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식도 않고 곧장 현장점검
- 노후시설 안전 매뉴얼 챙겨
- “싱가포르식 관리시스템 접목
- 노인 공간 만들어 고용창출
- 영락공원 새 납골 시설 추진”

부산시설공단 추연길(62) 신임 이사장은 공식 부임한 지난 6일 취임식을 열지 않고 곧장 현장으로 향했다. 지난달 부산불꽃축제가 치러진 광안대교의 주탑을 방문한 뒤 최근 ‘싱크홀’이 발생했던 번영로 등지를 찾아 각종 시설물을 점검했다. 추 이사장은 “안전은 공단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인 만큼 임명장을 받은 직후 현장에서 업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산시설공단 추연길 신임 이사장은 “시민생활과 밀접한 공공시설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김성효 전문기자

부산시설공단은 지역의 주요 인프라를 경영·관리하는 공기업이다. 부산시민공원과 송상현광장 용두산공원 같은 공원시설은 물론 광안대교 영도대교 지역 62곳의 공영주차장 등 교통시설 외에도 자갈치시장과 부산영락공원, 한마음스포츠센터를 포함한 다양한 시설물을 관리하고 있다. 추 이사장은 “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공시설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이들 공공시설의 노후화는 추 이사장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그는 “광안대교는 지어진 지 15년이 지났고 동서고가로도 안전 문제를 끊임없이 점검하고 있다. 공단이 관리하는 시설들에 안전 매뉴얼이 잘 구비돼 있는지 점검해볼 생각”이라며 “일본의 공공시설물 안전 매뉴얼과 비교하고 대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추 이사장은 “낡고 오래된 부산 공공시설의 이미지를 개선해 ‘밝은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추 이사장은 공원시설 관리 분야에서도 남다른 포부를 나타냈다. 그는 최근 부산시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할 계획이다. 추 이사장은 “두 곳 모두 해양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부산의 공공시설에 싱가포르의 관리 시스템을 접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민공원과 영락공원 관리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시민공원은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2022년이면 만장이 예상되는 영락공원에 공원 기능을 살리면서 어떻게 새로운 납골 시설을 구축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

추 이사장은 고령화 시대에 맞춰 노인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건립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부산에는 노인 전용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어린이 공원은 있는데 어르신들은 지하도에서 쉬고 있다”며 “노인들이 은퇴 후 휴식을 취하면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고, 나아가 노인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시설공단은 최근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 수단인 ‘두리발 택시’의 운영을 맡았다. 두리발 택시는 도입 이후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등 민간에서 위탁운영했으나, 내년부터 공단으로 이관된다. 추 이사장은 공공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두리발을 운영할 방침이다.

관리하는 공공시설뿐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도 직제 개편 등을 통해 대대적인 혁신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추 이사장은 “직제별 목표를 설정해 추진하는 ‘목표관리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으로서 안전이나 서비스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조직을 혁신할 것”이라며 “시설을 잘 관리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동아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한 추 이사장은 부산항만공사에서 경영지원팀장, 국제물류사업단장, 운영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고 부산항시설관리센터 사장과 미래고속 대표이사도 역임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