 돈을 대주겠다고. 고2 말에 다시 미술을 시작한 거죠. 감사하게도 학교 선생님 소개로 미술학원을 반값에 다닐 수 있었어요.
-그 뒤 웹툰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서울에 디자이너로 잡지를 만들러 올라갔는데 잡지 계획 자체가 무산됐어요. '뭐라도 해보자'면서 서울에서 버티고 있었죠. 제가 교회 주보에 연재하던 만화를 본 한 교회에서 자신의 사이트에 연재해달라고 했죠. 웹툰 정식 연재는 2013년에 했으니 얼마 안됐어요. 그때까지 웹툰 작가가 될 거라는 생각은 별로 못했어요. 일러스트가 제 주된 벌이였고 뽀짜툰은 틈틈이 그리는 취미에 가까웠죠. 독자들이 기다려주니까 끊기지 않고 그렸고요. 2013년 정식 연재하면서 삶이 많이 바뀌었죠. 지금은 웹툰 작업이 주가 됐죠. 벌이도 한결 나아졌고 뽀자툰을 통한 팬시, 이모티콘 등 2차 작업들도 하고 있으니 감사하죠. 제 삶이 10년 단위로 바뀌었어요. 17살에 집이 망했고 27살에 서울에 올라갔고 37살에 정식데뷔를 했으니.(웃음)
-2006년 부산에 내려온 뒤 올해로 꼭 10년이 지났네요. 부산에서 주로 다니시는 곳이 있는지.
▶돌아다니는 성격이 아니라 제가 사는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거나 1년에 1,2번 집 앞의 다대포 해수욕장에 가요. 영화 보러 남포동에 가요.
-목요일 연재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월요일까지 콘티짜고 스케치해 놓아야 하고 화·수요일은 채색 작업을 하며 마감하죠..
-생활툰을 그리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을까요.
▶봉구를 데려온 에피소드에 나온 친구에 대해 좋지 못한 댓글이 달려 그 친구한테 미안했어요. 사실 제가 봉구를 보호소에 맡긴 것을 비난하는 댓글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정반대의 댓글이 많았어요. 댓글을 틈틈이 확인하는데, 지적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조심스워요. 그래도 좋은 댓글이 많으니까 그런 댓글 보면서 치유가 되죠.
-고양이가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장면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그리다보면 그냥 그렇게 연상이 돼서…. 사실 고양이가 제3자, 독자의 입장에서 말하는 걸 대신하는 역할도 있어요. 그렇게 안하면 나의 '자뻑'으로 멈춰버릴 수 있기 때문에 얘들이 중재를 해주는 거죠. 그런 이야기를 얘들(고양이)이 하면 상처가 안되니까요.
-뽀짜툰은 고양이 이야기뿐 아니라 작가님의 삶, 부모님과의 이야기도 눈길을 끕니다.
▶부산에 내려와 부모님과 함께 살고 고양이를 키우면서 서로 조금 더 이해하고 관계가 좋아졌어요. 부모님만 계시면 적적하고 적막강산일 텐데 고양이가 있어서 재미있고 활력도 있고 웃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작품도 구상하고 계신가요?
▶어린 시절 제 경험을 각색해 그렸던 '산골소녀 맹이'를 리메이크하는 등 몇 가지 구상이 있는데, 10년 간 뽀짜툰 그림체가 너무 손에 익어서 어떤 그림체로 해야 될지 고민이에요.
-지금 98화까지 연재됐는데, 100화까지 연재 뒤 휴재기 동안 어떤 계획을 하고 계신지.
▶단행본 작업도 해야 되고 뽀짜툰에 나왔던 '담장 위 작은 동화'를 발전시켜 처음으로 아이들을 위한 그림 동화책을 그릴 예정이에요. 외모와 상관 없이 모두가 귀한 존재라는 이야기입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고양이가 귀한 만큼 다른 동물들도 귀하고 내가 싫어하고 혐오했던 동물도 소중한 생명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벌레도 내가 죽일 권리가 있나 생각했고 가축들 복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죠. 작은 생명들이 좀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뽀짜툰이 독자에게 어떤 의미이기를 바라나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고, 누군가의 일상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창간기획]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design/m_littletern202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