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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1139> 김천 인현왕후길

가파른 오르막… 숲속 바람 쐬며 쉬엄쉬엄
글·사진=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 2019.08.2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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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과 경계지점에 솟은 수도산
- 짙은 숲·계곡 연결 8.3㎞ 코스
- 해발 고도 500~800m 넘나들어
- 주요 지점마다 안내판과 이정표
- 헷갈리지 않고 길 찾을 수 있어

- 무흘구곡 중 으뜸 용추폭포 시원
- 인근 아늑한 청암사도 둘러볼 만

경남 거창과 경북 김천의 경계에 솟은 수도산(修道山·1313m)은 덕유산 향적봉(1614m)과 직선거리로 21㎞, 가야산(1430m)과 13㎞ 떨어져 있다. 두 명산의 중간에 자리한 수도산은 빼어난 산세와 조망으로 찾는 발걸음이 많은 산이다. 수도산에서 가야산으로 가는 수도가야 종주는 산을 좋아하는 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해발 1200m 안팎의 고지를 걷는 수도가야 종주는 장쾌한 조망과 짙은 숲, 단조로움을 깨는 바윗길의 재미가 더해져 지리산 종주에 비길 정도다. 그런데 이 종주 산행의 한 가지 단점은 물이 귀하다는 것이다. 지리산이나 덕유산에서와 달리 능선에서는 물을 구할 수 없어 보통 산행 출발지점인 수도암에서 물을 넉넉히 준비하고 나선다. 하지만 1300m를 넘는 높은 산의 자락에 물이 없을 리는 없다. 능선에는 물이 귀하다지만 수도산은 북쪽 자락에 깊은 계곡을 새기고 무흘구곡의 명승을 품에 안았다.
인현왕후길은 크게 초반의 숲길, 후반의 계곡 길로 나뉜다. 수도산에서 북쪽으로 흘러내린 해발 800m 높이 지 능선의 비탈을 따라 조성한 숲길은 고도가 높은 데다 나무가 울창해 여름에도 더위를 피해 걸을 수 있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수도산 자락의 짙은 숲과 깊은 골을 연결해 걷는 김천 인현왕후길을 찾았다. 수도산 북동쪽 자락의 물이 모여 불령동천으로도 불리는 옥동천을 빚어냈다. 옥동천은 역시 수도산과 단지봉 북쪽 자락을 적시는 대가천에 합류해 동쪽으로 흘러 성주를 거쳐 고령에서 낙동강에 흘러든다. 조선 중기 학자인 한강 정구 선생이 남송 때 주희가 노래한 무이구곡을 본받아 지었다는 무흘구곡의 1~5곡은 성주 땅에, 6~9곡은 김천 땅에 있다. 인현왕후길은 무흘구곡의 마지막 명소인 제9곡 용추폭포를 거친다.

이 길은 이름에서 보듯 조선 숙종의 두 번째 비였던 인현왕후와의 인연을 살려 조성한 트레킹 코스다. 숙종과 장희빈 사이에서 벌어진 권력과 사랑 싸움에 밀려 기사환국 때 서인으로 강등된 인현왕후가 3년간 머물며 복위를 기다린 곳이 수도산 청암사다. 비구니 사찰이자 승가대학이 있는 청암사는 인현왕후길 경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수도산 등산로도 예전에는 청암사와 수도암 두 곳에서 시작됐는데 지금은 수도암을 거쳐서만 올라갈 수 있다. 수행 환경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인현왕후길은 초반의 숲길과 후반의 계곡길로 크게 구분된다. 이 길은 해발 고도가 가장 낮은 곳이 500m대 중반이고 최고 지점은 800m에 가깝다. 출발 지점인 수도리 주차장이 벌써 해발 720m에 달한다. 기온이 30도를 훌쩍 남는 한여름에도 숲길에서 바람을 만나면 살짝 흐르던 땀이 금세 마른다.

인현왕후가 지냈던 거처가 불탄 후 100여 년 전 새로 지은 극락전.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인현왕후길을 걸은 뒤 가까운 청암사를 찾아보자. 청암사에서는 ‘불령산 청암사’란 현판을 볼 수 있다. 불령산은 수도산의 다른 이름으로 선령산으로도 불린다. 고목이 울창한 숲길을 걸어 경내에 들어서면 저절로 발걸음을 조심하고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대웅전과 진영각 등 크지 않은 규모의 법당과 석탑이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인현왕후가 지냈다는 극락전은 화재 후 100여 년 전 다시 지었는데 예전 사대부 집안의 기와집 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인현왕후길 입구로 올라가는 도중 만나는 안내판.
이번 코스는 경북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 주차장에서 출발해 수도암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수도 녹색 숲 모티길 갈림길을 지나 수도암 가는 길에서 갈라지는 인현왕후길을 걷는다. 인현왕후길은 주요 지점마다 전체 개념도와 현 위치 표시가 있어 편리하다. 임도를 따라 잇단 쉼터 겸 포토존을 지나 청암사 갈림길~용추교~용추폭포~출렁다리~용추소공원~소폭포를 거쳐 수도리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원점 회귀 코스다. 전체 거리는 8.3㎞ 정도로 소요 시간은 3시간 안팎이다. 갈림길이 거의 없는 데다 조금이라도 헷갈릴 만한 곳에는 안내판과 이정표가 설치돼 있어 길을 따라가기는 어렵지 않다.

무흘구곡 최고의 경치이자 마지막 제9곡인 용추폭포.
수도마을 버스 종점이 있는 수도리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도로를 따라 수도암 방향으로 올라간다. 모티길 갈림길을 거쳐 곧 인현왕후길 입구가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높이 변화가 거의 없이 산비탈을 따라가는 편한 임도다. 서쪽으로 불룩 솟은 수도산이 눈에 들어온다. 길은 산의 굴곡에 따라 들고나는데 모퉁이를 돌면 쉼터와 인현왕후 스토리텔링이 담긴 안내판이 서 있다. 포토존 겸 쉼터 5곳을 거친 뒤 완만한 내리막을 30분가량 가면 정자가 있는 갈림길에서 임도는 청암사 방향으로 이어지고 인현왕후길은 정면의 계단으로 살짝 올라갔다가 곧바로 꺾어져 내리막이다. 20분 정도면 수도마을로 올라가는 도로와 만나고 용추교를 건넌 뒤 상류로 올라간다. 제8곡인 와룡암과 제7곡인 만월담이 용추교 조금 하류에 있다.

물놀이로 더위를 씻는 피서객이 가득한 계곡을 따라 걷는다. 피서객의 말소리와 차량 소음은 계곡의 물소리와 매미 울음에 묻힌다. 계곡을 바로 옆에 두고 걷다가 조금 멀어지면 곧 용추폭포가 나온다. 전망대에서 20여 m 높이의 폭포를 바라보며 땀을 식힌 뒤 덱 탐방로를 이어 올라가 출렁다리를 건넌다. 용추소공원부터는 도로 옆 덱 탐방로를 따른다. 탐방로 중간의 계단을 내려가면 10m 높이의 폭포가 있다. 다시 올라와 20분 정도 더 올라가면 출발했던 수도리 주차장에 닿는다.


◆교통편

- 김천터미널~수도마을 가는 시내버스 하루 2회만 운행, 승용차·산악회 이용이 편리

이번 코스는 출발 지점인 수도마을이 워낙 오지이다 보니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상당히 어렵다. 김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수도마을로 가는 시내버스는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하루 2회만 운행한다. 상대적으로 시내버스 운행이 잦은 증산면 소재지로 가서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증산면사무소에서 수도마을까지는 7㎞ 정도 거리다. 증산면 소재지가 김천 시내에서 40㎞나 떨어져 있어 이동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승용차나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안내산악회에 동행한다면 청암사를 둘러보기는 어렵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경북 김천시 증산면 수도길 1168-3 수도마을회관을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하면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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