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토벤, 모차르트 음악 등
- 시민에 전달해주는 데 희열
- 봄·가을 매주 1회 15주 강의
- 따라가기 어려운 과정에도
- 재수강률·만족도 높아 뿌듯

“조금 먼저 출발한 사람으로서 길잡이를 하는 거죠. 같이 등산 중이라면 ‘여기 휴게실도 있고 산장도 있어요’라고 알려준달까요. 같이 걸어가면서 베토벤을, 모차르트를 연결해 주는 거예요. 예술로 성장하는 기쁨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면 좋겠어요. 제가 꾸준히 강의하고, 부산에도 온 이유입니다.”

풍월당 박종호 대표는 “함께 공부하며 다 같이 건강하고 교양 있는 시민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클래식 음악 공간 ‘풍월당’ 박종호(58) 대표의 말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풍월당’은 클래식 음반 판매, 음악 감상실, 아카데미 등을 겸한 공간이다. 정신과 전문의였으나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에 깊이 매료돼 관련 저술과 강연을 해온 박 대표가 2003년 차렸다. 돈을 벌기보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음반을 쉽게 구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정을 나누기 위함이었다. 신념과 고집을 바탕으로 15년 넘게 이어온 풍월당은 오늘날 클래식 애호가들이 가장 즐겨 찾는 대표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풍월당 아카데미 부산’이 처음 열린 것은 2014년 봄. 이전부터 그의 부산 강의가 이따금 있었지만, 풍월당 주관 정규 프로그램은 이때부터다. 매년 두 차례, 봄과 가을에 시작해 매주 한 번의 강의가 15주 안팎으로 진행된다. 올해 가을 학기는 지난달 6일 경성대 디지털이미지홀에서 시작됐다. 매주 다른 주제로 오페라나 클래식 음악을 나누고 고전 원전을 함께 읽는다. 특징이라면 큰 홍보가 없다는 점, 기존 수강생의 재수강률이 높다는 점이다. 고전 한 권을 매주 읽고 세 시간씩 강의를 들어야 하는 만만찮은 과정이라 진입 장벽이 높지만, 박 대표의 취지와 지향에 공감하는 이들의 만족도가 높다.

“언젠가부터 일회성 강의를 중단했어요. 지속성 없고 해설과 전달에 그치는 강연이 청중에게 얄팍한 자기만족으로 끝나게끔 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은 집중적으로, 수강생과 결속력 있는 강의로 운영하고 있어요. 교감과 화학 작용이 있으면 강사인 저도 함께 가는 기쁨이 크죠.”강의는 음악과 고전 연구로 요약된다. 이를 통해 목표하는 것은 삶의 성장과 건강한 시민의 탄생이다. 박 대표는 “극장은 시민의 학교”라고 힘주어 말했다. “괴테의 말이에요. 오페라, 발레, 연극 등 모든 예술 장르가 이뤄지는 곳이 극장이죠. 예술에 다양한 기능이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핵심은 인간을 깨우고 사유하게 하는 역할이에요. 오페라는 전부 비극인 거 아세요? 희극 오페라는 엄밀히 ‘오페라 부파’로 분류되죠. 진지하고 엄숙하게, 등장인물의 고난과 역경을 통해 삶에 대한 고민을 던지는 겁니다. 즐기기만 해도 되죠. 하지만 그러기엔 예술이 너무 아까워요.”

열린 강의, 문화를 통한 치유와 즐거움을 강조하는 요즘의 분위기에서 박 대표의 신념은 까다롭고 고집스러울 법도 하다. 편한 마음으로 들렀다 돌아가는 수강생도 있다. 하지만 그 단단함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음에도 공간을 지켜낸 힘이다. 부산 아카데미 역시 꾸준히 운영할 계획이다. 부산 출신인 그는 정감 가는 부산 수강생과의 교감을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가 부산 사람이라 그런지 이 도시에 대해 정이 가요. 부산 수강생들의 반응도 특별합니다. 정확히 설명은 안 되는데, 다른 도시보다 더욱 열린 태도와 마음으로 동행하는 느낌이랄까요. 쌍방 소통이 매우 즐겁습니다. 내공 있는 부산 시민들과 더 많이 교감하고 싶습니다.”

풍월당 박종호 대표는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정신과 전문의로 일했다. 2003년 풍월당을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