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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부산시향의 연륜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2023.06.01 19:35
부산시립교향악단이 600번째 정기연주회를 한다. 오는 1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기념 무대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9번’ 한 곡으로만 꾸려진다. 협연자 없이 80분간 이어지는 공연이다. 1962년 12월 7일 첫 연주회를 시작으로 매년 10회 안팎의 정기연주회를 소화했던 부산시향이 60년 넘긴 연륜에 걸맞은 묵직한 대작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부산시향은 아마추어 관현악단인 부산대학교 관현악단(1955년 창단)과 부산방송관현악단(1957년 창단) 두 단체가 모태다. 이들 단체가 통합해 1962년 11월 부산시립관현악단으로 출범한 것이다. 초대 상임 지휘자는 오태균으로, 악단 규모도 작고 단원 간 합주력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관객 반응도 시원찮았다. 1970년대 초반까지 부산에는 변변한 공연장 하나 없어 영화관이나 체육관에서 연주회를 마련했다. 지금 되돌아본다면 이름만 그럴듯한 오케스트라 연주회라고 여길 만하다. 하지만 열정은 대단했다. 해가 갈수록 연주력도 향상됐다. 정기연주회 횟수가 늘어나면서 관현악단 면모를 갖춰나갔다. 1971년 한병함이 지휘봉을 이어받은 뒤 단원 수도 늘어나 3관 편성으로 규모가 커졌다. 부산시향은 1973년 10월 개관한 부산 최초의 종합 공연시설인 부산시민회관 상주단체로 들어가면서 정기 연주회를 지속적으로 무대에 올리는 등 발전을 거듭했다.

부산시향은 악단 해산이라는 아픔도 겪었다. 3대 상임 지휘자 이기홍과 단원들과의 불화를 보다 못한 부산시가 1981년 4월 144회 정기연주회를 끝으로 해산해버린 것이다. 5개월 공백을 딛고 1981년 11월 가까스로 재창단됐다. 1989년에는 한국 관현악단 역사상 처음으로 옛 소련 출신 지휘자 마르크 고렌슈테인을 영입하는 질적 변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이후 소련 출신으로 미국에 망명해 활동하고 있던 블라디미르 킨, 옛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반초 차브다르스키, 재미 지휘자 곽승,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아니시모프, 중국의 리 신차오, 한국의 최수열 등 성향이 제각각인 지휘자를 영입했다. 그만큼 부산시향은 다채로운 선율의 연주회를 선사했다.
부산시향의 이번 정기연주회 작품은 후기 낭만파 대표 작곡가 말러가 생전에 빚은 마지막 교향곡이다. 인생 말년에 그토록 갈망했던 이상을 향한 마지막 동경과 체념을 담아 이 세상에 남긴 말러의 ‘고별사’와 같다. 주제는 ‘죽음’과 ‘작별’로 해석된다. 부산시향이 긴 세월 묵은 역사를 재해석하고 연륜을 새로 쌓아가는 시발점이 되는 연주회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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