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코뷰리조트 앞 출발 원점회귀
- 총거리 13㎞, 6시간가량 소요

- 임도 걸은 뒤 통도골 계곡길 올라
- 유실된 길에는 노란 리본 따라가
- 곳곳에 아기 산새·다람쥐도 만나

- 신동대굴은 50명 앉을 만한 규모
- 정상 오르면 오룡산 등 한눈에
- 토굴삼거리·산죽군락지로 하산

이번 산행의 정상인 양산 시살등. 앞에 보이는 산은 오룡산이다. 세 개의 봉우리 중 두 번째가 정상이다.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더 힘들다'. 산에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이미 올라가면서 힘을 소진한 데다 하산 시 앞쪽으로 쏠리는 무게중심을 제어하려 애쓰다 보니, 무릎에 부담이 많이 가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경사가 급한 곳에선 미끄러지거나 굴러떨어지지 않으려고 용을 쓰다 보면 진땀을 쏟기 일쑤다. 무사히 내려와 평지에 서면 온몸이 뻐근하고 맥이 탁 풀리기도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정점을 찍었는데도 분수를 모른 채 더 오르려고 위만 쳐다보거나 부귀영화에 도취해 권좌를 놓지 않으려고 버티다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오르막이 있으면 당연히 내리막이 있는 법. 산을 잘 내려오는 게 오르는 것보다 더 중요하듯, 인생 또한 젊은 시절 꿈꾸고 실천해 성과를 거뒀다면 이를 잘 갈무리해 다음 세대에 전해주는 게 노년의 지혜일 것이다.

하여, 이번 산행지는 하산길에 부담이 덜한 코스를 골랐다. 돌길이 거의 없는 육산(陸山)인 데다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부엽토가 솜이불처럼 푹신해 내딛는 발걸음을 부드럽게 감싼다. 오르내리는 일부 구간만 신경을 쓰면 별 무리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9부 능선까지는 머리 위를 울창하게 뒤덮은 숲이 햇볕을 가려주는 데다 다람쥐 산새 등 야생동물을 볼 수 있어 산행의 재미를 더한다.

이번 산행지의 9부 능선에 있는 신동대굴. 도인 전설이 전해진다.

산행지는 경남 양산시 원동면 선리 장선마을 에코뷰리조트 앞을 출발해 시살등(981m)에 오른 뒤 오룡산 아래 토굴 삼거리에서 하산해 기점으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코스다. 총길이는 약 13㎞, 시간은 6시간가량 걸린다. 당초 출발지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오르는 코스를 준비했으나, 길이 나 있던 사유지에 집이 들어서 막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산행 초반 임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일부 변경했다.

에코뷰리조트 앞 개천의 콘크리트 보(다리)를 건너면 정자가 있는 아담한 집 한 채가 나온다. 콘크리트 길을 따라 직진해 사과 과수원(초록농원)이 끝나는 데서 왼쪽으로 길을 잡아 임도로 들어선다. 통도골을 끼고 임도를 따라 40분가량 걸으면 왼쪽 길섶에 무덤 한 기가 나타난다. 여기서 임도를 버리고 계곡으로 내려간다. 5분쯤 후 또 만나는 무덤 오른쪽으로 7분가량 더 내려가면 통도골과 도터진골이 합류하는 계곡이 나온다.

계곡을 건너 오른쪽으로 접어든다. 20분가량 오르다 다시 계곡을 건너 15분쯤 가다 보면 집중호우에 휩쓸려 길이 사라진 곳이 나온다. 여기 외에도 우거진 잡초와 쌓인 낙엽 때문에 길을 식별하기 어려운 곳이 군데군데 있다. 이런 곳에는 '국제신문 근교산 산행팀'의 노란색 리본을 달아놨으니 이를 보고 따라오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산행 도중 만난 다람쥐(위)와 어린 산새.

계곡 오름길에서 아기 다람쥐와 산새를 만났다. 앙증맞은 아기 산새는 기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참을 머물며 사진 찍을 기회(?)를 주었다. 아기 다람쥐는 기자의 착각인지 몰라도 8부 능선까지 앞서가며 길을 안내하는 것 같았다. 세상의 모든 어린 것은 아름답고, 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여름 숲은 그래서 즐겁다.

점점 가팔라지는 계곡길을 50분가량 오르면 신동대굴에 도착한다. 큰 바위의 밑이 움푹 안으로 패인 이 굴은, 바위와 같은 성질의 돌조각이 굴 앞에 쌓여있는 것을 미루어 일정 부분 인공적인 작업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 굴 안은 제법 넓어 50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규모다. 이곳에서 10분쯤 걸으면 안부가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10분가량 가면 이번 산행의 정상인 시살등에 다다른다.

시살등의 조망은 장관이다. 사방이 탁 트여 세상의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다. 신불산 간월산 능동산 가지산 재약산 등 영남알프스의 주인공들과 천성산 정족산을 비롯한 동부경남의 명산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산행 진행 방향으로는 우람한 오룡산 세 봉우리(가운데가 정상)가 눈앞에 다가온다.

시살등에서 40분가량 걸으면 삼거리가 나오고, 여기서 25분쯤 더 가면 토굴 삼거리를 만난다. 길 왼쪽에 천장에서 석간수가 떨어지는 토굴이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오룡산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장선마을이 나온다. 장선마을로 길을 잡아 30분쯤 가면 산죽 군락지가 펼쳐진다. 여기서 40분가량 이어지는 하산길은 어른 가슴을 밑도는 키 작은 산죽이 지천이다.

길바닥에는 낙엽이 수북하다. 코와 입은 당면한 여름을 호흡하지만 발은 지나간 가을을 딛고 있다. 낙엽은 자연사의 언어다. 그 언어는 사멸하지 않는다. 낙엽은 부엽토가 되고, 나무는 부엽토를 자양분 삼아 다시 잎을 피우며 생명을 이어간다. 자연사의 과거(떨어진 잎)와 현재(피어난 잎), 미래(피어날 잎)는 '지금, 여기'를 매개로 공존함을, 그래서 자연사의 시간은 영원한 현재임을 숲 속에서 확인한다. 산행은 자연의 영원성에 대한 동참이다.산죽 군락지를 지나 10분쯤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으면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따라 출발지로 되돌아온다.


# 떠나기 전에

- '신동대'는 전설·'시살등'은 의병 항전서 지명 유래

이번 산행 코스에는 전설과 역사적 사실에서 유래된 지명이 많다. 이들 지명의 내력을 미리 알고 가면 산행 재미가 더 커질 것이다.

'양산군지'에 따르면 400년 전 신동대라는 사람이 시살등 아래 굴에 살았다. 그는 축지법에 능해 하룻밤에 한양에 가서 궁녀들을 겁탈하고 달아나곤 했다. 나라에서는 궁녀들이 그의 몸에 매어둔 명주 끈을 단서로 그를 잡아들이려 했다.

하루는 신동대가 중국 안동으로 도망가 자기보다 더 뛰어난 도인을 만나 잘못을 빌었다. 노인은 그에게 장에서 만나는 어떤 사람과도 얘기하지 말라고 일렀다. 그는 고향에 돌아와 도술을 의롭게 써서 임진왜란 때는 왜구를 무찌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장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고 말았는데, 그날 그는 바드리 고개를 내려오다 죽임을 당했다.

그 후 할머니가 신동대굴에서 살았는데, 어느 날부턴가 할머니가 먹을 정도의 쌀이 굴의 한 모퉁이에서 흘러나왔다. 할머니가 욕심이 생겨 쌀 구멍을 넓히자, 더는 쌀이 나오지 않고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지금도 신동대굴에는 바위 천장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시살등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들의 처절한 투쟁사가 얼룩진 곳이다. 신불산 억새밭 너머 단조성에서 왜군의 북상을 저지하던 의병들이 왜군의 기습으로 성을 빼앗긴 뒤 이곳에서 최후의 항전을 벌이며 왜군에게 화살을 많이 쏘았다고 해서 시살등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통도(通度)골의 '통도'는 모든 진리를 회통(會通)해 일체중생을 제도(濟道)한다는 의미다. 이 계곡 길이 통도사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통도골은 영화 '달마야 놀자'를 촬영한 곳이다. '도터진골(지도상에는 도태정골)'은 말 그대로 도를 깨우쳤다는 뜻이다. 두 계곡의 이름은 다르지만 담긴 뜻은 같다.


# 교통편

- 열차 타고 원동역서 내려
- 장선마을행 버스 갈아타

이번 산행 출발지인 원동면 선리 장선마을로 가려면 열차를 이용하는 게 좋다. 부산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원동역에서 내려 2번 시내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상행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의 경우 8시21분, 9시54분에 있다. 열차시간에 맞춰 원동역에서 탈 수 있는 장선마을행 버스는 오전 10시5분, 11시20분, 25분에 있다.

하산 후 원동역으로 갈 때 이용할 수 있는 버스는 오후 5시40분과 8시에 있다. 버스 운행시간은 평일과 공휴일 구분 없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