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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부산 삼국지 /박태우

서울정치부장 yain@kookje.co.kr | 2022.01.26 19:57
선거인 수 290여만 명(2020년 4월 총선 기준). 주변까지 포함하면 400만 명 이상의 유권자가 영향을 주고받는 지역. 이는 단일지역으로만 대구·경북권, 호남권, 충청권과 맞먹는다. 민주화의 불씨를 댕겼고, 영남 보수의 전성기를 연 상반된 특징도 갖고 있다. 지역주의가 처음으로 흔들린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곳 민심은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어렵다. 투박한 말투와 뒤끝 없는 성정은 요즘 세대의 ‘쿨’함과도 맥이 닿는다. 그렇기에 불이 붙으면 무섭게 결집하고, 또 매몰차게 돌아서기도 한다. 독특한 정치·사회·지리적 환경 속에 형성된 이곳의 민심을 잃으면 다른 곳에서 만회하기도 어렵다. 부산이다.

‘부산을 잡아야 천하를 얻는다’. 16대 때부터 이어온 대선 승리 공식이다. 20대 대선서도 부산을 잡으려는 여야 후보의 대결은 뜨겁다. 양상은 한층 전략적이고 치밀하다. 선공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였다. 새해 첫 공식 일정을 부산에서 소화했다. 부산신항에서 ‘국가균형발전’을,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재도약’을, 에코델타시티에서 ‘미래’를 얘기했다. 부산에서 국가 비전의 그림을 제시한 셈이다. 그리고 열흘 뒤 국회에서 열린 국가 비전 선포식에 ‘부산 현안’을 담았다. 경부선 지하화와 부울경 메가시티. 집권 시 국정 중심이 부산이라는 것을 부각하려는 러브레터다.

당 내홍을 봉합하고 부산을 찾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후공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12개 부산 공약을 내놓았다. 핵심은 예타를 면제한 가덕신공항 추진과 KDB산업은행 이전. 여권이 선점한 현안인데 디테일을 파고들었다. 윤 후보는 “화끈하게 (가덕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겠다”고 했다. 가덕신공항을 되살린 민주당은 “특별법에 따라 예타가 면제됐다”고 발끈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법. 특별법 통과 후 여권이 빠른 추진을 약속하기는 했다. 그런데 ‘예타 당연 면제’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잡아 놓은 물고기’로 여겼던 가덕신공항에서 윤 후보에게 허를 찔린 셈이다.

KDB산업은행 이전도 윤 후보로선 회심의 카드. 문재인 정부는 몇 달 전까지도 임기 내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 발표를 시사했다. 산업은행 이전은 이 틀 속에서 가능하다. 부산시도 줄기차게 요구한 사안이다. 그런데 정부는 로드맵을 다음 정부로 넘겨버렸다. 윤 후보는 이 틈을 노려 ‘핀셋 공약’으로 넣은 것이다.

두 후보 간 부산 대결의 변수는 의외의 곳에서 발생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6박8일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순방. 문 대통령은 처음과 끝을 사실상 2030엑스포 부산 유치 활동으로 채웠다. 지난 16일 ‘2020두바이엑스포’의 ‘한국의 날’ 공식행사에서 “2030년 한국의 해양수도 부산에서 다시 만나길 희망한다”고 연설했다. 17일에는 “두바이를 방문한 이유 중 상당 부분은 부산엑스포 유치 때문”이라고 순방 이유를 언급했다. 대통령이 부산엑스포 유치를 직접 챙긴다는 확실한 인식을 심어준 셈이다. 문 대통령의 순방을 외유성이라고 비판했던 국민의힘도 엑스포 유치 활동에는 언급을 삼갔다. 부산 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터. 윤 후보는 개운치 않은, 이 후보는 안도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물론 문 대통령이 이런 정치적 상황을 의도했을 리는 없다.

부산은 아직 정중동이다. 보수 우위 지형을 감안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부산 목표는 각각 45%와 65% 득표. 양 진영의 좋았던 때 성적표에 기대치도 살짝 얹은 희망사항이다. 누구든 달성하면 대선에서 승리한다. 하지만 두 후보의 지지율은 자신들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 문 대통령의 부산 지지율도 전국 평균보다 낮다. 성공한 퇴임 대통령도 부산서 환영받아야 가능하다. 부산의 마음을 얻는 방법? 하기에 달렸다. 대선은 40일이 넘게 남았고, 3개월여 남은 문 대통령의 임기도 짧지 않은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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