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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줄어드는 수면시간

구시영 기자 ksyoung@kookje.co.kr | 2022.05.25 19:31
우리말에는 잠(수면)을 뜻하는 단어가 수두룩하다. 그 유형에 따라 이름이 각양각색이다.

예컨대 늦잠 새벽잠 저녁잠 밤잠 낮잠 등은 잠자는 때를 가리키고 겉잠 귀잠 단잠 꿀잠 선잠 속잠 토끼잠 풋잠 한잠 헛잠 토막잠 등은 잠든 정도를 나타낸다. 또 개잠 나비잠 돌꼇잠 등걸잠 말뚝잠 새우잠 시위잠 앉은잠 쪽잠 등은 잠자는 모양을 이른다. 그 외에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이처럼 잠에 관한 용어가 풍부한 것으로는 우리말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지 싶다. 속담이나 생활풍속에서도 ‘봄 잠은 가시덤불에 걸어져도 잔다’ ‘죽(竹)부인’ 같은 표현을 비롯해 잠과 관련된 것이 숱하다. 그만큼 우리 민족은 잠에 대해 관심이 높았고, 잠을 중요하게 여긴 듯하다.

예부터 ‘잠이 보약’이라고 했듯이 잠은 신체·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면이 부족하면 비만 당뇨 고혈압 부정맥 등 각종 질환과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면역력 및 인지력 저하 등을 초래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잠을 너무 오래 자는 ‘클라인 레빈 증후군’ 즉 수면과다증도 몸에 이롭지 않다. 반면 잠깐의 낮잠은 건강에 좋은 꿀잠 격이다. 과거 미국 기업체들은 낮잠이 업무능률을 올린다며 직원들에게 수십 분간의 낮잠을 권장해 화제를 모았다. 라틴 아메리카와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는 낮잠 풍습인 ‘시에스타(siesta)’가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

지구 온난화(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수면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연구팀은 2015~2017년 지구촌 사람들의 평균 수면시간이 연간 44시간 감소했다는 내용을 학술지에 올렸다. 68개국 4만7000명의 수면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밤 기온 상승이 거의 모든 나라에서 수면 방해 요인으로 꼽혔다. 조사대상의 한계 등을 감안하면 실제 수면시간은 훨씬 더 짧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잠 문제가 예사롭지 않다. 수면 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만 해도 2017년 51만5300명에서 지난해 70만92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우울증 무기력증 등 ‘코로나 블루’와도 관련이 깊을 터다. 이 같은 수면의 위기는 갈수록 더할 게 뻔하다. 기후변화로 폭염·열대야 일수가 해마다 불어나니 말이다. 올 여름도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이란 예보가 나왔다. 건강을 위해서는 적정한 수면시간뿐만 아니라 잠을 효과적으로 잘 자는 ‘수면의 질’에도 신경을 써야 하겠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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