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A매치 유치 시작으로
- 후반기 동아시아대회 추진
- 연습구장 5면 갖춘 전용구장
- 축구센터로 구축할 계획
- 시민구단 창단, 인재 키울 것

올해 한국 축구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단순한 패배보다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에 전 국민적 화살이 쏟아졌다.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 에서 독일을 꺾은 투혼은 극적인 반전의 서막이었다. 확 바뀐 분위기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파울루 벤투호의 선전으로 이어져 전국적 축구 붐을 일으켰다. 한국 축구에 봄날이 왔다.

부산시축구협회 정정복 회장은 “올해 A매치 불발 등 실패를 통해 배운 노하우를바탕으로 내년을 부산 축구 재건의 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순용 선임기자

하지만 부산 축구는 아직도 한겨울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14년 만의 국가대표 A매치 개최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고,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는 1부 리그 승강 문턱에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부산시축구협회 정정복 회장에게 올해가 ‘아쉬움’이란 단어로 요약되는 이유다.

최근 만난 정 회장에게 A매치 개최 무산은 여전히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회장에 당선되자마자 A매치 유치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홍명보 전무 등 관계자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데 1년 가까이 공을 들였다. 피파 랭킹 10위권의 강팀인 칠레나 우루과이가 지방에 오는 게 쉽지 않은데 경기장 잔디가 부실해 발목이 잡혔다”며 “서울 상암에서 열린 우루과이전에는 6만4170명의 유료 관중이 입장해 관중 수익만 30여억 원을 올렸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정 회장은 콘서트 등 행사가 겹치며 부실한 잔디가 문제로 불거졌지만, 부산이 가진 열악한 축구 인프라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으로 봤다. 그는 “국제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오래된 축구시설의 한계가 잔디를 통해 불거진 것뿐이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조성된 축구 인프라가 16년째 그대로 멈춰 있다”고 지적했다.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그는 내년을 부산 축구 재기의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상반기 A매치 경기를 시작으로 후반기 동아시아축구대회를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내년 5월 말이나 6월 초 열릴 국가대표팀 경기 장소로 부산이 사실상 확정됐다. 대결 상대는 경기 한 달 전 정해질 예정”이라며 “내년 12월 5일부터 열리는 동아시아축구대회 개최권도 따내기 위해 실사에 대비하는 등 준비작업이 한창”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올해 잃었던 동력을 얻게 되면 꿈에 그리던 축구전용구장을 건립하는 일도 가능하다고 내다본다. 그는 “축구전용구장은 단순한 축구 시설이 아니라 도시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문화 인프라다. 6대 광역시 중 인천 대전 울산은 일찍이 전용구장을 갖췄고, 대구 광주는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며 “부산이 제일 뒤처졌다”고 말했다.

전용구장 후보지로는 부산 아이파크 클럽하우스가 있는 강서체육공원 일대가 물망에 올랐다. 정 회장은 2만 석 규모의 전용구장뿐만 아니라 5면의 연습보조구장을 더해 6면 규모로 축구센터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그는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며 “동남아시아·중국의 축구 붐을 활용해 축구문화를 수출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필요성을 설명했다. 정 회장은 시민구단 창단 계획도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는 “경기장 인프라가 갖춰지면 시민구단까지 만들어져야 선수 육성 측면에서 축구 인재풀이 풍부해진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올해의 뼈아픈 실패를 통해 수많은 노하우를 축적했고, 공부도 많이 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성과를 내기 위한 분위기는 확실히 조성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내년 부산 축구의 봄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