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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워킹맘 저출생수석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2024.05.22 19:35
제5공화국 시절 청와대에서 대통령비서실 보좌역과 정무수석 등을 지낸 허화평 씨는 전두환 정권의 실세 중 실세였다. 당시 청와대 본관은 집무 공간이 좁아 대통령 비서들까지 사용하기는 어려운 구조였다. 하지만 그만은 예외였다. 비서실 보좌역 신분으로 자기보다 직급이 한참 높은 장관에게 큰 소리 치는 모습을 여러 사람이 목격했을 정도다. 흔히 줄여서 ‘수석’이라 불리는 ‘수석비서관’은 직제상 차관급이지만, 대통령을 바로 곁에서 보필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총리나 장관보다 영향력은 오히려 크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명박 정부에선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박근혜 정부에선 우병우 민정수석이 ‘왕수석’으로 통했다.

대통령실에 어떤 분야 수석을 두느냐에 따라 그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대국회 업무를 조율하는 정무수석, 민심 파악과 공직기강 단속을 위한 민정수석 등은 초기 박정희 정부 때부터 존재했다. 보다 다양해지기 시작한 건 김영삼 문민정부 시절이다. 교육문화나 정책기획 같은 수석직이 등장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에선 사회복지와 복지노동, 노무현 정부에선 국민참여와 참여혁신이 신설됐고,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수석을 만들어 취업률과 실업률을 실시간으로 챙겼다. 애초 단출한 대통령실을 지향했던 윤석열 정부는 한때 폐지했던 민정수석을 되살리고 저출생수석직을 새로 만들면서 ‘3실 8수석’ 체제가 됐다.

이달 중 선임이 예상되는 저출생수석 인선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대통령실정책실 산하 저출생수석은 곧 신설될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와 손발을 맞춰야 할 자리다. 초대 수석은 사안의 심각성을 가장 잘 체감할 만한 인물을 찾으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 유력하다. 윤 대통령은 대학교수였지만 남매를 키우느라 직장을 그만둬야 했던 자기 모친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한다.
0.6명대로 떨어진 출생률만큼 우리 사회에서 절박한 과제가 없다는 데 누구든 공감한다. 결혼 남녀가 아이를 안 낳는데는 복잡한 이유가 있고 이를 바꾸려면 한 두가지 해법으론 안 된다.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맞춤형 처방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국가 소멸 위기까지 거론되는 현 상황을 타개하려면 저출생수석이 아니라 저출생총리로도 부족할 판이다. 불통과 권위주의의 상징처럼 돼버린 이 정부의 대통령실에 워킹맘 수석설은 그 자체로 약간의 숨통을 틔워주는 소식같기도 하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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