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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이야기<93>독일 탈원전, 스리마일원전, 체르노빌원전에 대한 최근의 팩트체크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9.05.13 16:19
최근 ‘정태춘 박은옥 40주년 콘서트’에 다녀왔다. 공연 내내 가슴 벅찼고, 울컥하게 만드는 대목도 곳곳에 있었다. ‘92년 장마, 종로에서’라는 곡의 가사 중에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라는 대목이다. 환경기자로서 제법 기자생활을 했던 필자로서는 특히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라는 구절에 울컥했다. 그런데 요즘 일부 보수언론의 행태를 보면 시민이 호소하는 취재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문제가 아니라, 자사이익을 위해 실상을 왜곡하는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이익집단’으로 변한 지 오래라는 사실이다. 그 중 최근 묵살하거나 왜곡된 이슈와 이에 대한 팩트를 체크해본다.

●‘스리마일섬원전, 6월부터 폐로결정 외신기사’ 한줄 소개하지 않는 일부 보수언론

AP통신(2019.5.8)은 ‘스리마일섬원전 폐로 추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미국 스리마일섬원전의 소유주인 엑셀론이 펜실베니아주로부터 재정적인 구조를 받지 못할 것이 확실해 보이자 다음 달 1일부터 스리마일섬1호기의 계획된 폐쇄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국내 보수언론은 말이 없다. 2014년에 스리마일섬1호기가 가동시한을 20년 연장해 2034년 ‘환갑’이 될 때까지 가동하게 됐다고 대서특필해오던 터이다. 자사의 이익에 불리하다 싶으면 사실 자체를 아예 묵살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지난 10일 ‘잘가라! 스리마일핵발전소! 경제성 떨어지는 핵발전의 몰락’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내놓았다. 성명서의 핵심내용은 이렇다.

‘엑셀론이 스리마일1호기를 다음 달 1일부터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1979년 스리마일2호기 사고 이후 지역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리마일1호기를 재가동했으며 수명연장 승인까지 추진해 2034년까지 운전이 가능했으나 이를 포기한 것이다. 이는 경제성 때문이다. 최근 셰일가스와 재생에너지 가격인하로 핵발전의 경제성이 급격히 하락해 엑셀론은 2017년 5월 이미 스리마일1호기 폐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의회는 기존 주 정부의 ‘탄소 프리 에너지’ 지원프로그램에 핵발전 추가 법안을 상정해 스리마일핵발전소와 주내 4개 핵발전소에 약 5억 달러를 지원하려고 했으나 법안개정이 반대에 부딪혀 교착상태에 빠지자 엑셀론이 폐쇄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미국의 경우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노후 핵발전소 폐쇄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 핵발전소 98기를 운영중인 미국은 35%가 수익성이 없거나 폐쇄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핵발전에 보조금 지급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간 핵산업계의 말과 달리 핵발전은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 또한 처분방법이 마땅치 않은 핵폐기물문제는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핵산업계와 보수언론, 보수야당은 연일 핵발전이 기후변화의 대안이며,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핵발전 위주 전력정책을 포기하고 탈핵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이런 논란을 겪으면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찬핵진영은 거짓 지식으로 국민들을 현혹하는 일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엑셀론은 스리마일1호기 해체와 사용후핵연료 제거에 60년 동안 1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사고가 일어난 2호기도 사고 직후 바로 해체하지 않고 1호기 해체와 함께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2호기 해체는 2041년에 시작해 2053년에 완료할 예정이다. 엑셀론은 스리마일핵발전소 직원 중 엑셀론의 다른 사업장으로 이직할 의향 있는 675명의 직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국제NPO ‘핵을 넘어서(Beyond Nuclear)‘ 홈페이지의 체르노빌사고 ‘체크팩트’ 가이드.
●NPO ‘핵을 넘어서(Beyond Nuclear)‘, 체르노빌사고에 대한 ’팩트체크’ 가이드 제공

국제 NPO인 ‘핵을 넘어서(Beyond Nuclear)’는 13일 자로 ‘체르노빌의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크’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www.beyondnuclear.org). 가이드에 소개된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4호기의 폭발 및 화재사고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원폭 때보다 최소 200배나 더 많은 방사능이 누출됐다. 1992년까지 1만3000명이 사망했고, 이 추정치는 5만 명까지 올라갔다. 2010년까지 야블로코프 박사 등은 사망자 수를 11만2000명에서 12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언론보도는 종종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의해 만들어진 ‘2003-2003 체르노빌포럼 보고서’를 인용한다. IAEA는 체르노빌 사망자가 9000명 일 것이라고 하는 자신들의 데이터조차 무시하고 벨라루스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미래에 치명적인 암 사망자가 4000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두 수치 모두 엄청난 과소평가이다. 이 보고서는 체르노빌 사고로 방사선 수치는 낮지만 만성적으로 노출된 나머지 국가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은 더 많은 인구를 무시했다.

알렉세이 야블로프 박사 등 옛 소련 과학자들의 종합적인 분석에서는 5000명 이상의 러시아인을 조사한 결과 거의 백만 명이 체르노빌로 인해 조기사망하게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안 페어리 박사가 작성한 ‘토치(TORCH) 보고서’(체르노빌에 대한 다른 보고서)는 체르노빌사고로 전 세계적으로 3만 명에서 6만 명의 암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벨라루스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고농도 오염지역에 최소 500만 명이 살고 있고, 안전하지 않지만 덜 오염된 곳에 400만 명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WHO(세계보건기구)를 믿지 못한다고 한다. 1959년 5월 28일 WHO는 IAEA와 협정을 맺어 그날부터 핵발전과 관련된 WHO의 모든 조치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IAEA가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IAEA의 본질은 전 세계에 원자력의 평화, 건강, 번영에 대한 공헌을 가속화하고 확대하는 것으로 원자력에 대한 마케팅과 홍보가 주 임무라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에 잠재적 방해가 되는 것들, 가령 심각한 건강문제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원전사고 같은 것은 IAEA에게는 매우 불편한 진실이다. WHO는 이미 원전마피아들에게 굴복돼왔다. 체르노빌과 같은 핵재난 결과 노출된 방사선의 위험을 평가하고 조사하는 권한을 효과적으로 차단당해온 것이다. 이것이 건강에 대해 WHO가 내는 결과보고서의 신뢰도를 평가절하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체르노빌포럼 보고서가 IAEA의 통제와 WHO의 효과적인 침묵에 의해 장악된 ‘물타기 보고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이 아직도 신뢰할 만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에 그들의 신뢰할 수 없는 수치가 언론보도를 비롯해 많은 곳에 계속 인용되고 있는 게 문제다.

2007년에는 WHO를 IAEA 손아귀에서 해방시킬 것을 목표로 하는 ‘독립적 WHO 만들기 운동’이 생겼다. 이 그룹은 제네바의 WHO 밖에서 10년 이상 지속적인 감시를 해왔다. 이 그룹은 지금 다른 전략에 중점을 두면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의 민간인 핵재앙뿐만 아니라 군사적 핵실험 결과를 포함해 모든 방사성물질 희생자의 단기 및 장기 건강피해에 대한 진실이 알려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WHO는 아직도 IAEA와 그 의제에 족쇄가 채워진 채 남아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전환은 독일의 장기 에너지와 기후변화 전략이다’며 독일의 에너지전환 현황을 소개한 책자 전망-독일에너지전환(2018).
●재생에너지 확대 과제 제시한 슈피겔지 보도, 한국의 에너지전환 발목 잡는 기사로 둔갑

에너지전환포럼은 조선일보의 지난 9일 자 <‘탈원전은 값비싼 실패’…독일서도 ‘밑빠진 독’ 비판> 제하의 기사가 악의적이라고 판단, ‘가짜뉴스 바로잡기’에 나섰다.

조선일보 기사의 주장은 ‘독일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지만 원전 대체 에너지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기요금의 거듭된 고공행진으로 탈원전 정책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비효율로 전력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에너지전환포럼은 ‘팩트체크 보도자료’를 냈다. 이에 따르면 ‘전력뿐만 아니라 건물, 수송, 산업까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전환을 위한 과제를 제시한 독일 슈피겔지 보도내용이 한국의 에너지전환을 발목잡는 기사로 둔갑했다. 슈피겔지에는 전기요금 언급도 없고 재생에너지 단가 하락으로 독일은 2018년 오히려 전기요금 줄어들었다’는 것이 팩트라는 것이다. ‘독일은 지난해에 이미 2020년 재생에너지 전력비중 목표 35%를 초과달성한 40.6%를 기록했다.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80~95% 감축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이며, 최종에너지 중 25%인 전력 외 65%의 수송, 건물, 산업 에너지를 전환해야한다. 송전 인프라 확보, 정치적 의지, 강력한 에너지부처 등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 슈피겔지 기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슈피겔 기사는 전기요금 상승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에너지전환이 전력만이 아니라 산업, 수송, 건물 등 모든 에너지 사용 부문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더 빠른 에너지전환을 위해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을 주문하면서 전반적으로 에너지전환의 선구자였던 독일이 늦게 출발한 다른 국가들이 에너지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에 대조적으로 빠른 진전을 보여주고 있지 못한 원인을 점검하고자 하는 기사를 국내 보수언론이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가 비효율적이라는 내용이나 현재 대체 에너지원이 부족하다는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더욱이 현재 독일이 전력 부족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독일은 전력을 수출하는 나라이다. 2018년 독일 전력 수입량은 9.1TWh, 수출량은 44.4TWh로 순전력 수출량이 53.5TWh라는 것이다. 게다가 슈피겔지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려는 정치적 의지의 부족을 지적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확산이 느려지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지금 점검을 통해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함을 지적하고 건물, 산업과 수송의 에너지전환을 포함하는 에너지전환 2.0을 시작할 필요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왜곡된 기사는 ‘전기요금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으며, 전기요금의 상승이 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한데 대해 에너지전환포럼의 바로잡기는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언급은 기사 내용에 없었으며, 독일 에너지전환의 실패가 우려되는 이유로는 전기요금이 아닌 아래와 같은 이유들이 언급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스템적 한계로 ①독일이 ‘원자력을 포기하기로 선택할 당시 석탄을 함께 퇴출하기로 결정하는 것에 실패’해 석탄발전이 재생에너지발전과 공존하는 이원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한계 ②이로 인해 ‘그 어떤 정권도 하나의 강력한 에너지부처를 구성하지 못하고 총리, 환경부(재생에너지), 경제부(석탄)가 권한을 나누어’ 에너지전환에 통일된 노력을 이루어나가지 못하는 한계 ③독일에서는 영국과 달리 ‘풍력발전시설 운영과 송전망 연결의 담당이 다른’ 시스템적 한계로 풍력발전 운영자와 송전망 운영자가 달라서 별개로 진행되다보니 풍력발전 전기를 송전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 독일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한 팩트체크를 살펴보자. 2010-2018년 독일 가정용 전기요금 데이터를 살펴보면, 2010~2013년 사이 전기요금은 상승세를 보이지만, 2013년도 이후로는 요금이 정체되고 2018년에는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높아짐에도 전기요금이 정체되고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는 재생에너지가 세계시장의 주력 에너지로 성장하면서 단가가 하락한 결과임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2022년부터는 FIT(발전차액지원제도) 보조금이 종료되는 설비가 늘어나고, 그 설비에서 값싸게 전력을 공급하게 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전력요금은 오히려 줄어들 전망이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느리게, 늦게 에너지전환에 들어선 한국에게 이런 변화는 더욱 낮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전환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결론적으로 슈피겔지의 보도는 독일이 현재까지 전력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에는 성공하고 있으나 보다 중요한 에너지전환 목표인 기후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성공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2050년까지 1990년 배출한 온실가스의 80~95%까지 감축하려면 전력뿐 아니라 산업, 수송, 건물 전 에너지 분야에 걸친 에너지전환이 필요하고, 관련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에너지전환 성공을 위해서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전환에서 후발주자라는 불리한 상황이지만 급속히 하락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단가 등의 유리한 조건을 활용하고 독일의 교훈을 잘 참고 한다면 오히려 더 빠른 에너지전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말 우리나라의 보수언론은 좀 더 국민을 위해, 미래를 위해 제대로 보도를 할 수 없을까? ‘다시는 다시는 기자들을 기다리지 말자’, 정태춘의 노래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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