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교 학생 출신 교수·총장

- 50개국 1200명 유학생 재학
- 15% 비율, 30% 확대 목표

- IT·문학 융합 교육 통해
- 사회가 원하는 인재 양성

부산외대 정기영(56) 총장은 1982년 부산외대에 입학해 일본 유학을 거쳐 1993년부터 부산외대 강단에 선 이후로 줄곧 이 대학에서만 일해왔다. 본교 출신의 학생이 교수가 되고 총장에까지 오른 독특한 케이스다. 정 총장을 만나 부산외대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기영 부산외대 총장이 글로벌 인재 육성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정 총장은 “모교 출신 총장으로 중책을 맡은 것이 부담이 된다. 지난 1년간 업무를 수행하면서 4만 명의 동문에게 부끄럽지 않은 총장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해왔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경제적, 문화적으로 국경이 없는 시대가 된다. 대한민국 국민에서 지구민, 혹은 동북아민으로서 살아가게 되므로 우리 대학이 거기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사람으로서의 가치관을 지키되, 타국의 문화와 가치관도 이해하고 배려하는 인재로 만들겠다는 얘기였다.

정 총장은 취임 때 ‘언어를 넘어 세계로 미래로’를 비전으로 정했다. 부산외대는 올해로 37년을 맞으면서 23개 언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지구촌 캠퍼스 구축을 위한 대학조직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정 총장은 “부산외대는 학생이 해외로 나가서 경험해 보도록 하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외국에서 문제해결 능력과 다문화 이해도, 인간적인 성숙까지 얻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 자체를 지구촌으로 만들자는 뜻도 포함된다고 했다. 현재 50여 개국, 1200명의 학생과 교수가 부산외대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것을 100개국 2000명 시대로 만들고 현재 15%인 외국인 유학생 비율을 20~30%까지 확대할 목표도 갖고 있다.

부산외대는 해외취업과 해외취업률 부문에서 5년 연속 전국 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비결이 무엇인지 묻자 정 총장은 “학내에 해외취업센터를 만들어 일본 IT과정, 베트남 물류과정 등을 통해 그 지역의 중소·중견기업의 취업처를 발굴·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총장은 한 졸업생의 사례를 들었다. 일본에 취업하기 위해 일본어만 공부했던 학생에게 한 학기 동안 필리핀에서 집중 영어연수를 들어보라고 권했다.

베트남의 한 기업에서 영어와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력을 원한다고 해 이 학생을 추천했다. 정 총장은 “일본 IT 기업보다 연봉도 1.5배 정도 높고, 일본에선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했겠지만 베트남에선 아주 유능한 ‘상사맨’으로 자리 잡았다”며 “한 가지 언어를 배웠다고 그 나라만 취업대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산업구조상 복수의 언어 능력을 갖추면 훨씬 더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외대는 지역 학생이 48%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다른 지역 출신이다. 정 총장은 “앞으로는 지역사회와 더욱 소통할 수 있도록 지역과 대학의 공동사업도 발굴하고 지역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는 대학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미래의 교육은 언어와 실용학문을 융합하는 학문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T와 문학을 융합한 교육 등을 통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원을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외대는 2번의 대학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받았다. 그는 “내실 있는 대학, 학생들에게 혜택이 많이 가는 대학이어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성장하는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경북 포항 출생인 정 총장은 20년간 부산외대에서만 보직 교수를 맡으며 대외협력처장, 산학협력단장, 청해진 사업단장, 국제교류처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뒤 지난해 총장에 취임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