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전 지역 만화작가 뭉쳐
- 건전 계약·고료 인상 등 성과
- 웹툰작가 지망생 수도 늘어

- 부산웹툰센터 운영 주축 돼
- 11월 웹툰축제 준비 한창
- “풍성한 볼거리 기대하세요”

최근 몇 년 새 부산에서 웹툰의 위상은 크게 올라갔다. 산업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웹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부산 작가들의 인기작도 속속 등장하며 자연스럽게 활기가 생겼다. 웹툰은 영화 등과 달리 지역적 한계가 적고 거대한 인프라의 영향을 덜 받는 콘텐츠로 평가된다. 부산시도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시는 주도적으로 국내 최초 웹툰 지원 시설인 부산글로벌웹툰센터를 건립했고 31일 개소식에 맞춰 부산시 장기웹툰육성전략을 발표했다. 오는 11월에는 ‘제1회 부산글로벌웹툰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지역문화의 미래동력으로서 시동을 건 셈이다.

배민기 부산·경남만화가연대 대표는 “부산지역의 창작 환경이 좋아지면서 지역적 한계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도약의 중심에는 창작자들인 웹툰작가들이 있다. 현재 부산·경남에서 활동 중인 만화가는 120여 명으로 파악된다. 외롭게 홀로 작업하던 작가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것이 2008년이고, 부산·경남만화가연대를 만들어 조직력을 갖춘 게 2012년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이사회 결성 논의가 오가며 조직은 더 체계적인 모습을 갖췄다. 당시부터 1년째 대표를 맡고 있는 배민기(37) 작가를 만났다. 김태헌 작가에 이어 2대 부산만화가연대 대표를 맡은 그는 “대표란 말은 어색하다”며 “만화가들이 조직을 꾸려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게 아니라, 창작자들의 권익이나 창작 환경을 조금이나마 향상하고자 힘을 모은 것”이라고 연대 이유를 설명했다.“예전엔 지역 작가들이 부당한 계약조건에 당할 때가 많았거든요. 수도권 작가들은 정보교환이 빠르기 때문에 업체에서 작가들을 쉽게 대하지 못하는데 지역 작가들은 사정을 모르니 당하곤 했어요. 연대를 꾸린 건 조직을 통해 집단대응을 하자는 건 아니고, 평소에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같이 나아가자는 취지였죠. 실제 연대가 생기고 나서는 말도 안 되는 계약이 줄고 고료도 정당한 수준으로 오른 것을 느꼈어요. 우리 스스로 권익을보호하고, 신인이나 후배 작가들도 제대로 끌어주는 게 연대의 역할입니다.”

산업이 커가면서 만화가연대의 역할도 점점 늘고 있다. 31일 개소한 부산글로벌웹툰센터부터 오는 11월 글로벌웹툰페스티벌까지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고 진행하기 때문이다. 웹툰작가의 꿈을 안고 유입되는 지망생도 늘고 있다. 선배 세대로서, 만화가연대는 부산의 만화 생태계를 건강하게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배 작가는 밝혔다. 그는 “그동안 부산의 웹툰 창작환경을 건전하게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런 풍토가 자리잡길 바란다”며 “일이 점점 늘고 있어 임원진의 고생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웹툰의 저력은 커가고 있다. 웹툰 플랫폼 업체나 만화영상진흥원이 서울과 부산에서 사업 설명회를 동시에 연다거나, 기획 프로젝트에 부산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식이다. 배 작가는 “1990년대에 만화가 청소년 유해물로 간주돼 ‘만화 화형식’을 벌이던 때를 생각하면 신기할 정도”라며 “언젠가부터 차세대 성장동력이 되었다. 10년 전과는 달리 소개팅에서도 웹툰작가는 인기가 있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이어 “창작환경이 좋아졌고, 지역적 한계는 더욱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작가 보호는 물론 시민과 독자와의 소통도 늘 고민하고 있다. 오는 11월 웹툰페스티벌은 특히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꾸려나간다. 볼거리를 풍성하게 마련할 계획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