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위 많고 사계절 경관 아름다워
- 월출산 등과 함께 호남 5대 명산
- 진죽봉·구룡봉·아육탑 등 신비
- 산행 시작 후 불영봉까지 코스
- 가파른 오르막 많아 숨 가쁘지만
- 나머진 무난하게 걸을 수 있어

전남 장흥에는 월출산보다 작지만 월출산에 버금갈 정도로 기암괴석이 많은 산이 있다. 불영봉 구룡봉 아육탑 등 수십 개의 기암괴석이 솟아 있는데 그 모습이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 같다’하여 천관산이라 불린다. 봄에는 진달래와 동백이 붉게 물들고 가을에는 억새와 단풍 등이 노란 물결을 이룬다.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내변산과 함께 호남 5대 명산으로 불릴 정도로 경관이 아름다워 1998년에는 도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에도 이름을 올렸다. 날씨가 좋을 때는 광주의 무등산은 물론 제주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고려 시대 불교가 전성기를 이룰 때는 89개의 사찰이 있었다 하니 상서로운 기운을 어찌 말로 다 풀어내겠는가.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가을 억새 철을 앞두고 억새와 기암괴석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천관산을 찾았다.

천관산의 최고봉인 연대봉을 지나 환희대로 가는 길은 억새와 기암절벽을 동시에 만날 수 있어 최고의 경치를 자랑한다. 왼쪽부터 대장봉(환희대) 천주봉 대세봉 관음봉 등이 이어진다.

산행은 천관문학관 주차장에서 시작해 잇단 전망대~불영봉~연대봉~구룡봉~의상암지~탑산사 큰절~반야굴~탑산사 주차장~천관산 문학공원~관광안내소~천관문학관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코스다. 총산행거리는 약 7㎞에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30분가량 걸린다.

천관문학관 주차장에서 이정표를 따라 숲으로 들어간다. 불영봉까지 1.3㎞ 구간은 가파른 오르막이 많아 숨이 가쁘지만 이 구간만 벗어나면 편안한 산행을 할 수 있다. 잇단 전망대가 나온다. 거대한 바위 밀집지를 지나 바위로만 이뤄진 불영봉에 닿는다. 왼쪽 내리막은 포봉과 탑산사 주차장으로 이어진다. 그대로 직진해 연대봉(1.5㎞)으로 향한다.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야자 매트가 깔려 있어 한결 걷기가 편하다.

환희대로 가는 길에 만난 억새군락지.

수동마을 갈림길을 지나 연대봉까지 직진한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원래 이 길은 숲이 우거지고 큰 나무가 많아 오르기 힘든 곳이었다”며 “임진왜란 때 왜구가 배를 만든다고 나무를 베어버리면서 억새가 자라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상부에 성(castle)처럼 보이는 연대봉의 봉화대가 보인다. 이 길은 유명 억새군락지인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과도 닮았다. 연대봉에 가까워지자 억새가 황금빛 물결을 준비하고 있다. 저 멀리 기암절벽이 뾰족하게 솟아 있다. 봉화대 오른쪽으로는 양근암(1.0㎞), 장천재 주차장(3.2㎞)이, 직진하면 환희대(1.0㎞), 닭봉 헬기장(0.6㎞), 탑산사 큰절(1.6㎞) 쪽으로 이어진다. 천관사 산행이라 하면 장천재 주차장에서 올라 연대봉, 환희대를 거쳐 노승봉 쪽으로 내려가 원점 회귀하는 코스가 일반적이지만 본지는 2003년 11월(근교산&그 너머 364회)에 다뤄 이번에는 코스를 달리했다.

진죽봉을 배경으로 선 취재팀.

감로천 갈림길을 지나 억새군락지 갈림길에서도 곧장 앞으로 나아간다. 왼쪽으로 0.5㎞ 떨어진 곳에 닭봉이 있다. 약 400ｍ를 더 가면 환희대가 나오는데 좌우로 펼쳐진 기암괴석을 살피기에 좋다. 갈림길에서 탑산사 주차장(1.9㎞), 탑산사(큰절·0.6㎞), 구룡봉(0.6㎞)이 있는 직진을 택한다. 바로 앞 천관산휴양림 갈림길에서 구룡봉과 진죽봉 전망대, 탑산사(큰절)가 있는 왼쪽으로 꺾는다. 배의 돛처럼 생겼다는 진죽봉이 얼핏 보이지만 진죽봉 안내판이 있는 곳에 이르러서야 진죽봉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왼쪽부터 지장봉 비로봉 진죽봉이 늘어선 모습이 신비롭다.

조금 더 내려가면 거대한 바위의 집합체인 구룡봉에 닿는다. 어림잡아 300명이 올라설 수 있을 정도로 넓게 형성돼 있다. 아육탑 진죽봉 불영봉 연대봉 등 모든 방향의 조망이 열린다. 구룡봉에서 돌아 나와 탑산사 큰절(0.3㎞), 탑산사 주차장(1.2㎞) 이정표를 따라 내려간다. 조금 아래 ‘임도’(장검봉 2.2㎞, 부처바위 1.8㎞) 이정표가 있지만 나무 덱 난간에 설치된 밧줄에 막혀 있다.

구룡봉에서 내려다 본 아육탑.

나무 덱을 따라 내려가다 꺾이는 지점에서 아육탑이 나뭇가지 사이로 살짝 보인다. 여기서 덱 난간 밧줄 안으로 들어가면 아육탑을 아래에서 올려다볼 수 있다. 위에서 보면 높지 않지만 아래에서 보면 20ｍ는 족히 넘을 듯하다. 이곳은 의상대사가 수도했던 의상암지이기도 하다. 좀 더 내려가 아육탑 안내판에서도 아육탑을 볼 수 있다. 탑산사 큰절 입구(상)에서 왼쪽으로 40ｍ를 들어가 사찰을 둘러본 뒤 그대로 계단을 따라 내려가 탑산사 큰절 입구(하)에서도 주차장 쪽으로 내려간다. 반야굴을 지나 탑산사 주차장으로 내려선다. 천관산 문학공원으로 내려가 내부로 들어가면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장흥 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늘어선 길을 따라 문학관으로 갈 수 있지만 시멘트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길 양옆으로 돌탑이 수두룩하다. 관광안내소를 지나 천관문학관 주차장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불영봉에서 본 거북바위.

불영봉 직전에 만난 전망대에 선 취재팀.

진죽봉 옆 비로봉의 웅장한 자태.

◆떠나기 전에- 메밀꽃 가득 필 영화 ‘천년학’ 무대 선학동
- 정남진·장흥토요시장도 볼만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인 ‘천년학’ 세트장.

전남 장흥군 회진면에는 장흥 출신 소설가인 이청준의 작품 ‘선학동 나그네’를 영화화한 ‘천년학’ 세트장을 만날 수 있다. 천년학은 ‘서편제’ ‘축제’에 이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로 2007년 개봉했다. 이곳에는 방파제 옆에 세워진 집 한 채가 전부지만 이청준 소설 현장에 세트를 짓고 주변 서정을 담아 촬영돼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조금 더 들어가면 영화 천년학의 주 무대인 선학동마을이 나온다.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는데 10월이면 하얀 메밀꽃 앞으로 황금 들녘이 펼쳐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마을에 들어서면 이청준 문학체험로를 따라 설치된 100개의 표지판으로 선학동 나그네를 읽을 수 있다. 2012년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농어촌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남진도 둘러볼 만하다. 서울 광화문에서 정동쪽에 정동진이 있다면 정남쪽으로 선을 쭉 그으면 정남진인 장흥이 나타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쪽 바다 조망도 좋지만 전망대를 배경으로 한 조망이 더 낫다는 평가도 있다. 장흥토요시장에서 한우삼합도 경험해 보자. 장흥 한우에 표고버섯과 키조개를 보탠 음식으로 그 맛이 일품이라 하는데 취재팀은 늦은 시간에 방문해 삼합 대신 육회비빔밥을 먹었다. 아쉬움이 오래도록 남는다.


◆교통편

- 부산서부버스터미널 출발, 장흥서 농어촌버스 타고 대덕터미널 간 뒤 택시이용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강진·목포·완도행 시외버스(오전 6시30분, 7시, 8시20분, 9시40분, 10시10분, 11시10분)를 타고 장흥터미널에서 하차한다. 산행 출발지인 천관문학관으로 이동하기 위해 대덕행 농어촌버스(오전 8시35분, 9시30분, 10시, 10시40분, 11시20분)로 대덕터미널에서 하차해 택시(5000원가량, 010-9222-6565)를 타면 된다. 부산으로 돌아올 때는 택시를 타고 대덕터미널로 이동한 뒤 농어촌버스(오후 3시20분, 4시, 4시40분, 5시45분, 6시25분, 6시30분, 7시10분, 7시20분)를 타고 장흥터미널로 이동한다. 이어 장흥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오후 3시30분, 4시45분, 5시15분)를 타면 된다. 차량으로 이동할 때는 내비게이션으로 천관문학관을 검색하면 된다.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