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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언디스퓨티드 챔피언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2024.05.20 19:25
박세리와 박찬호는 실력만 뛰어난 스타가 아니다. IMF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진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단비였다.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파산’ ‘실업’ ‘명예퇴직’이 신문을 도배하던 시대에 희망의 강속구를 던졌다. 박세리의 US오픈 맨발 투혼은 ‘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1977년 WBA 주니어페더급 타이틀전에서 홍수환이 4번 다운당하고 다시 일어나 카라스키야를 KO 시켰을 때도 우리 국민은 하나가 됐다. 스포츠가 희망·감동과 결합하면 신화가 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에 최근 반가운 소나기가 내렸다. 크름 반도 출신의 올렉산드르 우시크(37)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타이슨 퓨리(36·영국)와의 헤비급 타이틀매치에서 승리해 ‘언디스퓨티드 챔피언’(Undisputed Champion)에 등극한 것이다. ‘반박 불가’ 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의미의 언디스퓨디드 챔피언은 세계 복싱 4대 기구인 WBC·WBA·WBO·IBF 타이틀을 모두 석권해야 받는 칭호다. 8체급 세계 챔피언을 지낸 매니 파키아오(45·필리핀)도 누리지 못한 귀한 영예다.

앞서 우시크는 크루저급을 먼저 평정했다. 두 체급 통합 챔피언에 오른 현역 선수는 우시크와 테렌스 크로퍼드(미국)·이노우에 나오야(일본) 정도다. 헤비급 통합 챔피언은 1999년 에반더 홀리필드를 꺾고 챔피언이 된 레녹스 루이스가 마지막이었다.

우시크는 링 위에서 국기를 흔들며 포효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재단을 통해 74만 달러를 우크라이나군에 전달한 국민 영웅이다. 새벽잠을 포기하고 응원하던 우크라이나 국민은 또 얼마나 기뻤을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우시크가 우크라이나의 회복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모든 적을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황이 심상치 않다. 러시아가 재래식 폭탄과 제공권을 앞세워 국경지대 공세를 강화하면서 인명피해가 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파리 올림픽 기간 휴전 논의도 진척이 없다. 그래도 우크라이나를 향한 도움의 손길은 줄어들 줄 모른다. 지난 15일에는 대한적십자사가 성금으로 마련한 구급차 40대를 전달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도 지난해 11월 퇴역한 119 구급차 12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그때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댜크유(고맙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우시크의 승리와 국제 연대에 잠시나마 위로받길 바란다.

이노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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