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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칼럼] 일사불란 정어리 떼와 국립수산과학원

정석근 국립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정석근 국립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2023.01.29 19:56
하늘에서 메뚜기나 새가, 바다에서 물고기가 떼를 지어 마치 한 생명체인 것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영어로는 스웜(swarm)과 스쿨(school)이라는 말로 구별해서 부르는데, 우리말로는 그냥 ‘떼’다. 떼는 개체들이 각자 무질서하게 움직일 수도 있으며, 메뚜기나 정어리 떼처럼 지휘자 없이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이렇게 한 생명체처럼 민첩하게 잘 움직이는 정어리 떼 폐사체가 갑자기 마산항에서 처음 발견되고 또 썩으면서 악취로 주민이 고통을 호소해 전국 뉴스거리가 되었다. 올해 40여 년 만에 정어리 개체군이 폭발해 동남해안에 많이 나타났는데, 멸치만 잡게돼 있는 멸치권현망(중층쌍끌이)에도 정어리가 잡힐 수밖에 없었고 또 그것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논리적인 귀결이다. 또 연안어선들도 정어리를 청어로 오인했다면 지난해 시작된 20cm 청어 금지체장 때문에 버렸을 것이다. 바다로 버리지 않았다면 수협 위판장을 통한 계통 출하가 아닌 사매로 팔 수밖에 없었다. 9월 경상남도 멸치와 정어리 어획량 통계를 보면 이 시기에 권현망과 연안어선이 꾸준히 조업을 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나는 그물에 잡힌 정어리는 배 위에 올리면 대부분 죽게 마련이고 어업규제로 바다에 다시 버린 것이 정어리 폐사체 원인이라고 추론했다.

그러나 과학은 추론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그 추론으로 예측한 것들이 현실에서도 맞아떨어져야 한다. 내 추론을 확인하기 위해 10월 3일 저녁에 현장 어업인들에게 연락해서 잡힌 정어리를 버린 적이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조업을 했고 정어리를 버렸다는 확인을 다음 날 아침 받았지만, 뒤에 해양경찰 수사와 참고인 조사 등을 두려워하는 어민이 쉬쉬해달라는 부탁을 해왔기에 나도 더 이상 자세히 이 부분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확인을 했기 때문에 10월 5일 저녁 CBS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 나가 마산항 정어리 폐사체는 해양수산부 탁상공론 혼획규제가 원인이라고 자신감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10월 18일 갑자기 마산만에서 9군데 발견된 정어리 폐사체가 모두 빈산소수괴(산소부족물 덩어리)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발표했다. 나는 빈산소수괴는 저층에서 생기고 정어리가 주로 헤엄치는 표층에는 산소가 충분했으며, 용존산소부족에 가장 취약한 홍합이나 굴 같은 저서 양식 패류가 죽지 않은 것만 봐도 용존산소부족은 원인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국립수산과학원은 10월 28일 보도설명자료로 정어리가 산소소모량이 많아 죽었을 것이라면서 내 설명을 반박했다. 즉, 빈산소수괴와 관계없이 정어리가 너무 많이 모여들면 산소 소비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해서 죽을 수 있다고 설명을 바꾸었다. 그러면서 통영 용초도에서 정어리 떼가 몰려온 후 4분30초 만에 용존산소가 1.3mg/L으로 급감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언론인에게 배포했다. 그러나 내만인 이곳에 한 달 이상 정어리 떼가 머물렀지만 폐사체는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아 자신들 주장을 스스로 반박하고 있다. 즉, 정어리는 빈산소수괴를 지나더라도 잘 생존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내 추론으로 예측한 것들이 현장 어업인 증언, 마산만 저층과 표층에서 관측한 용존산소분포 자료, 어선 종류에 따른 죽은 정어리 상처 모습과 모두 일관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나는 혼획금지가 원인이라는 당초 주장을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국제신문 2022년 11월 16일 자 연재물 ‘수산강국으로 가는 길’ 참조).

정어리와 달리 과학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안 된다. 정어리 폐사 원인을 두고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할 텐데, 상명하복 행정조직 특징 때문에 한 가지 주장만 발표하고, 외부 비판을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그것을 응징하려는 움직임마저 있다. 내부 논쟁과 외부 비판을 수용하는 열린 태도 없이 과학 발전을 바랄 수 없음은 비단 수산 분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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