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머리부터 기 눌리는 된비알
- 옥녀봉까지 오르락내리락 후
- 대부분 쉽고 푹신한 길 이어져

- 대문바위 등 인기 명소 많은 산
- 상수원 보호 위해 코스 막아
- 폭포·옥녀약수는 아쉽게 못봐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은 '새의 목'이라는 뜻을 가진 전북 무주 조항산을 찾았다. 이 산은 일제강점기에 깃대를 꼽고 측량해 깃대봉 또는 국기봉이라고도 불리며 신선바위 대문바위 옥녀약수 등 명소가 산재해 아름다운 산으로 꼽힌다.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가 있는 부남면은 금강이 굽이쳐 흐르는 곳으로 조항산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린 능선 오른쪽의 깎아지른 12폭의 병풍바위가 '죽담팔경' 제1경으로 꼽힌다. 조항산의 서쪽에는 옥녀봉, 그 건너편에는 지아비를 상징하는 지장산이 있어 음양의 조화도 이루고 있다. 한편 조항산은 원래 부남면 소재지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야 폭포와 병풍바위의 비경에 푹 빠져볼 수 있으나 아쉽게도 지금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입산을 통제하고 있다.

조항산 정상 직전에 만난 말발굽바위에서 이창우 산행대장이 주변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다. 왼쪽 가장 높은 옥녀봉부터 걸어온 능선이 보인다.

산행은 부남면 복지회관에서 시작해 부남우체국~등산로 입구~정자~대문바위 삼거리~옥녀봉~무인산불감시카메라~말발굽바위~조항산~헬기장~율소 갈림길~전망바위~묵은묘 안부 삼거리~공터를 지나 부남면 복지회관에서 마무리한다. 총산행거리 약 8㎞에 순수산행시간은 4시간가량 걸리는 원점회귀 코스다.

부남면 복지회관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면사무소 옆에 천문대가 있지만 전문인력이 없어 운영되지 않는다. 복지회관 옆에는 '오늘은 여자 목욕하는 날'이라는 세움 간판을 내놓은 작은 목욕탕이 있다. 탕이 좁아 남녀가 하루씩 번갈아가며 사용한단다. 마을 내로 들어선 뒤 부남우체국과 부남떡방앗간 사잇길로 약 50m를 들어가면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등산로 입구부터 나무 계단이 기를 죽인다. 취재팀이 산행한 날은 폭염주의보에 습도까지 높은 날이었다. 역시나 계단을 다 오르자 엄살 조금 보태 다리가 휘청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구간만 지나면 동네 뒷산을 걷듯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솔숲을 따라 오르다 정자를 지나 산행로 가운데 무덤이 있는 곳에 도달하면 왼쪽 절벽이 볼 만하다. 곧이어 대문바위(떠나기 전에 참조)로 내려갈 수 있는 삼거리가 나오지만 직진한다 .

옥녀봉으로 오르는 된비알.

대문바위 삼거리를 지나자 옥녀봉의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더니 옥녀봉(0.9㎞) 이정표부터는 대놓고 된비알이다. 정비한 지 오래돼 유실된 나무계단도 많고 등산로도 험하다. 겨울에도 땀이 날 정도라니 초여름인 지금은 어떨지 상상에 맡긴다. 한참 오르다 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는 바위군을 따라 난 능선길인데 미끄러울 수 있어 능선을 살짝 도는 직진 코스를 택한다. 능선과 합류해 조금 더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옥녀봉(710m)과 만난다. 숨 가쁘게 치고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내외다.

옥녀봉 정상에는 아담한 정상석은 있지만 조망은 열리지 않는다. 사실 옥녀봉에 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낀다. 옥녀봉을 지나 급한 내리막을 걷다 다시 완만한 오르막을 한참 오르면 벤치 2개와 무인산불감시카메라가 나타난다. 앞쪽에서 조항산이 머리를 드러낸다. 오른쪽에는 선경공원묘원이 있는데 공원묘원 너머 왼쪽에 적상산, 오른쪽에 덕유산이 있다.

말발굽바위.

50m 앞 삼거리를 지나 150m가량 더 이동하면 왼쪽 나무 사이로 말발굽바위(병풍바위)가 있다. 왼쪽에 옥녀봉과 옥녀봉에서 넘어온 능선이 뚜렷하다. 공원묘원 근처여서인지 유난히 까마귀 울음소리가 구슬프게 들린다. 편안한 오솔길을 걷다 조항산(802m) 정상석을 만나면 비로소 정상에 도달했구나 싶어 안도한다. 봉우리를 치고 올라야 하는 줄 알았다가 쉽게 만나니 시쳇말로 '계를 탄' 기분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헬기장이 있다. 오른쪽으로는 노고산과 산속 마을인 분주동(1.1㎞), 왼쪽으로는 율소(2.2㎞) 이정표가 있다. 취재팀은 율소 이정표를 따른다. 철제계단에 이어 가파른 경사면이 잠시 이어지다 그 뒤부터는 푹신하고 편안한 길이다.

오른쪽으로 율소(1.3㎞)가 표기된 이정표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가지 말고 반드시 직진해 내려가야 한다. 조금 더 내려가면 오른쪽에 전망바위가 있다. 처음엔 신선바위인가 생각했지만 신선바위는 율소 방향으로 가야 만날 수 있어 다른 곳임을 깨닫는다. 내리막을 내려가기만 하면 마을이 나오나 싶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봉우리가 보인다. 잠시 긴장했지만 그리 높지 않아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봉우리에서도 직진으로 내려간다. 묵은묘 안부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간 뒤 사거리를 만나면 능선길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간다. 조금 내려가다 왼쪽을 바라보면 취재팀을 괴롭혔던 옥녀봉이 고약한 자태(?)로 서 있다. 갑자기 나뭇가지에 가려 길이 막히지만 당황하지 말고 그대로 뚫고 가면 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 대소마을(산책로), 직진 방향으로 대소마을이 적힌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그대로 내려간다.

조항산에서 하산하면 방풍림에 둘러싸인 그림 같은 2층 벽돌집을 만난다.

갑자기 주위가 환해지면서 공터가 나오고 그 앞으로 그림 같은 2층 벽돌집이 들어서 있다. 견공 소리도 들려온다. 2층 벽돌집을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내려온다. 무덤이 나오면 멈춰서 200m 전방을 바라보자. 표주박 모양의 묘 5개가 나란히 들어서 있는 무덤군이 보이는데 신기한 모습에 여러 번 쳐다보게 된다. 이어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유턴하듯 돌아내려와 삼거리에서 대소마을로 직진한다. 오른쪽은 벼룻길(1.92㎞)로 이어진다.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대소2길 11번 가옥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면 천문대 지붕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나가 부남면 복지회관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 주변 맛집

- 한번 맛보면 헤어나기 힘든 '어죽'

전북 무주의 토속음식 중 어죽(사진)이라는 음식이 있다. 냇가에서 바로잡은 민물고기를 끓여 살을 발라낸 뒤 갖은 양념을 넣고 죽을 쑨 것이다. 모양새만 봐서는 고급요리와는 차이가 있지만 일단 맛을 보면 헤어나기 어렵다. 오죽했으면 어죽이 '어! 죽이네'에서 유래했다고 했을까. 어죽은 산행지 주변인 부남면의 금강식당이 유명하다. 한때 점심시간이면 한참이나 줄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정작 무주사람들이 즐겨 먹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최근 이 가게를 인수한 유순덕 대표는 인근에서 20년간 어죽을 만들어 오다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유 대표는 "평소에는 지역 주민들이 주로 찾다 보니 다른 메뉴도 병행하고 있지만 어죽과 매운탕이 전문 요리"라며 "지금은 찾는 사람이 적어 냉동 민물고기를 쓰기도 하지만 예약을 하면 신선한 민물고기로 만든 어죽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 좋으면 갓 지은 밥에서 나온 누룽지를 맛볼 수도 있다. 문의 (063)322-0008


# 떠나기 전에

- 대문바위 유명한 부남면
- 대전터미널서 무주 간 뒤 대소행 버스 타고 가야해

부남면은 금강 상류에 있는데 사방이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어 무주에서도 오지에 속한다. 청정구역으로 무주 반딧불이 축제 때 반딧불이 체험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부남면에는 대문바위가 유명하다. 부남면 소재지에서 700m가량 떨어진 부남터널 옆에 있는데 옛날에는 이 바위에 대문을 달아 길손의 발걸음을 통제하기도 했단다. 바위 머리에는 노송인 천년송이 자라고 있다. 대문바위 뒤편으로 옥녀봉으로 오르는 산행로가 있다.

남부 지역에서 산행지로 가려면 열차를 타고 대전역에서 하차한 뒤 대전복합터미널로 이동해 시외버스를 타고 무주로 가면 된다. 부산에서는 직행버스가 없다.

무주터미널에서는 부남면 대소행 군내버스를 탄다. 가당 경유 버스(오전 8시15분, 10시, 낮 12시, 오후 2시, 3시30분, 5시20분, 7시40분)와 적상 경유 버스(오후 2시10분, 5시10분, 6시30분)가 있다. 산행 후 무주터미널로 나갈 때는 부남면 대소마을에서 군내버스(오전 6시40분, 8시35분, 11시20분, 낮 12시40분, 오후 2시40분, 4시, 4시15분, 6시)를 타면 된다.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