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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국가대표의 품격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 2023.06.05 19:36
자주 극장을 찾지는 않더라도 2008년 개봉한 ‘우생순’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느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이 영화의 본래 제목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다. 올림픽에서 시상대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는 여자 핸드볼 선수들 이야기를 담았다. 관객들은 결승전에서 비록 상대팀에게 패했지만 최선을 다했던 순간순간이 선수들에겐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알고는 눈물을 훔쳤다.

우리나라에서 운동선수들이 가장 바라는 바는 아마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까닭이다. 게다가 그 분야에서는 최고의 선수임을 인정받는 셈이니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영광이다. 그래서인지 국가대표를 목표로 뛰는 선수들의 각오는 비장하기 그지없다. 국민도 이들에게 믿음의 박수를 보낸다.

일부에서는 외국의 사례를 들며 국가대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한다. 사회 체육이 자리 잡은 선진국에서는 국제대회 출전 때 참가에 의미를 두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하긴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가 취미로 몰두한 스포츠에 재능을 발휘해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한다니 우리와는 좀 다른 면이 있기는 하다. 반면 정부 지원으로 엘리트 체육인을 양성하는 한국의 특성상 국가대표는 그에 따른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최근 국가대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선수 몇몇이 대회 도중 술을 마신 일이 보도되면서부터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알아봤더니 사실이었다. 해당 선수들은 사과했고 KBO는 조만간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구단도 1군 등록을 말소하는 등 조치를 했다.그 선수들의 앞길이 불투명하다.
물론 WBC는 올림픽 등과는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선수들의 각오가 다른 종목의 국가대표들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많은 돈을 받는 프로선수의 사생활을 감독이 일일이 통제하기도 힘들다. 1회전에서 탈락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냈다면 이 정도 일탈은 묻혔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호칭을 얻은 이들에게 사회가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게 무리는 아닐 터다. 자랑스러워할 지위가 주어지면 그에 맞는 의무를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걸 몰랐다면 애초에 국가대표라는 큰 그릇에 담길 깜냥이 되지 않는 인물들이었다고 볼 수밖에.

염창현 세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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