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menu search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도청도설] ‘식당가 먹튀’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 2022.08.08 19:53
수년 전 부산 사하구의 경로당에서 10여 차례 밥을 훔쳐 먹다 붙잡힌 ‘밤 손님’ 이야기가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조실부모하고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어렵게 살던 이 사람은 교도소 출소 뒤 배고픔 때문에 경로당에 침입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하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취직을 한 그는 첫 월급을 받자 조사 당시 격려해줬던 경찰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경로당에서도 불처벌 의사 표명과 함께 돈을 모금해 주기도 했다.

당시 이 일은 인터넷 등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누리꾼들은 “죄를 지은 사람이 자력·갱생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데 대단하다” “사회의 배려가 한 사람을 구했다”는 등 댓글을 달았다. 또 이 30대 남성이 밥을 훔쳐 먹은 뒤 설거지와 청소를 한 점을 들어 천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평가도 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이 반영됐겠지만 이 같은 미담은 아주 희귀한 사례다. 허락 없이 타인의 거처에서 밥을 몰래 먹는 것은 엄연히 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전국에서 ‘식당가 먹튀’ 행위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주문한 음식을 잘 먹은 뒤 직원들이 바쁜 틈을 이용해 줄행랑을 치는 방식으로 자영업자들을 괴롭힌다. 음식점 주인의 경찰 신고와 폐쇄회로(CC) TV 공개로 꼬리가 잡히면 무전취식자들이 내놓는 변명은 대동소이하다. “일행이 지불한 줄 알았다” “깜박했다” 등이다.

부산에서도 이런 행위는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금정경찰서는 지난 달 곱창을 파는 식당에서 6만 원가량의 음식값을 내지 않은 남녀에게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지난 5월에는 해운대 횟집에서 회를 먹은 뒤 사라진 20대 남성을 공개수배한다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 왔다. 업주는 이들을 알거나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해주면 10만 원 상당의 음식점 이용권이나 백화점 상품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업주 마음이 오죽하면 이런 대응을 했을까.

법조계에선 사람들이 무전취식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경고 한다. 처음부터 주인을 속이려고 마음을 먹었다든지 상습적으로 이런 행위를 한다면 사기죄가 적용돼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 고픈 데 장사 없다’는 말은 진리다. 또 정말 생활이 어려워 배를 곯는 이들이 있다면 도와주는 것이 마땅하다. 근데 장난 삼아 ‘먹고 튄다’면 이건 심각한 범죄에 속한다. 그들에게 ‘정말 그렇게 치사하게 살고 싶은지’ 물어보고 싶다.

염창현 세종팀장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페이스북
관련기사
국제신문 뉴스레터

[많이 본 뉴스]

당신의 워라밸 점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