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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애덤 스미스 300돌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2023.06.04 19:30
사무실과 가까운 부산교육대학교 캠퍼스를 하루 한두 차례 들른다. 이곳을 산책하며 계절 변화를 느낀다. 정문에서 부속초등학교로 이어지는 주차장 근처 화단에 활짝 핀 수국이 여름을 알린다. 꽃송이가 탐스럽기도 하거니와 색깔도 화려하다. 파란 색이 주조를 이루고 드문드문 빨간 색이 섞인 수국을 보며 생각이 영도 태종사에 미친다. 3000그루가 넘는 수국이 연출하는 장관을 올해는 아직 보지 못했다.

이맘때 태종사를 무던히 찾았다. 나들이 삼아 오후에 자주 갔으나 땅거미가 질 무렵이나 이른 아침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해무가 채 걷히지 않은 새벽 둘러보는 감흥이 새삼스럽다. 사람이 가꾸었다지만 자연이 빚은 꽃대궐이었다.

수국 꽃 색깔은 토양 성분에 따라 천변만화한다. 중성 하얀 색, 산성 파란 색, 알칼리성 빨간 색이라고 하나 공식은 공식일 뿐. 같은 무리에서도, 한 그루에서도 변화무쌍하다. 수국이 품은 안토시아닌 성분과 토양 속 알루미늄 이온의 조합이 그만큼 공교롭다. 보이지 않는 손의 조화랄까.

‘보이지 않는 손’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1723~1790)다. 5일은 그의 탄생 300주년이 되는 날이다. ‘국부론’으로 대표되는 그의 사상은 자본주의 발전의 밑바탕으로 여겨진다. ‘성서 이래 가장 위대한 책’이라고 평가받는 그의 대표작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이 책에 나온다. 딱 한 번. 시장의 자기 통제적 기능을 강조한 ‘보이지 않는 손’으로 그는 경제학 교과서의 첫 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대표작 ‘도덕감정론’은 ‘국부론’에 가려진 그의 이면을 반추하는 거울이다. 스코틀랜드 동해안 작은 항구도시인 커콜디에서 태어난 그는 왕성한 20~30대 10여 년 글래스고대학에서 도덕철학을 강의했다. 산업혁명이란 격동기에 인간 사회의 조화로운 질서를 탐구한 셈이다. ‘국부론’이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애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낸 1776년은 조선의 개혁군주 정조가 즉위한 해다.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발전한 서구 자본주의와 정조 이후 조선의 엇갈린 행보는 익히 아는 바이다. 특히 시장을 뒷받침 하는 윤리의 중요성을 다시 절감하는 요즘이다. 김치 코인 혹한기와 그에 앞서 절묘하게 코인 시장을 헤집고 다니다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한 국회의원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보이지 않는 손’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을 극복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일 수 있다. 수국 꽃을 다시 본다.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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