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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준 달마도 20만 점…받은 이들에 희망됐으면”

달마도 대가 법용스님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 | 2018.02.13 19:18
- 국제행사 초청 퍼포먼스 등
- 이미 ‘대가’ 인정받았지만
- 그림 배우러 대학에 진학
- 이달 신라대 최고령 졸업장
- “대학강단서 꿈 심어주고파”

2011년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길이 45m, 폭 10m의 세계 최대 달마도를 그리는 퍼포먼스로 명성을 떨친 이가 있다. 월드컵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행사가 있으면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대형 달마도를 그리며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여 년간 신도들과 시민들에게 그려준 달마도만 20만 점이 넘었다.

‘달마도 대가’로 불리는 법용 스님은 “앞으로는 대학 강단에 서서 실의에 빠져 힘들어하는 청년들의 내일을 응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 ‘달마도의 대가’로 통했지만, 제대로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회복지학(동주대학)을 공부한 뒤 미술대학에 편입했다. 40년가량 나이 차가 나는 학과 동기들에게는 ‘삼촌’, 전공 교수들에게는 ‘스님’으로 불리며 캠퍼스를 누빈 그는 학점이 아닌, 배움이 필요했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붓을 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울산에서 열린 제4회 한글미술대전에서 외솔상(대상) 수상, 같은 달 부산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제43회 부산미술대전 한국화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오는 20일 신라대학교 졸업식장에 최고령 졸업자로 참석하는 법용(63) 스님. 늦깎이 졸업생으로서의 소회를 묻자 “기본적 소양을 축적해서 달마도를 한국화로 승화시키고 싶다는 원을 세웠기에 참 귀한 시간을 보냈다. 부산 다대포(‘법용달마문화원’)에서 학교(사상구 백양로)까지 가는 길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북 풍기에서 태어난 스님은 어릴 적 어려웠던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1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불가에 입문했다. 배움이 짧았던 한을 평생 간직하고 있던 스님은 20여 년 전 경북의 한 절에서 젊은 영가(靈駕)를 위해 무료로 49재를 지내준 뒤 유품을 정리하다가 나온 붓과 먹으로 달마도를 그린 것이 연이 돼 지금까지 이어졌다. 여건이 될 때마다 직접 그린 작품으로 바자회를 열어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배움의 끈을 놓지 않게 돕고 있다.

오랜 세월 무료로 달마도를 그려 준 이유에 대해 스님은 “달마도 그림을 돈으로 사고판다면, 돈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되느냐. 나도 힘들게 자라서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내가 그린 달마도를 품고 희망을 갖는다면 그보다 값진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 달마도가 영험하다고 하는데 특별히 그림에 힘이 있겠느냐만, 대가를 바라지 않고, 상대가 잘되기를 바라는 좋은 마음에서 그림을 그려서 주니 실제로 받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기더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그가 그리게 될 달마도는 어떤 형상일까. “테크닉을 배우지 않고 혼자서 터득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니 스케일이 작고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작가 개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담아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할까요. 붓끝에 힘이 실리는 기분입니다.”

스님의 다음 목표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강의를 하는 것이다. 첫 강단은 동주대로 예정돼 있다. “뒤늦게 대학을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 알았습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포기하는 이가 많은데 제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싶습니다.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어린 시절 배를 타면서 저도 한때 불평불만만 하는 인생을 살았지요. 우여곡절을 거쳐 중1 때 학업을 중단한 지 47년 만에 대학 졸업장을 받게 되니 한시라도 빨리 젊은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면서 그들의 내일을 응원해 줘야겠다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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