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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낙수효과와 분수효과

김정수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과장
김정수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과장 | 2024.06.16 19:31
부산 해운대는 소고기 국밥이 유명하다. 시내버스 종점 근처에 ‘OO년전통해운대원조국밥’과 같은 골목에 또다른 원조국밥 등등. 이름이 약간 다르거나 거의 같다. 가끔 국밥을 먹으러 가면 지역민만 아는 원조집은 너무 손님이 많아 대기 줄이 길다. 기다리다 지쳐 다른 집에서 먹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낙수효과를 바라며 유명한 맛집 근처에 비슷한 음식점이 생기는 이유이다.

낙수효과는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이 성장하면 이들의 성과가 연관부분으로 확산됨으로써 경제 전체가 성장한다는 이론으로, 분배보다는 성장을 우선시 하는 경제 정책이다. 산업 성장기에 대기업 위주의 경제 성장 정책으로 원조국밥집에 너무 손님이 많아 일부 수용할 수 없는 손님을 주위 음식점에서 수용해 같이 성장 할 수 있다면 낙수효과는 성공적이다.

그런데 만약 원조국밥집의 주인이 근처에 분점을 내어 계속 확장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소위 낙수효과를 바라는 주위 음식점에 손님은 더 가지 않고 원조국밥집만 계속 성장 할 것이며, 결국에는 주위 음식점은 망할 것이고 원조국밥집의 독과점이 시장이 펼쳐 질것이다.

최근 수도권에 6600여 병상 규모로 소위 ‘빅5’ 대학병원 분원 설립에 대한 뉴스를 보았을 때 과연 의료 정책에도 낙수효과를 기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방 국립대학 병원의 환자들도 수술이나 큰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으면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아 가려고 한다. 일부 환자는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진료 후 지방병원과 치료나 수술방법이 같고, 대형병원에서 수술 예약 날짜가 너무 늦다며 다시 지방병원으로 돌아와서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국밥집과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그나마 이런 낙수효과를 기대하면서 지방대학 병원들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수도권 대형병원 분원의 설립은 지방병원의 마지막 생명 줄을 빼앗는 것이 될 것이다. 지방병원에서 진단 후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결국 지방병원은 빠르게 붕괴되어 진단은 할 수 있으나 치료나 수술은 할 수 없는 병원이 된다.

뇌혈관질환의 치료나 수술을 위해서는 중환자실, 수술실 인력과 고가의 수술용 현미경과 뇌혈관 조영검사기계, CT, MRI 등에 24시간 대기할 의료 인력이 필요하다. 이런 시설과 장비,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요구 되며, 많은 환자를 치료하여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어야 병원이 뇌혈관질환치료 시설장비, 인력을 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는 뇌혈관질환은 CT, MRI를 가지고 검사만 하고 치료는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투자 대비 이익이 더 크다. 그나마 치료 시간에 여유가 있는 병은 문제가 없어 보일지라도 치료의 골든 타임이 있는 뇌출혈이나 급성 뇌경색 환자는 현실적으로 지방병원에서 진단 후 수도권 대형병원까지 가서 치료를 할 수 없다.

이런 현실 때문에 지방에서 뇌출혈 환자가 발생하면 치료할 의사나 시설이 없어서 응급실 뺑뺑이를 돌고, 서울에서 발생하면 대형병원들이 수술 대기 환자가 너무 많아서 응급환자 수술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낙수효과의 반대 개념으로 분수효과가 있다. 소비계층의 소비 활성화를 통해 경제 전체에 이득이 돌아 가는 경우로 하류층에서 상류층으로 물이 솟구치는 분수의 형태를 연상시킨다. 만약 모든 국밥집 손님이 넘친다면, 손이 많이 가는 수육이나 전골 손님은 받지 않고 근처 고급 식당을 권유 할 것이다. 같은 이유로 지방병원에서 진료 받는 환자가 많다면 조금 어렵고, 합병증이 예상되는 환자는 대형병원으로 전원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경증 환자는 근처 의원에서, 중증 환자는 종합병원, 어렵고 힘든 수술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분수효과의 의료전달체계가 확립이 될 것이다. 경제의 기반이 되는 중소기업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한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처럼,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 전달 체계를 타계하기 위해 지방병원진흥에 대한 법률이나 정책 추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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