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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572> 闇聾之病

말할 줄 모르고 들을 줄 모르는 병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20.01.16 18:52
- 닫힌 문 암(門-9)귀머거리 롱(耳-16)의지(丿-3)병병(疒-5)

누구나 입이 있어 말을 하고 귀가 있어 들을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있고 아무리 봐도 벙어리가 아니고 귀머거리도 아닌데,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답답해한다. 인간에게는 언어 능력이 있다고 그토록 자화자찬하면서도 정작 ‘소통’이 안 된다며 안타까워한다. 대체 이 무슨 지경이란 말인가?

‘문자’ ‘符言(부언)’에 나온다. “言者所以通己于人也, 聞者所以通于己也. 旣闇且聾, 人道不通. 故有闇聾之病者, 莫知事通, 豈獨形骸有闇聾哉! 心亦有之塞也, 莫知所通….”(언자소이통기우인야, 문자소이통우기야. 기암차롱, 인도불통. 고유암롱지병자, 막지사통. 기독형해유암롱재! 심역유지색야, 막지소통, 차암롱지류야) “말은 자기 뜻을 남에게 통하게 하는 수단이고, 들음은 남의 뜻을 자기에게 통하게 하는 수단이다. 제대로 말할 줄 모르고 들을 줄 모르면 사람 사이의 길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말하지 못하거나 듣지 못하는 병을 지닌 사람은 소통하는 일을 알지 못한다. 어찌 몸뚱이에만 그러한 문제가 있겠는가! 마음에도 막힘이 있으면 통할 바를 알지 못하니….”

마음에 막힘이 있다는 것은 선입견이나 편견, 교만, 아집, 의도 따위가 미리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음에 막힘이 있으면 상대가 하는 말만 받아들이지 않는 게 아니다. 자신의 말까지 논리를 갖추지 못하고 이치에서 벗어나 설득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말하는 자신은 그러한 사실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오히려 제대로 말을 하고 있다고 여기며,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반대하는 이들을 두고 꽉 막혔다느니, 편견으로 치우쳐 있다느니, 사고가 극단적이라느니 하며 도리어 비난한다.

많이 배웠다는 지식인이나 전문가들이 상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늘어놓는 일방적인 대화나 토론을 일삼는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정작 알아야 할 것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제 마음이 막혀 있다는 것! 제 마음이 막혀 있는 줄 모르면서 남의 마음을 열겠다니. 이리하여 배운 게 徒勞無益(도로무익)이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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