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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축복의 계절

정도준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사
정도준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사 | 2024.05.20 19:23
반소매 차림을 한 사람들과 1t 화물차에 실린 수박. 선풍기와 에어컨 판매 광고까지. 모두 여름이 오고 있다는 증거다. 우연히 보게 된 TV홈쇼핑에서 “오래된 에어컨을 바꾸세요”라는 쇼핑호스트의 말에 잠시 채널 변경을 멈췄더니, 맙소사! 우리 집 에어컨이 나왔다. 올여름은 지난해 발생한 엘니뇨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더울 것이라는 예보가 떠올라 에어컨의 제조 일자를 확인했다. 2013년 6월이었다. 신혼살림이었지만 중고 제품이어서 잘 사용하지도 않고 해서 지금쯤이면 에어컨이 수명을 다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가오는 여름을 있는 그대로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대비할 것인가. 각종 매체에서 더운 여름을 경고하는 까닭은 에너지의 소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빈곤국이다. 지난해 12월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2023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4.4 %로 나타났다.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석유(원유) 석탄 천연가스 우라늄 등 1차 에너지의 공급량 중 수입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98.3 %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그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가 대체하고 있다. 에너지가 국가의 경제 성장이나 사회 발전과 직결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164억900만 달러로, 2022년 우리나라의 총수입액 7313억700만 달러의 29.6 %에 해당할 만큼 상당한 규모를 차지한다. 심지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하니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낮아졌다는 사실이 썩 달갑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석유(원유)와 석탄 천연가스로 대표되는 탄소 기반의 화석연료다. 그런데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 기체로, 지구의 평균 기온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기 기온에 미치는 이산화탄소의 영향은 지금으로부터 약 120년 전 스웨덴의 과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에 의해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우리에게는 산과 염기의 분류 개념을 고안한 인물로 더욱 잘 알려진 그다. 아레니우스는 빙하기의 원인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증가하게 되면 지구의 온도가 5~6℃ 정도 상승한다는 것을 예측했다. 추웠던 스웨덴의 기후를 고려할 때, 이산화탄소에 의한 지구의 온도 상승은 식량 생산과 생활 반경 증가를 가져와 인류에게 축복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아레니우스는 그 시점을 대략 1000년 이후로 보았다. 왜냐하면 이산화탄소 대부분이 바다에 흡수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아레니우스의 예측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산업화 과정에서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급속도로 상승시켰고, 현재는 480ppm 정도로 산업화 이전 280ppm과 비교해 70% 이상 증가했다. 이에 지난달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기후·에너지·환경 장관 회의에서 203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할 것을 합의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탈석탄화는 당연한 수순이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2050 계획에 따라 203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일부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탈석탄 추진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이나 전략은 미흡한 상태이며, 우리나라의 높은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고려할 때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석탄화력발전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은 현재의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문제다. 올여름은 평년보다 더울 것이라는 예측이 매년 반복되다 보니 놀랍지도 않고 친근한 느낌마저 들지만, 에너지 과소비의 관성에 젖어 있다가는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올여름은 시원한 수박과 함께 있는 그대로 맞이해야겠다.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나라에서 더운 것은 축복이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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