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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이중사고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2022.06.28 19:58
전체주의 사회 도래 가능성을 경고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키워드는 ‘이중사고(doublethink)’다. “당은 행정기관마저 뻔뻔스럽게 사실과 정반대의 뜻을 지닌 이름으로 부르게 만들었다. 평화부는 전쟁을, 진리부는 거짓말을, 애정부는 고문을, 풍요부는 굶주림을 담당한다.” 소설은 이런 모순적인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을 이중사고라고 설명한다. 그 이면에는 국가의 지속적인 세뇌가 있다. 주인공은 진리부에서 근무하며 신문에 보도된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국가의 현 정책에 맞게 위조한다. 국가는 그렇게 현재를 지배함으로써 과거와 미래를 지배한다.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노엄 촘스키가 “오웰은 이중사고가 고도의 전체주의 국가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했는데, 자유로운 민주사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미국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최근 미국의 진보매체 ‘톰디스패치’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서다. 그가 지적하는 미국의 이중사고는 사실을 왜곡하는 행태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1961년 미국 케네디 정부 때 행해진 ‘미사일 갭’ 신화 창조. “소련이 미사일 전력의 압도적 우세를 앞세워 미국을 파멸시키려 한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는 당시 미국이 수백 기의 미사일을 보유한 반면 소련은 단 4기만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군비 증강을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얘기다.

이런 행태는 지금도 여전하다. 촘스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면서 미국에도 화살을 돌렸다. 그는 “러시아는 시민군이 방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4개월이 지나도록) 점령하지 못할 만큼 군사적으로 무능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미국과 유럽연합은) 서방을 정복하려 한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를 통해 국방비를 대폭 늘렸다. 그 결과는 신냉전이다. 유럽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의 전선이 형성됐고, 그 적대는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동북아시아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중사고는 우리 사회에서도 낯설지 않다. 검찰총장 재직 시절 정권의 간섭을 받지 않는 소신 수사를 강조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만들어 경찰을 통제하려는 게 바로 이중사고다.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내세우면서 기업의 자유에 치우쳐 노동자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것도 예외가 아니다. 소설 ‘1984’가 간행된 건 1949년 냉전 때였다. 신냉전 위기에 직면한 우리 사회의 이중사고에 ‘1984’의 디스토피아가 어른거린다.

이경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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