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menu search

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이야기 <70> 대만 탈원전 국민투표 결과의 해석법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2018.11.26 14:23
25일 새벽 국내 뉴스에 ‘대만, 국민투표로 탈원전 정책 폐기 통과’라는 제목의 뉴스가 잇달아 떴다. 연합뉴스는 ‘전력 불안 대만, 국민투표로 탈원전 정책 폐기해’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는 ‘대만 지방선거 민진당 참패…탈원전 법 폐기 국민투표 통과’, 한국경제는 ‘문 정부가 벤치마킹한 대만, 국민투표로 탈원전 폐기’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팩트는 11월 24일 대만에서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국민투표(주민투표) 10건 가운데 ‘모든 원전을 2025년까지 전부 운전정지해야 한다는 전기사업법 조항(95조 1항) 폐지에 동의하느냐’는 제안이 통과했다는 사실이다. 2016년 대선에서 “2025년까지 원전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2017년 1월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의 가동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조항을 집어넣었으며 대만에 있던 총 6기의 원전 중 4기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현재 대만 총전력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6.1%에서 지난해 8.3%로 줄었다.

국내에서는 대만의 국민투표 결과가 마치 탈원전정책 포기에 대한 투표 하나만 있는 양 이것을 대만이 LNG·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생산 부족과 전력난으로 전력수급 불안에 시달리는 대만인의 민의가 반영된 것(연합뉴스)으로 해석하거나, 자유한국당 의원의 말을 빌어 정부가 직접 국민투표를 실시해서 탈원전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세계일보)까지 제시되고 있다. 대부분 우리나라 언론은 대만의 탈원전 에너지전환정책이 추진될 때는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보도가 이뤄지지 않았다.

네이버를 검색해보면 이번 대만의 국민투표 결과 10개 안건 중의 한 건인 탈원전 전기법안 개정 법안 폐지 하나를 놓고 마치 대만이 이제부터 탈원전에너지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단편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국내 네이버에서 검색된 대만 국민투표 관련 기사(왼쪽)와 일본 야후를 통해 검색한 일본에서의 대만 국민투표 관련 기사.
이웃나라 일본 야후를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와 달리 이상할 정도로 대만의 탈원전 전기법 개정 법안 폐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일본 수산물수입금지 통과, 대만 이름의 국제스포츠행사 참가 신청 부결에 대한 기사뿐이다. 우리나라나 일본에는 이번 대만 국민투표에서 화력발전감소, 석탄화력 중단 등 에너지전환정책에 동의하고 있다는 기사나 심층해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럼 여기서 이번 대만의 국민투표에 대해 전체적인 내용을 좀 더 알아보자.

에너지정의행동이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번역해 소개한 대만 국민투표 결과.
에너지정의행동(대표 이헌석)이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번역해 이번 대만 국민투표 결과를 소개해 놓았다. 이번 대만의 국민투표에는 모두 10건의 국민투표 안건이 나왔는데 결론은 2025년까지 모든 핵발전소 정지를 규정한 전기법 개정안 폐지를 비롯해 화력발전 감소, 석탄화력 중단,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는 통과됐고, 동성애 인정과 2020년 대만이란 이름으로의 국제스포츠 행사 참가 신청 건은 통과하지 못했다.

대만 국민투표 안건은 총통선거 유권자(만 20세 이상)의 0.01% 서명을 받은 이후 전체 유권자(만 18세 이상)의 1.5%(약 28만 명)의 서명이 있으면 가능하다. 국민투표 결과 총투표권자 중 유효동의자 비율이 1/4(25%) 이상이면 결과를 인정한다. 즉 통과된다. 대만 정부는 국민투표 결과를 반영한 법안을 3개월 안에 입법원(국회)에 제출해야 하며 이후 법안에 대한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이번 국민투표에는 제7~16안까지 총 10개의 안건이 투표에 붙여졌는데 이중 에너지와 안전에 관한 건이 4건이었다.

이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제7안 ‘화력발전소가 매년 생산하는 전력량을 연간 평균 1% 이상 줄이는 데 동의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투표수 1078만50명, 투표권자수 1975만7067명으로 투표율 54.56%, 투표권자 중 유효동의자 비율 40.27%로 통과했다. 또한 제8안 ‘새로운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과 확장을 중단하는 에너지정책 수립에 동의하느냐’는 안건에 투표권자 중 유효동의자 비율 38.46%로 통과했다. 제9안은 ‘후쿠시마현을 포함해 4개현 등 3·11 일본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 피해를 입은 지역의 농산물과 식품 수입을 금지하는 정부 조치를 유지해야 하는데 동의하느냐’는 안건에 투표권자 중 유효동의자 비율이 39.44%로 통과했다.

그리고 제16안이 ‘모든 핵발전소를 2025년까지 전부 운전 정지해야 한다는 전기사업법 제95조 제1항 폐지에 동의하는가’ 하는 안건이다. 여기에는 투표권자수 1975만7067명 가운데 투표율 54.83%로 투권자중 유효동의자 비율 29.84%(찬성 589만5560명, 반대 401만4215명)으로 통과했다. 이 안건은 다른 안건에 비해 찬반이 엇비슷했다.

이번 국민투표에서는 제10안 ‘민법상 결혼 규칙에 따라 결혼이 남성 여성의 조합으로 제한되는데 동의하느냐’는 안건도 38.76%로 통과한 반면, 제13안 ‘2020년 도쿄올림픽을 포함한 모든 국제행사에 대만이란 이름으로 참가 신청하는데 동의하는가’ 하는 안건은 17.75%로 통과하지 못했다.

이러한 대만의 국민투표 결과를 두고 각 나라 언론마다 보는 눈이 다양하지만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 언론의 쏠림현상이 심한 걸 느낄 수 있다.

대만 국민투표 결과를 소개한 자유시보(2018.11.25) 기사 캡처.
그런데 대만의 국민투표 결과 2020년까지 원전제로 법안이 폐지되었다고 대만의 탈핵정책이 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에 따르면 25일 대만 정부 대변인 라오스 요타카가 밝힌 국민투표에 대한 입장은 다음과 같다. 국민 여론을 무시하지 않고 국민 투표를 존중하며 전력정책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전기사업법 제95조 1항(2025년까지 모든 핵발전소 가동 중단)은 폐지되지만, 제1발전소(친산1,2호기-이미 폐쇄), 제2발전소(만샨1,2호기), 제3발전소(가오슝 1,2호기)의 수명연장은 힘들다. 제4발전소(룽먼1,2호기)의 경우 상업운전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의 2025년 비핵가원(非核家園, 핵발전소 없는 국가) 목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법률은 없어졌지만 2025년 원전제로는 법률이 없어도 시행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국민투표를 주도한 이핵양록(以核養綠) 국민투표 추진그룹은 이런 정부 발표에 대해 2020년 총통선거와 연계해서 제4핵발전소 건설 재계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이미 폐기된 란위섬 핵폐기장 문제도 다시 국민투표에 붙이겠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대만에서는 ‘탈원전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만의 경우 2025년 탈원전에너지전환정책은 크게 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규 원전 건설을 허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민투표에 붙여진 것은 ‘모든 핵발전소를 2025년까지 전부 운전 정지해야 한다는 전기사업법 제95조 제1항 폐지에 동의하는가’ 하는 안건이기 때문이다. 즉 이 경우 2025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기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 못한다는 말이기에 다소 시간을 갖고 추진하는 ‘단계적 탈핵’ 추진과는 상충하지 않는다. 대만 법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는 폐기기간 5~15년 전에 가동 연장 신청서를 제출해야하고 평가기간도 4~5년이 걸린다. 앞으로 원자력수요가 그리 크지 않기에 결국 에너지전환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대만의 국민투표에서는 ‘대기오염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화력발전을 매년 1% 감소한다’에 국민이 동의한 것은 현 대만 정부의 방침과도 일치한다. 또한 일본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 피해를 입은 지역의 농산물과 식품수입을 금지하는 안이 통과된 것도 식량안보, 일본 먹거리에 대한 지속적인 검사, 유지라는 대만 정부 입장과도 나란히 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이와 관련한 심층보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언론을 보면서 진보 보수의 색깔에 따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바람직한 일이지만 의도적으로 팩트 비틀기를 해 국가 전체의 이익, 국민의 여론을 호도하는 일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대만의 국민투표 결과 뉴스를 들으면서 이제는 뉴스의 행간을 읽어내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김해창 경성대(환경공학과) 교수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페이스북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