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륵산 등에 가려 덜 알려져
- 천연 취옥석 조각한 용봉사 와불
- 운치 있는 제석봉 정상 정자 등
- 200m대 산이지만 볼거리 많아
- 갈림길 나올 때마다 이정표 설치
- 산꾼 배려하는 마음 느껴져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이번에 찾은 산행지는 통영의 제석봉과 발암산을 엮은 코스로 미륵산(461m)과 벽방산(650m)에 밀려 현지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200m대 산이지만 다도해의 전망이 펼쳐지는 데다 다양한 모습의 바위가 즐비하다. 지난주 소개한 창원 백암산~서북산과는 여러모로 정반대다. 서북산 코스가 강인한 체력과 인내를 요구하는 지옥길이었다면 발암산 코스는 둘레길을 걷듯 가벼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천상길이다.

암수바위와 전망바위를 지나 발암산으로 가다 보면 삿갓을 쓴 도사가 바위에 걸터앉은 듯한 바위가 다도해 풍경을 굽어보고 있다. 일부러 쌓기에도 힘들어 보인다.

전자는 우거진 수풀 때문에 길 찾기가 어려웠지만 후자는 이정표까지 마련돼 길 찾기가 쉬웠다. 특히 제석봉 정상에는 정자와 널찍한 평상이 하나씩 마련돼 있고 그네도 두 개가 있어 쉬어가기에 그만이다. 또한,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이정표를 설치해 헤매는 시간도 대폭 줄였다. 산꾼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코스다.

산행은 농업기술센터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해 용봉사~산길 진입~제석봉~암수바위~발암산~큰바위~한마음선원 통영지원~폐광~산길 이탈(통영신애원 입구)~죽림마을 버스정류장~향교 버스정류장을 지나 농업기술센터 버스정류장에서 마무리하는 원점회귀 코스다. 총산행거리는 약 10㎞, 순수산행시간은 4시간가량 걸린다.

천연 취옥석으로 만들어진 길이 12m의 용봉사 와불.

산행은 경남 통영시 광도면 농업기술센터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한다. 약 30m 앞에서 '제석산 용봉사' 간판 아래 조그만 '제석봉 입구'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들어간다. 1차선 도로를 그대로 통과하면 용봉사에 닿는다. 용봉사에는 천연 취옥석을 조각한 길이 12m, 세로 2.4m의 와불이 있다.

용봉사 주지인 혜명 스님의 꿈에 나타난 부처님이 "내가 너를 기다린 지 오래되었으니 나를 세상에 드러내 불법을 전하라"는 선몽을 줘 꿈속의 장소에 가보니 취옥석 형상이 부처님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 7년간 공사를 벌여 2008년 와불전을 조성했다고 한다.

절에서 조금 더 오르면 산길에 접어든다. 3분 정도 걸으면 첫 이정표가 나오는데 왼쪽 원문(0.7㎞)으로 가지 않고 제석봉으로 직진한다. 조금 더 나아가서도 왼쪽 용호 대신 직진으로 제석봉(0.7㎞)을 향한다. 오른쪽으로 향교마을(0.3㎞)이 이어지는 갈림길에서도 그대로 직진한다. 갑자기 전망이 펼쳐진다. 제석봉인가 싶지만 제석봉 밑 삼거리다. 바위에 올라 바다를 보면 통영 시내 뒤에서 오른쪽으로 대·소망자도 목섬 장도 가메여 필도 장구도 등이 펼쳐진다.

정자·평상·그네가 있는 제석봉.

이정표에서는 왼쪽의 발암산(2.6㎞)과 제석봉 방향인 오른쪽 죽림으로 갈라진다. 누군가 고맙게도 죽림 아래에 제석봉이라고 조그맣게 써놨다. 제석봉(281m) 정상에는 정자와 넓은 평상, 그네가 있다. 산 정상에서 만난 그네에서 운치가 느껴진다. 정자 뒤로 삼봉산과 뾰족한 미륵산이 보인다.

다시 정상 밑 삼거리로 돌아가 이번에는 발암산 이정표를 따른다. 가는 길에 왼쪽 용호, 오른쪽 죽림으로 빠지는 길이 나와도 그대로 직진한다. 암수바위를 만난다. 먼저 보이는 바위를 남근석, 20m 뒤 둘로 갈라진 듯한 넓적한 바위를 여근석이라 본 것이리라. 처음에는 약간 억지스러웠는데 여근석으로 내려가 보니 그럴싸하다.

마을과 섬들이 조화를 이룬 전망바위를 지나고 삿갓을 쓴 도사가 바위에 걸터앉은 듯한 바위를 지나 발암산 직전 갈림길에서도 직진한다. 오른쪽은 홀리골로 가는 길이다. 발암산으로 치고 오른다.

정상 이정표에는 오른쪽으로 상노산(2.7㎞)이 있다. "또 다른 산인가?" 기자가 갸우뚱하자 이창우 산행대장은 "상노산은 노산마을의 위쪽이라는 뜻으로 산 이름이 아니다"고 정정해준다. 산불초소 왼쪽으로 가면 바위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거대한 바위 위에 올라서면 개구리가 누운 듯한 바위가 보인다.

되돌아 나오는 길에 상노산 쪽으로 보니 대머리에 나무로 족두리를 올려놓은 듯한 '큰바위'가 있다. 가까이 가니 수면 아래 가라앉은 빙하처럼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거대하다. 코끼리바위와 거북바위가 함께 있는 듯하다.

왼쪽 한퇴(0.5㎞) 방향으로 빠지지 않고 그대로 직진한다. 10분 정도 걸으면 오른쪽으로 염소농장이 보이고 평상이 있는 편백숲을 따라 걷다 또다른 평상을 만난다. 50m 앞 갈림길에서 오른쪽 오르막으로 간다. 15분 정도 이동하면 또다시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왼쪽이다.10여 분을 신나게 내려가면 한마음선원 통영지원 입구가 나온다. 이어 입구 맞은편으로 들어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폐광도 나온다. 일제강점기 때의 금광인데 지금은 황량하다. 주변에 3개의 돌탑이 있다. 완성된 돌탑은 '무지개탑'과 '인연'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나머지 하나는 쌓는 중이다. 폐광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 내려가면 '사랑의 손길'이라는 이름의 돌탑이 있다.

50m 앞 철조망이 보이면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상엿집과 마지막 돌탑인 '모정(母情)'이 있다. 산길을 이탈해 통영신애원 입구로 내려서면 오른쪽 죽림2교를 지나 왼쪽으로 꺾는다. 차도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꺾어 죽림마을과 향교 버스정류장을 지나 농업기술센터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주변 볼거리

- 60대 전 요양보호사, 아픈 할머니들 생각에 7년간 쌓은 사랑의 돌탑

폐광 인근에서 다섯 번째 탑을 쌓는 김수돌 씨.

폐광 주변 다수의 돌탑은 한 60대 남성이 수년에 걸쳐 조성한 것이다.

이날 산행에서 만난 전 요양보호사 김수돌(68) 씨는 2개의 돌탑 옆에 주변에서 주워 온 돌멩이로 세 번째 돌탑을 쌓고 있었다. 돌탑 주변의 돌멩이를 주워 결에 맞춰 원형 돌탑을 쌓은 것. 그런데 3개가 전부가 아니었다. 산길을 내려오면 2개의 돌탑을 더 만날 수 있다. 젊은 사람도 쉽지 않은 돌탑 쌓는 일을 약 7년간 아무런 보수도 없이 쌓고 있는 이유가 뭘까.

그는 2012년 통영시 광도면으로 이사 온 그해부터 도로에서 광산 터를 지나 한마음선원 통영지원 직전 헬기장까지 꽃무릇(일명 상사화)을 심었다고 한다. 한 걸음에 꽃 한 포기씩 심어 전체 길이가 50리(20㎞)에 달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산길에서 미끄러져 크게 다칠 뻔했다. 그 순간 그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꼬리뼈를 다쳐 꼼짝하지 못하는 할머니들이 생각나 돌멩이를 걷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바로 옆 상엿집에서 소쿠리 3개를 발견한 그는 '돌탑 3개를 쌓으라는 계시'라고 받아들였다.

그때부터 그는 인근 돌멩이를 모아 그해 10월께 높이 2.3m, 둘레 6m의 '모정(母情)'이라는 돌탑을 쌓았다. 이어 조금 더 높은 곳에 있는 돌멩이를 모아 높이 2.7m, 둘레 6m의 돌탑 '사랑의 손길(2013년)'을 완성했다. 폐광 주변에도 비슷한 크기의 '무지개탑'과 '인연'이라는 돌탑을 세웠다. 김 씨는 "16년간 모신 의(붓)어머니가 101살에 돌아가셨는데 어머니를 생각하며 돌탑에 이름을 짓고 그 안에 의어머니와 관련한 글이 실린 책을 넣어뒀다"며 "2개의 돌탑을 더 만들어 가칭 칠성탑을 만들면 새로운 볼거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교통편

- 부산서부버스터미널서 통영버스터미널로 간 뒤 농업기술센터까지 이동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직행버스(오전 6시10분부터 약 20분 간격)를 타고 통영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하차한다. 이어 통영시농업기술센터 방향으로 1.2㎞를 걷다 만나는 농업기술센터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내비게이션으로 통영시농업기술센터를 검색한 뒤 그 직전에 있는 농업기술센터 버스정류장을 찾으면 된다.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