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법 일정 규모 이상만 제한
- 복합쇼핑몰은 규제 대상 빠져
- 법으로 변종점포 확산 막아야
- 전통시장 협동조합 장려하고
- 온라인 판로 확대에도 힘쓸 것

“복합쇼핑몰이 늘어나고 최저임금도 인상돼 전통시장은 그동안 많은 인력을 내보냈어요. 고용 창출이 아니라 오히려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라도 빨리 통과돼 조금이나마 활기를 띨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헌영 부산시상인연합회장은 “전통시장을 ‘돈’의 잣대로 볼 것이 아니라 계승해야 할 역사·문화적 관점에서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효 전문기자

부산시상인연합회 박헌영 회장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최전방에 서 있다. 부산지역 전통시장을 대표할 뿐 아니라, 지난해 7월 전국상인연합회 수석부회장과 청와대 자영업 TF팀 일원으로도 활동한다. 22일 구포시장상인회 사무실에서 박 회장을 만나 전통시장의 현재와 미래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회장은 전통시장을 비롯한 전국 소상공업계의 가장 큰 현안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꼽았다. 기존 법안은 전통상업보존구역에서 반경 1㎞ 이내에 3000㎡ 이상의 대규모 점포의 입지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복합쇼핑몰을 비롯해 새로운 유형의 대기업 점포들은 기존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아 골목상권의 피해가 확산된다는 게 소상공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개정안에는 복합쇼핑몰 등의 입점 제한 확대와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상업보호구역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는 “전국상인연합회에서 법안 개정을 촉구하고, 부산시상인연합회 차원에서도 최근 상인을 대상으로 개정안 홍보와 교육을 벌였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청와대 자영업 TF팀에서 전국 1800개 전통시장을 대표해 관련 정책 제안에도 힘쓴다. 그는 “전통시장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관할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와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 많다”며 “TF는 외식업, 미용업을 비롯해 여러 자영업계와 정부 각 부처가 한자리에서 애로사항을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통로를 활용해 박 회장은 전통시장 협동조합의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는 전통시장의 경영 현대화와 협업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협동조합’을 장려했지만 사실상 판로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장애인 여성기업처럼 전통시장 협동조합도 학교급식에 일부 식자재를 우선 납품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 등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아울러 전통시장의 미래 전략 중 하나로 온라인 판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갈수록 온라인 쇼핑몰이 많이 생겨나는데 전통시장은 이를 도입한 점포가 거의 없고 (판매 범위가)국한돼 있다”며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국 시·도에서 추진하는 ‘매니저 사업’과 겸해 역량을 갖춘 인재를 지원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전통시장 상인의 자체적인 노력도 필수다. 그는 “상인들도 제로페이(소상공인 간편결제 서비스), 일자리 안정 자금을 비롯해 다양한 정부 정책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며 “다음 달부터 부산지역 상인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교육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시장이 갈수록 위축되지만,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가치가 있다는 점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구포시장만 하더라도 3·1만세운동을 벌인 곳이다”며 “전통시장을 ‘돈’의 잣대로만 볼 것이 아니라 만남의 장소이자 역사·문화적 관점에서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