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부터 열여덟 번 꼬불꼬불
- 해발 824m 정상 다다를 때까지
- 돌·시멘트로 만든 계단의 연속

- 오르고 올라도 가파른 바위뿐
- 발 헛디디기라도 한다면 '아찔'
- 정상 랑봉은 숲으로 우거져 의아

- 중국 다른 산 비해 규모 작지만
- 명산이 갖춰야할 요소 모두 간직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하고 뾰족한 바위의 가장자리에 매달려 올라가는 기분이다. 바위 외벽을 돌아가며 계단을 만들었는데 일일이 망치로 깎은 듯하다. 거의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가파른 길이다. 어떤 곳은 발을 놓을 자리도 마땅찮다. 바위 아래는 까마득해 아예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쇠로 만든 난간이 있다고는 하지만 자칫 발을 잘못 디디기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거꾸로 산행의 짜릿함과 묘미도 배가 되는 묘한 기분이 함께 전해져 온다. 해발 약 500m 높이에서 시작된 이 같은 바위탑 산행은 정상인 해발 800여m까지 무려 300여m, 시간상으로는 30분 이상 이어진다.

'근교산&그너머' 취재진이 올 들어 첫 해외 산행에 나섰다. 중국의 남동부 저장성 장산(江山)시에 위치한 장랑산(江郞山)으로 향했다. 이번 산행에는 부산과 경남지역의 몇몇 산악회 관계자도 함께했다.

지난 17일 오전 장산 시내의 숙소를 떠나 장랑산으로 향하는 길은 온통 안개로 자욱했다. 전날 밤까지 오락가락하던 비가 그친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했다. 장랑산 입구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산의 모습은 운무에 갇혀 있었다. 장랑산은 3개의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마치 탑처럼 곧게 뻗은 모습을 하고 있다. 억만년의 풍화침식 작용으로 융기되었던 하나의 산이 3개로 갈라져 기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3개의 바위탑 가운데 가장 높은 곳(랑봉)만 올라갈 수 있으며 높이는 해발 824m다.

■특이한 모양의 등산로 이어져

거대한 바위 사이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가파른 길이 나 있다. 바위가 얼마나 큰지 마치 하늘에 닿을 듯한 기세다. 중국 저장성 장산시 장랑봉 등산로의 '통천협(하늘로 통하는 골짜기)'이다. 등산객들이 통천협을 조심스레 통과하고 있다. 최정현 기자

장랑산의 등산로 입구는 하나뿐이다. 등산로 중간 부분부터 몇 갈래 길이 있고, 정상으로 연결된 길도 두 개다. 일행은 장랑산 입구를 출발해 '개명선사~회선암~갈림길~일선천~등천평~정상 밑 쉼터~정상~통천협~종고동~회선암'을 거쳐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산행 코스를 잡았다. 산행 거리는 8㎞ 정도이며 산행 시간은 3시간 반 정도면 된다.

산으로 들어서니 울창한 산림 사이로 계단이 잘 꾸며져 있다. 한국의 등산로도 급경사나 위험지역은 어김없이 나무계단이 설치돼 있다. 그런데 여기는 아예 돌과 시멘트로 계단을 만들어놨다. 등산객을 위한 배려가 깊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때만 해도 이런 식의 계단이 산행 내내 이어질 줄 전혀 몰랐다. 취재진은 산행 시간을 통틀어 단 한 번도 흙을 밟지 못했다. "중국의 유명한 산은 모두가 계단으로 돼 있다"는 일행 중 한 분의 말을 듣고서야 이해가 됐다.

곡선으로 요리조리 휘어지는 계단은 계속해서 반복됐다. 이런 식으로 열여덟 번을 휘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18곡'이다. 이런 곡선 길을 끝날 때쯤 조그마한 사당을 만나는데 '개명선사'다. 개명선사는 명나라 때 지어진 천년 고찰이다. 이번에는 커다란 바위 아래 자연스레 그늘이 형성된 곳이 있다. 신선들이 모여 바둑을 두었다는 회선암이다. 얼마 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다녀간 사진도 걸려 있다. 회선암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갈림길 하나를 만나는데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번엔 바위 사이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위를 올려다보니 양쪽의 바위가 맞닿을듯해 하늘이 겨우 보일 정도다. 바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가느다란 하나의 선처럼 보인다고 해서 '일선천 구간'으로 부른다. 바위가 얼마나 큰지 일선천 구간은 20분 정도 계속된다.

제법 널찍한 공간으로 올라서니 관광객들 소리로 왁자지껄하다. 하늘로 향하는 마당이라는 뜻의 등천평이다. 여기서부터 장랑산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바위탑을 올라야 한다. 일행은 이곳 좌판에서 수박을 사서 나눠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하늘로 오르기 전이라서 그럴까. 등천평에서 맛본 수박은 더 달고 시원한 느낌이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길

장랑산 암벽의 바깥 부분으로 난 길이 절묘하다 못해 아찔해 보인다. 장랑산은 중턱 이후부터는 암벽으로 이뤄져 있다.

바위탑을 오르는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어 보였다. 이렇게 높은 곳에 바위를 깎아 계단을 낸 것 자체가 아무리 봐도 신기할 정도다. 얼마나 올랐을까. 어느새 안개구름이 발아래에 놓여있는 것 아닌가. 다리가 점점 더 무뎌지는가 싶더니 마침내 바위탑의 가장 윗부분이다. 하지만 여기가 정상이 아니다. 랑봉으로 연결된 다리인 천교를 건너 조금 더 올라야 한다. 마지막 산행 구간은 숲이 우거진 육산이다. 바위 봉우리의 끝 부분에 숲이 우거져 있다니. 한마디로 '두 얼굴을 가진 산'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듯싶다.정상에는 정자형의 시설물이 설치돼 있고, 관광객을 상대로 먹을거리를 파는 매점도 있다. 장랑산은 끝내 우리 일행에게 탁 트인 조망을 내놓지 않았다. 짙은 운무를 두르고 신비스러운 모습을 한 바로 옆 봉우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산은 반대편 길을 택했다. 이번에는 아예 직벽에 가까운 계단을 밝고 내려와야 한다.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했다. 절벽 바위에 낸 깎아지른 듯한 계단과 바위틈에 핀 이름 모를 야생화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늘과 맞닿은 협곡이라는 뜻의 통천협과 종고동을 경유해 회선암으로 내려섰다.

장랑산 랑봉(정상) 부근을 내려오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인다.

일행들로부터 장랑산에 대한 품평을 들어봤다. 아림산악회 이헌철 회장은 "장랑산은 황산 장자제 등 중국을 대표하는 다른 산에 비해 규모는 작다고 할 수 있지만, 명산이 갖춰야 할 요소는 고루 갖춘 산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현지 관광업계 관계자는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산은 요즘 앞사람 머리만 보다가 올 정도지만, 장랑산은 숨겨진 보물 같은 산이다"라고 덧붙였다.

산을 빠져나오다 보니 입구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산이라는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충분히 이름값을 하는 산이라는 생각이다.


# 교통편

- 항공편 이용 상하이로 건너가
- 고속열차·버스로 5시간 소요

장랑산이 위치한 중국 저장성 장산은 '7산(山)1수(水)2전(田)' 산지 구릉의 지형적 특징을 보여준다. 저장성 2대 하천인 전당강의 시원인 슈허(須河)가 이 지역을 흐르고 있고, 해발 1000m 이상의 산만 105좌(최고봉 1500m)를 보유한 대표적인 농경 위주의 청정지역이다. 유기농 작물 재배가 활발하며 장산 지역에서 생산되는 채소류는 중국의 유명 호텔 등으로 납품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양봉업이 발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 전체 꿀 생산량의 90%는 장산 지역에서 나온다고 한다.

장산시는 저장성 강서성 복강성 등 3성이 교차하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하기도 했고, 중국 각 지역의 상인들이 대거 상주하면서 다양한 지역문화를 꽃피우기도 했다. 때문에 장산은 '중국민속·건축문화의 활화석'으로 불리기도 한다.

부산에서 장산시로 가기 위해서는 항공편을 이용해 상하이로 건너간 다음, 중국내 고속열차 또는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중국동방항공은 매일 1회 부산발 상하이행 항공편을 운영하고 있다. 운항시간은 1시간30분 남짓. 상하이에서 장산까지는 5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엠넷트레킹(010-3740-9323)으로 문의하면 된다.

장랑산은 장랑풍경관리국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우리 돈 1만3000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최정현 기자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근교산 & 그너머' 기사에서 GPX와 고도표가 당분간 실리지 않습니다.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GPX와 고도표를 다시 싣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