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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쌀값만 왜 하락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2022.05.26 19:45
우리 조상들이 벼를 재배해 쌀을 먹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 시대라고 한다. 삼국시대에는 쌀로 밥을 지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시대에는 부를 가늠하는 척도나 화폐로 활용됐다. 조선 창업 이후 권농정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쌀 생산이 늘면서 주식이 됐다. 한국인의 삶은 쌀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1960년대 국민 대다수가 주린 배를 달래며 보릿고개를 넘을 때 인사말은 “밥은 먹었느냐” “진지드셨냐”였다. 고 김지하 시인은 “밥은 하늘”이라면서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이라고 했다.

먹을 게 변변찮았던 시절에는 밥 잘 먹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었다. ‘밥심(힘)에 산다’ ‘밥이 보약이다’는 말 그대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쌀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30년 전의 절반 수준인 56.9㎏이었다. 소득이 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까닭이다. 흰쌀밥은 혈당을 급격히 높일 뿐만 아니라 탄수화물은 복부비만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한다. 또 편리한 것을 추구하는 경향 때문에 밥 대신 빵 같은 간편식 소비가 늘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밥맛’은 ‘밥의 맛’ ‘밥이 먹고 싶은 마음’이란 사전적 의미보다 ‘재수 없다’는 뜻으로 더 널리 쓰이고 있다. 어쩌다 우리의 주식인 쌀이 이처럼 천덕꾸러기가 됐는지 모를 일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세계 곡물가격 상승이 가파르지만 국내 산지 쌀값은 크게 하락했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으로 한 포대(20㎏)에 4만6538원으로 조사됐다. 1년 전보다 16.7% 내린 수준으로 2018년 9월 이후 가장 낮다. 이는 지난해 쌀 생산량이 388만t으로 1년 전보다 10.7%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물량(40만8700t)이 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급식 소비량이 줄어든 탓도 크다. 이처럼 쌀 소비는 줄고 있으나 생산은 변함이 없어 가격 하락을 부추긴 셈이다. 농민들은 정부가 쌀을 추가로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 파는 쌀이나 즉석밥 값은 오히려 올랐으니 정부의 쌀 추가 수매 조치는 ‘현실과 동떨어진 결정’이라며 반발한다.

구조적 공급 과잉을 줄이기 위해서는 쌀 재배면적 감축, 논의 타작물 재배에 대한 농가 지원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연례적으로 반복되는 쌀값 등락을 안정화할 묘수를 찾아야 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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